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일시적 자금 부족 사태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공무원 조직 대대적 해체 작전으로 변질되면서 미국 통치 구조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10월 1일 동부 표준시 오전 12시 1분, 미 연방정부는 새로운 회계연도를 위한 세출 법안 처리에 의회가 실패하면서 셧다운에 돌입했다.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 문제를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의 첨예한 대립이 직접적 원인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연방정부의 영구적 재편을 위한 기회로 활용했다.
셧다운의 정치적 무기화
셧다운의 핵심 쟁점은 수백만 미국인의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한 '저렴한 의료법(Affordable Care Act, ACA)'의 보험료 세금 공제 연장 문제였다. 민주당은 이 보조금 연장과 지난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의해 삭감된 저소득층 의료 지원(Medicaid) 기금 복원을 정부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민주당이 먼저 정부 재개 법안에 투표하기 전까지는 협상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 돌입 전 50억 달러의 대외 원조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포켓 리세션(pocket rescission)' 방식을 동원해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9월 30일 셧다운이 임박한 가운데 상원은 민주·공화 양당의 예산안을 각각 표결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됐다. 공화당 안은 과반 찬성을 얻었음에도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셧다운이 시작되자 약 90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즉시 '일시 해고(furlough)' 상태에 들어갔고, '필수 인력'으로 분류된 또 다른 70만 명은 급여 없이 업무를 계속해야 했다. 셧다운 첫 주에만 여행 지출 손실액이 약 10억 달러에 달했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잠식했다.
일시 해고에서 영구 해고로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의 셧다운과는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역사적으로 셧다운은 일시적 무급 휴직을 의미했고, 공무원들은 정부 운영 재개 시 밀린 급여를 소급 지급받을 권리가 있었다. 이 권리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서명한 '공무원 공정 대우법(Government Employee Fair Treatment Act)'에 의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행정부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영구적 고용 종료, 즉 '정리 해고(Reduction in Force, RIF)'를 단행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은 셧다운 대비 각 기관에 대통령 우선순위와 일치하지 않는 프로그램 중 예산이 중단된 곳의 모든 직원에 대해 해고 통지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뒤이어 인사관리처(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 OPM)는 9월 28일 셧다운 기간 중 인사 담당 직원들이 해고 절차를 처리하기 위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예외 조항을 담은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전체 해고 전략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핵심 사전 조치였다.
"1만명 이상 해고할 것"
10월 10일, 러셀 보트(Russell Vought) OMB 국장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고가 시작되었다"고 공식 선언하며 대규모 해고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닷새 후인 15일, 그는 '찰리 커크 쇼(Charlie Kirk Show)'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통보된 4,000여 건의 해고는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며 최종 해고 규모는 "아마도 1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트 국장은 "미국 납세자와 국민을 위해 공세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료 조직을 폐쇄하는 데 있어 매우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해고 전략은 보수 진영의 정책 제안서인 '프로젝트 2025'의 청사진을 직접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보트 국장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설계자 중 한 명으로,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연방정부 규모를 극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이후 이미 다른 수단들을 통해 연방 인력을 약 20만 명 가까이 감축한 상태였다.
행정부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 백악관 대변인과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은 해고 조치가 민주당에 의해 강요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보트 국장은 셧다운을 "전례 없는 기회"이자 '민주당 성향의 기관들'에 속한 직원들을 해고하고 프로그램을 삭감할 수 있는 "은쟁반에 담긴 선물"이라며 환영했다.
법적 공방과 사법 개입
해고 조치는 격렬한 법적 공방을 야기했다. 미국 연방공무원노조(American Federation of Government Employees, AFGE)와 미국 주·카운티·시 공무원노조(American Federation of State, County, and Municipal Employees, AFSCME)를 필두로 한 연방 공무원 노조들은 셧다운 중 해고 처리가 '자금부족방지법(Antideficiency Act, ADA)'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은 연방 기관이 의회로부터 승인된 예산을 초과하거나 사전에 자금을 지출 또는 채무를 부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노조들은 해고가 퇴직금 지급, 행정 처리 비용 등 정부에 새로운 재정적 의무를 발생시키는 복잡한 절차이며, 인사 담당 직원들의 해고 처리 업무는 생명이나 재산 보호를 위한 '필수'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행정부는 대통령이 우선순위에 맞춰 인력을 재편할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일시적 예산 부족이 해당 기관의 법적 의무를 사실상 무효화시키므로 관련 프로그램과 소속 직원을 해고할 재량권을 갖는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9월 30일 해고 조치가 위법하고 자의적이며 변덕스러운 행정 행위라며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10월 15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의 수잔 일스턴(Susan Illston) 판사는 노조의 '임시 접근 금지 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 TRO)' 신청을 받아들여 해고 조치를 즉각 중단시켰다.
