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문답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보도 영상 캡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헌장 제5조에 준하는 강력한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면 나토 가입 요청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다만 미국 측이 제안한 돈바스 지역의 비무장화 및 우크라이나군 철수 요구에 대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및 유럽 주요국 인사들과 종전안 논의를 갖기에 앞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애초부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열망은 진정한 안전 보장 때문이었다"고 전제하며, "미국과 유럽 일부 파트너는 이런 방향(나토 가입)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이어 그는 "그러므로 현재로선 미국으로부터 5조와 같은 양자 안전보장, 그리고 유럽 동료들과 캐나다, 일본 등으로부터 안전 보장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기회"라며 "이는 우리로선 이미 타협"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된 '5조'란 나토 헌장 제5조(Article 5)를 의미하며, 회원국 중 한 곳이 공격받으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조항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러한 안전보장이 단순한 외교적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안전보장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미 의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미국의 방위 공약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파병 역시 절대 불가하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측이 과연 미 의회 비준이 필요한 수준의 강력한 집단방위 조약에 동의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철수하고 해당 지역을 '비무장 자유경제구역(Free Economic Zone)'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유경제구역으로 두고 병력은 빼 경찰만 두자는 것인데, 의문은 간단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군이 5∼10㎞ 철수한다면 왜 러시아군은 점령지로 같은 거리만큼 물러나지 않는 건가?"라고 되물으며 미국의 제안이 우크라이나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공정한 선택지는 '현재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휴전이기 때문에 이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 전선(Line of Contact)을 유지한 채 휴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편, 이날 베를린 회동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인사들이 대거 집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Steve Witkoff),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 그리고 알렉서스 그린케위치(Alexus Grynkewich) 나토 미 유럽동맹 최고사령관과 잇달아 만남을 가졌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군 당국자들도 별도로 회동하여 구체적인 안보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전쟁 #안전보장 #NATO #베를린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