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편집 이미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돈바스 철군 및 자유경제구역 설치’ 요구에 대해 ‘국민투표’를 역제안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인 양보 요구를 거부하고, 휴전 없이는 영토 변경 논의가 불가능함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구체적으로 도네츠크 주(Donetsk Oblast) 잔여 통제 지역에서의 철군을 요구받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영토 문제는 오직 우크라이나 국민의 직접적인 의사 표시인 ‘국민투표’나 ‘선거’를 통해서만 결정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가속화된 미국의 종전 압박에 대한 대응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필사적으로 방어 중인 크라마토르스크(Kramatorsk), 슬로비얀스크(Slovyansk) 등 도네츠크 주의 핵심 요충지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해당 지역을 ‘자유경제구역(Free Economic Zone, FEZ)’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구상에 치명적인 안보 공백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이를 ‘자유경제구역’이라 부르고 러시아인들은 ‘비무장지대’라 부르지만, 정작 누가 이 지역을 통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이 구역을 장악하는 것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2014년 크림반도 사태와 같은 비정규군 투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군사적으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철수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돈바스에서 철수한다면, 수년간 피로 지켜낸 요새와 고지대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는 러시아에게 공격을 위한 교두보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주의 약 72%를 점령한 상태이며, 미국의 제안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아직 통제 중인 나머지 28%의 영토마저 내줘야 한다.

주목할 점은 젤렌스키가 제안한 ‘국민투표’의 실현 가능성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하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계엄법 제19조는 전시 헌법 개정 및 국민투표 실시를 금지하고 있다. 법률적 불가능성을 알면서도 젤렌스키가 이를 언급한 것은 미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국민투표를 하려면 계엄령을 해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가 보장하는 완전한 휴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공을 넘긴 셈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이에 대해 “젤렌스키가 백악관에 가운뎃손가락을 날린 격”이라며 협상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번 제안은 국무부 공식 라인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윗코프(Steve Witkoff)와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가 주도하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의 계획은 우크라이나를 배신하는 것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여론은 여전히 영토 양보에 부정적이다. 2025년 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2~60%는 전쟁이 길어지더라도 영토 양보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20.3%)과 정통성 시비 속에서 ‘국민적 합의’를 명분 삼아 미국의 압박과 내부의 반발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젤렌스키 #돈바스철군 #자유경제구역 #우크라이나전쟁 #국민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