일스턴 판사는 판결에서 노조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며, 행정부가 법을 회피하기 위해 셧다운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성향의 기관들'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발언과 같은 행정부의 정치적 동기를 부적절한 행위의 증거로 명시적으로 인용했다. 판사는 "인간적 비용은 용납될 수 없다"고 선언하며 행정부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취약 계층 타격하는 표적 해고
10월 15일까지 발표된 첫 번째 해고 물결은 특정 이념적 목표에 따라 규제, 민권, 사회 안전망 기능을 수행하는 부서에 집중됐다.
재무부에서 약 1,446명, 보건복지부(HHS)에서 1,100명 이상, 교육부에서 466명, 주택도시개발부(HUD)에서 400명 이상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총 약 4,232명이 초기 해고 대상이 됐다.
교육부의 경우 150억 달러 규모의 '장애인 교육법(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IDEA)'을 관리하는 특수교육 및 재활서비스국(OSERS)이 약 200명의 직원 중 단 5명 정도만 남기고 사실상 해체됐다. 이로 인해 교육부는 각 주에 자금을 분배하고, 연방법 준수 여부를 감독하며, 수백만 장애 학생의 권리를 보호할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이미 이전 감축으로 인력이 절반으로 줄었던 민권사무국(OCR) 역시 추가 해고의 타격을 입어 차별 불만 조사 역량이 더욱 약화됐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청(SAMHSA), 전략적 준비 및 대응 관리국(ASPR) 등이 해고 대상이 됐다. 특히 CDC에서는 1,300건 이상의 해고 통지가 발송됐으나, 이후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약 700건이 철회되는 혼란이 벌어졌다. 철회 대상에는 전염병 발생 시 최전선에 투입되는 정예 조직인 역학 정보 서비스(Epidemic Intelligence Service) 요원들도 포함돼 있었다.
국토안보부에서는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관련 주장을 반박했던 전임 국장이 속했던 사이버보안 및 기반시설 안보국(CISA)이 표적이 됐다. 주택도시개발부에서는 공정 주택법 집행 및 저소득층과 노숙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약화됐다.
분열된 정치권과 여론
민주당과 공무원 노조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분노를 표출하며, 이번 해고 조치가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잔인한 정치적 술수라고 규탄했다. 그들은 행정부가 연방 공무원들을 "정치적 볼모"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척 슈머(Chuck Schumer)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같은 주요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의도적인 혼란"이라고 칭하며, 행정부가 고의로 고통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밴 홀런(Chris Van Hollen) 상원의원은 셧다운 때문에 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행정부를 법정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은 셧다운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면서도 대규모 해고 전술에 대해서는 분열된 반응을 보였다. 상원 세출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상원의원은 보트 국장의 영구 해고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리사 머카우스키(Lisa Murkowski) 상원의원 역시 해고 발표가 "시의적절하지 못하고" "징벌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JD 밴스 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지도부는 이러한 결정을 내릴 행정부의 권리를 옹호했다. 존슨 의장은 민주당이 법적 도전을 계획한다면 "해볼 테면 해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여론 조사 결과 미국 대중은 셧다운의 책임을 대체로 양당 모두에게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공화당에, 63%가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책임을 전적으로 민주당에 돌리려는 행정부의 시도가 일반 대중에게는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통치 구조의 미래에 던지는 질문
2025년 10월의 사건들은 미국 정부 셧다운의 본질과 목적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의 셧다운이 당파적 교착 상태와 타협 실패의 결과물이었던 것과 달리, 2025년 셧다운은 행정부에 의해 정상적인 입법 절차로는 불가능했을 연방정부의 영구적 재편을 위한 공격적 도구로 적극 활용됐다.
자금 부족 사태를 빌미로 대규모 해고를 시도한 것은, 비록 법원에 의해 일시적으로 저지됐지만,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이는 비당파적인 공무원 조직을 정치적 표적으로 삼고, 행정적 위기를 이념적 숙청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일스턴 판사의 임시 접근 금지 명령은 급한 불을 끈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자금 부족 시 행정 권한의 한계와 자금부족방지법의 온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법적, 헌법적 질문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2025년 10월의 사건들은 즉각적인 피해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 통치의 근본적 성격을 둘러싼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미래 갈등을 예고하며, 미국이 겪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의 더 불안정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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