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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유럽을 휩쓸고 있는 폭염이 전력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사회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특히 기록적인 전력 수요 급증과 함께 원자력 및 수력 발전이 멈추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전력 가격이 폭등하고 국지적 정전이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반면 태양광 발전은 전력망 안정에 기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은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으로, 최근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올 6월은 서유럽에서 기록상 가장 더운 달이었으며, 이는 에너지 시스템에 전례 없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되었다. 옥스퍼드 대학교 환경변화연구소의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인 얀 로제노는 "이러한 폭염의 연속이 유럽 에너지 시스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폭염 기간 동안 유럽연합(EU)의 총 전력 수요는 최대 14% 증가했다. 이는 주로 에어컨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일일 전력 수요가 14% 증가했으며, 독일은 6%, 프랑스는 9% 증가했다. 스페인과 독일의 경우 여름철 최대 수요가 겨울철 평균 수요를 넘어서거나 맞먹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처럼 전력 최대 수요가 겨울에서 여름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관찰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존 발전원이 큰 타격을 입었다. 내륙 원자력 발전소들은 강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냉각 효율이 떨어졌다.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많은 발전소들이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했다. 프랑스에서는 18개 원자력 발전소 중 17개가 용량 감축을 겪었다. 특히 가론강 온도가 28°C에 이르자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올 7월 1일 골페슈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했다. 수력 발전 또한 가뭄으로 인해 발전량이 크게 줄었다. 영국 에너지 기업 SSE는 올 6월 말까지 수력 발전량이 전 분기 대비 40% 급감했다.

수요 급증과 공급 제약이 겹치면서 전력 가격은 폭등했다. 6월 말에는 일일 전력 요금이 두세 배 뛰었다. 7월 1일 독일에서는 기준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404.91유로까지 치솟았고, 폴란드에서는 470유로를 넘겼다. 또한, 이탈리아 피렌체와 베르가모 등지에서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전력 회사 에넬(Enel)은 폭염으로 인한 전력 케이블 과열 및 팽창, 그리고 에어컨 사용 증가로 인한 전력망 과부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행히 태양광 발전은 전력 시스템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6월은 EU에서 기록적인 태양광 발전량을 기록하며, 블록 전체 전력의 22%를 공급했다. 독일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최대 50GW를 공급하며 국내 전력의 33~39%를 담당했다. 낮 시간 동안의 태양광 발전은 에어컨 수요가 가장 높은 시기에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엠버(Ember)의 유럽 프로그램 책임자 파벨 치자크는 "낮 시간 동안의 태양광 에너지 잉여가 정전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몰 후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감하며 저녁 시간대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충분한 에너지 저장 용량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한편 폭염은 인명 피해를 초래하며 사회적 위협으로도 작용했다. 2022년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6만~7만 명, 2023년에는 약 4만 8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6월 바르셀로나에서는 거리 청소부 몬세 아길라르가 35°C가 넘는 기온에서 근무하다 사망했다. 이 사건은 노동조합의 시위를 촉발했으며, 시청은 폭염 기간 야외 작업자에게 매시간 5분 휴식을 의무화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가속화된 청정 에너지 전환과 인프라 적응, 사회적 적응 조치와 함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및 양수 발전과 같은 저장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폭염 기간 동안 저장 운영자들이 얻은 "예상치 못한 이익"이 투자 가속화를 위한 시장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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