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19대의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공하여 폴란드와 나토(NATO)가 이를 격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나토 창설 이래 동맹국이 러시아 군사 자산을 직접 격추한 첫 사례로,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의도적인 도발로 규정되며 동맹의 방위 태세와 결속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7시간에 걸친 대규모 영공 침공
이번 영공 침공은 9일 오후 11시 30분경 시작되어 10일 오전 6시 30분경까지 약 7시간 동안 이어졌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총 19건의 영공 침범이 있었다고 확인하며, 상당수 드론이 벨라루스 영토에서 직접 폴란드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공격 중 경로를 이탈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다.
드론 잔해는 국경에서 최대 400km 떨어진 내륙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이로 인해 바르샤바 쇼팽 공항 등 4개 주요 공항이 일시 폐쇄되고 민간 항공 교통이 마비되었다. 특히 서방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핵심 통로인 제슈프 공항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비리키 마을에서는 격추된 드론 잔해가 주택 지붕을 파손하는 등 실질적인 재산 피해도 발생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폴란드·나토의 단호한 대응
폴란드군은 즉각 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최소 3대의 드론을 격추했다.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군사 자산을 직접 파괴한 첫 사례다. 투스크 총리는 이번 사건을 "대규모 도발"이자 "실질적 위협을 초래한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즉시 나토 조약 제4조를 발동해 동맹국과의 공식 협의를 요청했다.
나토의 대응은 신속하고 통합적이었다. 폴란드 F-16 외에도 네덜란드 F-35 스텔스 전투기, 이탈리아 조기경보통제기, 독일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등 다국적 자산이 총동원되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를 "신속하고 숙련된" 대응이었다고 평가하며, 푸틴 대통령을 향해 "동맹 영토의 1인치까지도 방어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러시아의 부인과 국제 사회의 규탄
러시아 국방부와 외교 당국은 모든 책임을 부인했다. 안드레이 오르다시 주폴란드 러시아 대사대리는 폴란드의 주장이 "근거 없다"고 일축했으며, 벨라루스는 전자전으로 인해 드론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반응은 단호했다. 미국은 초당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에 "이제 시작이군(Here we go!)"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사건이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동부 전선에 "드론 장벽(drone wall)" 구축을 제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항상 가능한 것의 한계를 시험한다"고 지적하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의도된 도발…동맹의 취약점 노출
이번 침공에 사용된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136을 모방한 저비용 '게르베라' 기만용 드론으로 확인되었다. 대당 생산 비용이 약 1만 달러에 불과한 이 드론은 주로 비무장 상태였으나, 일부는 소형 폭발물 탑재가 가능하다.
특히 폴란드에서 회수된 잔해에서는 장거리 비행을 위해 추가 연료 탱크를 장착하도록 개조된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는 항속거리가 짧아 폴란드에 도달할 수 없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정적 증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나토의 방어 태세와 정치적 결속력을 시험하기 위한 의도적인 '회색지대' 공격이라고 분석한다. 러시아는 20만 달러 미만의 저비용 자산으로 나토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최첨단 방어 자산을 소모하도록 강제했다. 이는 향후 나토가 저비용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공 전략 수립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폴란드 #러시아 #드론 #나토 #영공침범 #하이브리드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