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현장/보스턴글로브 사진


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속죄일) 당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유대교 회당 테러 공격이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영국 내 반유대주의 확산과 유럽 전역의 지하디스트 테러 패턴이 교차한 지점으로 분석되며, 영국의 다문화주의와 국가 안보 체계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경, 맨체스터 북부 크럼프솔 지역 히튼 파크 히브리 회당 밖에서 한 남성이 차량으로 보행자들을 덮친 뒤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살해하고 최소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공격자는 신고 접수 7분 만에 출동한 무장 경찰에 의해 사살됐으며, 2명의 추가 용의자가 체포됐다.

영국 대테러 경찰국은 사건 발생 6시간 후 이를 공식적으로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 로렌스 테일러 대테러 경찰국장은 "전문 수사팀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정보와 수사 단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성스러운 날을 겨냥한 계획적 공격

이번 공격이 발생한 시점과 장소는 뚜렷한 상징성을 보여준다. 욤 키푸르는 유대교 달력에서 가장 성스럽고 엄숙한 날로, 평소 회당을 자주 찾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해 수많은 유대인이 기도와 참회를 위해 회당에 모이는 시기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공격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공격자는 먼저 차량을 회당 정문을 향해 돌진시켜 혼란을 야기한 뒤, 차에서 내려 즉시 흉기를 휘둘렀다. 특히 회당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보안 요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는 점에서, 내부에 있던 예배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량 학살이 궁극적 목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 목격자 하바 르윈은 "남편이 '테러 공격'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으며, 다른 목격자는 "공격자가 충돌한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까이 있는 모든 사람을 찌르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현장 보안 요원과 회당 내부 신도들의 용감한 저항, 그리고 경찰의 신속한 제압으로 공격자는 예배가 진행 중이던 회당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고위급 긴급 대응 체계 가동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번 공격을 "끔찍하고 충격적"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즉시 중단하고 런던으로 조기 귀국했다. 스타머 총리는 귀국 직후 국가 최고 안보 회의체인 코브라(COBRA) 회의를 주재하며 "영국 전역의 모든 유대교 회당 및 관련 시설에 추가 경찰 자산을 즉각 배치하라"고 명령했다.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도 성명을 통해 "유대인 공동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날에 발생한 끔찍한 공격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은 "가장 성스러운 날에 우리 유대인 공동체에 가해진 비열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경찰의 효과적인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경찰(GMP)은 현장 상황을 평가한 직후 '이동하며 공격하는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공통 코드명인 '플라토 작전(Operation Plato)'을 발동했다. 이는 사전에 계획된 프로토콜에 따라 경찰, 구급, 소방 등 여러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즉시 가동시켰음을 의미한다.

급증하는 반유대주의, 통계가 증명하는 위기

이번 공격은 영국 내에서 통계적으로 입증된 반유대주의의 급증이라는 위험한 토양 위에서 발생했다. 영국 유대인 공동체의 보안을 담당하는 커뮤니티 시큐리티 트러스트(CST)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영국 전역에서 기록된 반유대주의 사건은 총 3,528건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반유대주의 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이전 월평균 반유대주의 사건은 161건이었으나, 2024년에는 월평균 294건으로 80% 이상 급증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1,521건이 기록되어 반기별 집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CST는 이번 사건을 "유대교의 가장 성스러운 날에 자행된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유대인 공동체와 경찰 간 긴밀한 보안 협력 체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영국 랍비 법원장 조나단 로메인 랍비는 "정치적 폭력이 종교적 증오로 변질될 수 있다는 유대인들의 두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공동체가 겪는 충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 예배자는 "영국에 더 이상 유대인을 위한 자리는 없다. 끝났다"고 극도의 좌절감을 표출했다. 맨체스터의 유대인 사회 복지 단체 책임자 라피 블룸은 "지난 2년간 유대인 공동체가 두려워해 온 일의 정점"이라며 "특히 2023년 10월 7일 이후 유대인 증오의 쓰나미가 몰아쳤다"고 증언했다.

유럽의 테러 패턴, 영국에 상륙하다

맨체스터 공격은 유럽 대륙에서 지난 10여 년간 반복되어 온 특정 테러 경향이 영국 본토에 상륙했음을 시사한다. 2012년 이후 유럽에서는 지하디스트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공격자들이 민간 유대인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치명적인 테러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주요 사례로는 2012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알카에다 동조자가 유대인 학교에서 랍비 1명과 어린이 3명을 살해한 사건, 2014년 벨기에 브뤼셀의 IS 조직원이 유대인 박물관에서 4명을 살해한 사건,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IS 지지자가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4명을 살해한 사건, 201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IS 충성 맹세자가 회당 밖에서 경비원 1명을 살해한 사건 등이 있다.

이러한 공격들은 모두 폭력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이념에 동기를 부여받은 개인들에 의해 자행되었으며, 반유대주의적 편견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된 지정학적 불만이 결합된 형태를 보였다.

현재 영국의 국가 테러 위협 등급은 '상당(SUBSTANTIAL)' 단계로, 테러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임을 의미한다.

종교 간 연대로 대응하는 영국 사회

공격의 비극 속에서 영국 사회의 다문화적 결속력을 보여주는 연대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영국 무슬림 위원회는 사건 직후 "이번 폭력 행위를 명백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특히 욤 키푸르라는 시점에 발생한 것이 더욱 비통하다"고 밝혔다.

솔퍼드 가톨릭 교구 주교, 국제앰네스티, 웨스트민스터·캠든·해링게이 등 수많은 지방 의회에서도 일제히 규탄 성명을 내고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선언했다.

국제 사회도 강력히 반응했다. 주영 이스라엘 대사관은 "혐오스럽고 매우 고통스러운 행위"라고 규탄했으며, 유럽 평의회 사무총장은 "유대인 공동체의 심장을 겨눈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와 관용, 존중이라는 우리 사회를 묶는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보안 체계 재검토와 새로운 대응 전략 필요

이번 공격은 영국의 유대인 공동체 보호 시스템에 대한 실전적인 스트레스 테스트 역할을 하며, 그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영국 정부는 유대교 회당, 학교 등 관련 시설의 보안 강화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며, 2024/25년도 관련 예산을 1,800만 파운드로 증액했다.

그러나 공격이 보안 시설로 강화된 건물 자체가 아닌 그 바로 바깥의 접근로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소프트 페리미터(Soft Perimeter)'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2017년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의 교훈으로 추진 중인 '마틴법(Martyn's Law)' 적용 범위를 검토하여 예배 장소와 같은 고위험 시설의 외부 경계에 대한 위험 평가 및 완화 조치를 명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차량 돌진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물리적 장벽(볼라드 등) 설치, 복합 공격 대응 훈련 강화, 국가 대테러 조직과 지역 공동체 보안 기관 간 정보 공유 강화 등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맨체스터 유대교 회당 공격은 영국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유대주의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지하디스트의 유대인 공동체 대상 폭력이라는 두 가지 위험한 흐름이 영국 본토에서 치명적으로 교차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영국이 다원주의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취약한 소수 집단을 보호할 수 있을지, 그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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