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400명이 넘는 한국인이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귀국길에 올랐다. 정명규 캄보디아 한인회장의 이 증언은 지금 동남아시아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위기의 규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수익 아르바이트 제안에 속아 캄보디아로 향했던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사망한 사건은 이 범죄 기업이 요구하는 최종적인 대가가 무엇인지를 명백히 드러낸다.
이는 무작위 납치 사건이 아니다. 강제적인 범죄 노동을 목적으로 하는 고도로 조직화된, 산업적 규모의 인신매매 시스템이다. 피해자들은 금전 갈취의 대상이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 한 온라인 사기 범죄에 동원되는 비자발적 가해자로 전락한다. 초국가적 범죄 조직의 이동, 캄보디아 현지의 묵인 혹은 유착적인 통치 환경, 그리고 한국 청년층의 경제적 취약성 착취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결합된 완벽한 폭풍이 지금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폭발하는 위기, 숨겨진 피해자들
공식 통계가 보여주는 위기의 증가세는 가히 충격적이다. 2022년 단 1건에 불과했던 캄보디아 내 한국인 감금 피해 신고는 2023년 17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본격적인 위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외교부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220건으로 폭증했고, 이 문제는 중대한 외교 및 안보 현안으로 부상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8월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만 330건에 달해, 불과 8개월 만에 전년도 전체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외교부는 별도로 현지 공관에 접수된 구조 요청 건수 역시 올해 3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가 8월까지 330건의 피해 신고를 집계한 반면, 정명규 한인회장은 같은 기간 동안 400명 이상의 구조 활동을 지원했다고 증언했다. 이 수치 차이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공식 통계는 외교 공관이라는 공식 채널을 통해 접수된 가시적인 위기를 반영하는 반면, 한인회의 수치는 공식 채널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접근할 수 없는 피해자들이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숨겨진 위기의 규모를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취업 또는 노동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입국한 후 8월 기준으로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80여 명의 존재는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 이들은 아직 공식적인 피해자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신고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작년 1월부터 올해 10월 13일까지 캄보디아 출국자 관련 실종 및 납치 의심 신고 32건을 접수했다. 이처럼 분산된 데이터는 종합적인 실태 파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역설의 굴레
캄보디아 당국에 의해 체포된 한국인 중 상당수는 사실상 인신매매의 피해자로서 범죄 행위를 강요받은 이들이다. 7월과 9월, 현지 경찰의 온라인 스캠 조직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90명이 현장에서 검거되었다. 이들은 가해자로 취급되어 열악한 환경의 구치소에 수개월간 구금된 후 조사를 받고 추방 절차를 밟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피해자 구출 및 지원 활동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에도 46명의 한국인이 체포되었으며, 올해 7월 기준으로 144명이 구금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단순히 공식 통계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의 실제 규모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교한 덫, 단계별 착취 시스템
범죄 조직은 주로 텔레그램(Telegram)과 같은 소셜 미디어나 일반 취업 사이트를 통해 사기성 구인 광고를 게시한다. 광고는 디자인, 번역, 정보기술(IT) 지원 등 특별한 기술 없이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액 알바를 제안한다. 월 350만~40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급여, 숙식 및 항공권 제공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경제적으로 취약한 20대 사회초년생들을 주요 표적으로 삼는다. 정 회장의 지적처럼, 캄보디아는 단순 노동으로 이러한 고수익을 얻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나라지만, 피해자들은 이러한 현지 실정을 알지 못한 채 기만적인 제안에 현혹된다.
피해자가 캄보디아에 도착하는 순간, 조직원들은 그들을 맞이하여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여권과 휴대전화를 즉시 압수한다. 이후 피해자들은 프놈펜(Phnom Penh), 시아누크빌(Sihanoukville) 또는 베트남(Vietnam) 접경 지역 등에 위치한 고립된 장소로 이송된다. 이 장소들은 과거 카지노나 리조트로 사용되었던 건물들로, 높은 담벼락과 철조망, 무장 경비원들에 의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요새화된 감금 시설이다.
감금된 피해자들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교한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강제로 동원된다. 여기에는 주식 리딩방으로 알려진 투자 사기,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정해진 대본과 할당량을 부여받고,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며 끊임없는 감시를 받는다.
조직은 잔혹한 통제 시스템을 통해 복종을 강요한다. 항공료와 체류비를 빌미로 거액의 빚을 지게 만들어 심리적, 경제적으로 탈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채무 속박을 사용한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저항의 기미를 보이면 구타와 전기충격기를 이용한 고문 등 극심한 신체적 폭력이 가해진다. 또한, 다른 피해자가 고문당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심리적 테러도 자행된다.
