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급습 사건이 한미 경제 동맹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대표 기업들이 직접적인 표적이 되면서, 향후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급습 작전
지난 4일,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했다. 이 작전에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등 여러 연방 기관과 조지아주 순찰대까지 동원됐다.
국토안보수사국은 이번 작전으로 총 475명의 노동자를 체포했다고 5일 공식 발표했다. 이 중 약 300명이 한국 국적자로 추산된다. 국토안보수사국은 이번 작전이 기관 역사상 '단일 현장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대부분 B1(상용 방문)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장에서 직접적인 노동 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작업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극우 정치인의 제보와 트럼프의 옹호
이번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 극우 정치인의 제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하원의원 예비후보인 토리 브레이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몇 달 전 이 현장을 이민세관국에 직접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불법 노동을 착취하도록 내버려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단속을 옹호했다. 그는 5일 기자들의 질문에 "ICE는 그들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구의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공화당) 역시 "미국 노동자를 최우선에 두기 위한 행정부의 과감한 조치에 박수를 보낸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이번 사태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 간의 갈등을 드러냈다. 현대차 공장 유치에 앞장섰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주 내에서 운영되는 모든 기업은 조지아와 미국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흔들리는 경제 파트너십
이번 사태로 조지아주와 한국의 수십 년에 걸친 경제적 파트너십이 흔들리고 있다. 조지아주는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핵심 허브다. 기아, SK온, 한화큐셀 등 14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누적 투자액은 236억 달러를 넘는다.
특히 이번에 단속이 이뤄진 현대차 메타플랜트 프로젝트는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로 불린다. 총 75억 9천만 달러가 투자되어 8,500개의 직접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다.
급습 작전 이후 공장 건설은 전면 중단됐다. 이는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생산 전략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의 전기차 공급망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외교적 파장과 기업의 미래
한국 정부는 즉각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우리 투자 기업의 경제 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체포된 인원들이 협력업체 소속 직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이민법은 원청기업이 하청업체의 불법 고용 사실을 알았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조지아 사태는 미국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위험 요소를 제시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는 현지 법규 준수 시스템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고 정치적 위험까지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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