몸값이 아닌 노동력, 범죄 비즈니스 모델의 실체
이러한 운영 구조는 이 범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전통적인 의미의 납치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조직은 피해자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지 않는다. 조직의 주 수입원은 피해자들이 강제로 저지르는 사기 범죄로부터 발생한다. 한 조직은 불과 53명의 피해자로부터 37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피해자는 몸값 협상을 위해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수익 창출을 위해 사용되는 자산 또는 노동력이다. 한국어 구사 능력과 문화적 이해도를 가진 피해자들은 자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 범죄에서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이러한 분석은 대응 전략의 초점이 단순한 인질 구출을 넘어, 범죄 조직의 수익 모델 자체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즉, 사기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범죄에 사용되는 대포통장과 같은 기반 시설을 와해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캄보디아, 왜 범죄의 온상이 되었나
주로 중국계가 주도하는 초국가적 범죄 조직들은 다른 지역에서 법 집행 압력이 거세지자 캄보디아로 거점을 옮겼다. 특히 올해 초 한국 정부가 태국(Thailand), 미얀마(Myanmar), 라오스(Laos) 접경 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자, 이들 조직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캄보디아로 활동 무대를 이전했다. 골든 트라이앵글에 대한 단속 강화 직후 캄보디아 내 피해 신고가 폭증한 통계는 이러한 풍선 효과를 명백히 뒷받침한다.
이들은 소규모 갱단이 아닌,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대규모 초국가적 조직으로, 대부분 중국계 범죄자들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태자단지(太子园区), 망고단지(芒果园区) 등 거대한 복합 시설에서 활동하는데, 이 시설들은 사실상 범죄만을 위한 자급자족형 도시에 가깝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같은 인권 단체들은 캄보디아 전역에 걸쳐 수십 개의 이러한 범죄 단지를 확인했으며, 이는 범죄가 산업적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처럼 거대하고 공공연한 범죄 단지가 버젓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은 현지 권력층의 높은 수준의 부패와 유착 관계가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현지의 선교사나 교민 사회 지도자들은 범죄 단지의 위치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는 경찰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감을 표하며, 이는 당국의 공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유엔(UN)과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는 캄보디아 당국이 이러한 범죄 단지 내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을 공모했거나 의도적으로 방치했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한다. 미국 평화 연구소(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는 캄보디아의 사기 산업 규모가 연간 125억 달러(약 17조 원) 이상으로,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부패한 관리들이 범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막대함을 시사한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언론의 보도 이후 간헐적으로 단속을 벌이기는 하지만, 이는 종종 조직의 핵심부를 건드리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이 시설들은 단순한 범죄 조직의 은신처가 아니다. 높은 담벼락, 감시탑, 수천 명을 수용하는 대형 건물 등 이들의 물리적 기반 시설은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들의 위치는 지역 사회, 언론, 외국 대사관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아무런 제재 없이 운영된다는 사실은 이들이 국가가 용인하는 범죄 특별 구역과 같은 성격을 띤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패한 관리들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국제 사회를 겨냥한 범죄가 묵인되는 구조인 것이다.
정부의 대응, 그 한계와 과제
외교부는 10월, 16년 만에 제2차 한-캄보디아 영사협의회를 개최하여 급증하는 취업사기 문제에 대한 캄보디아 측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또한 프놈펜 주재 대사관의 경찰 인력을 증원하고, 프놈펜, 시아누크빌 등 위험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국내적으로는 법무부, 경찰,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해외보이스피싱 사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국내 취업 사이트의 해외 채용 공고 검증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사후약방문식이며 불충분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한계는 캄보디아 내에서 직접적인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사관은 직접적인 구조 활동을 할 수 없으며, 피해자에게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등 조력자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범죄 조직을 단속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수백 명을 체포하는 대규모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피해자 비난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캄보디아 경찰은 일부 사건을 단순 노사분규로 치부하거나, 피해자들이 빚을 갚지 않거나 무료로 귀국하기 위해 거짓 신고를 한다고 주장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진정한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데 심각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시민사회, 공백을 메우는 제1의 대응자
정부의 공식 채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캄보디아 한인회와 시아누크빌의 오창수 선교사와 같은 현지 교민 사회가 사실상의 최전선 구조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감금된 피해자들로부터 필사적인 구조 요청 메시지를 받고, 신뢰할 수 있는 현지 인맥을 통해 탈출을 돕고, 탈출자에게 안전한 쉼터와 지원을 제공한다. 이들의 활동은 위험을 무릅쓰고 공식 채널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한국인 피해자를 위한 소통 창구인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 설치를 촉구하는 등 강력한 정부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공식적인 피해자 신고 절차는 피해자가 아닌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관료주의적 미로와 같다. 공식 절차에 따르면, 휴대전화도 없이 감금된 피해자가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캄보디아 경찰에 상세한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서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정확한 위치, 건물 사진, 여권 사본, 현재 얼굴 사진, 그리고 구조를 원한다는 본인의 영상 메시지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지속적인 감시와 폭력의 위협 아래에 있는 피해자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요구사항이다. 모든 증거 수집의 부담을 공포에 질린 고립된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설령 신고에 성공하더라도 경찰은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즉각 출동하지 않으며, 구조까지 최대 일주일이 소요될 수 있다. 이 시간은 범죄 조직이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증거를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 절차는 신속한 구조를 촉진하기보다는, 완벽하게 문서화된 소수의 사건만 처리하고 당국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높은 관료적 장벽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들의 증언, 트라우마의 깊이
피해자 대다수는 20대 청년으로, 첫 직장을 구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손쉬운 고수익의 유혹에 취약한 계층이다. 이들은 단순히 순진해서 속은 것이 아니라, 정교한 심리적, 경제적 조작의 희생자들이다.
생존자 서 씨의 증언은 참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베트남 국경 근처의 한 건물에 도착한 후 탈출 계획이 발각되어 26일간 감금되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침대에 수갑으로 결박된 채 전기충격기로 고문을 당했다. 또 다른 피해자 A씨는 디자인 업무 제안에 속아 캄보디아로 갔다가 보코산 지역의 한 건물에서 다른 한국인 13명과 함께 마약 운반, 보이스피싱 등 불법 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증언했다. 생존자들은 끊임없는 공포, 다른 이들이 구타당하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고통, 그리고 자국민을 속여야 했던 도덕적 상처를 토로한다. 이 경험은 깊고 영구적인 트라우마를 남긴다.
탈출은 극히 드물고 매우 위험하다. 구조는 종종 가족이나 한인 사회에 비밀리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경찰에 의해 구조된 이후에도 피해자들은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한다. 이들은 범죄 가담 혐의로 캄보디아 이민국에 의해 열악한 환경에서 수개월간 구금되어 조사를 받은 후에야 추방될 수 있다. 이러한 2차 피해는 피해자들이 공식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범죄 조직으로부터 탈출하거나 구조된 피해자는 자유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들은 강제로 불법 행위에 가담했고 관광 비자로 입국하여 노동을 했다는 이유로 캄보디아 당국에 의해 즉시 용의자로 취급된다. 이후 열악한 환경으로 묘사되는 구금 시설에서 추방 전까지 수개월간 갇히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의 자유는 다시 박탈되며, 낯선 법률 시스템 하에서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 과정은 국가에 의한 제2의 감금으로 기능한다.
현대판 노예제에 맞서는 길
캄보디아 내 한국인 감금 위기는 초국가적 조직범죄, 캄보디아의 심각한 거버넌스 실패, 그리고 한국 내 경제적 불안정성 착취가 결합하여 발생한 체계적인 현대판 노예제 문제이다. 현재의 대응은 선의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이며, 이러한 규모와 성격의 위협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사후 대응에서 선제적 와해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영사 경고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범죄 와해 활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찰청, 국가정보원과 함께 한국 내 모집책 및 자금 세탁 인프라를 추적하고 해체하는 전담 합동 태스크포스를 상설 운영해야 한다.
외교적 압박 수위도 격상되어야 한다. 캄보디아와의 양자 관계에서 범죄 단지 해체를 최우선적이고 협상 불가능한 의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향후 경제 원조 및 투자를 이 문제 해결의 가시적인 성과와 연계하고, 유착 관계가 드러난 현지 관료들의 명단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압박해야 한다.
한인회 및 현지 구호 단체들의 활동을 국가 대응 전략에 공식적으로 통합하고, 이들의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들을 비공식적 조력자가 아닌 필수적인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구조 직후부터 법률, 재정, 심리적 지원을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탈출 후 프로토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 캄보디아 당국에 의한 피해자 구금을 막기 위해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한국의 영사 조력은 단순히 구조의 순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구조 이후의 전 과정으로 급진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피해자들이 캄보디아 법률 시스템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전담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이들이 범죄자가 아닌 인신매매 피해자로 신속히 처리되도록 외교적 개입을 강화하며, 국가 구금 시설을 피할 수 있는 안전가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술 플랫폼 및 취업 포털은 비현실적으로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저숙련 해외 취업 공고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인적 모니터링을 통해 의심스러운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삭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반적인 경고를 넘어선 표적화된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공격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포함하고, 텔레그램 면접, 항공권 무료 제공, 캄보디아 디자인 직무 등 구체적인 유인 수법과 위험 신호를 상세히 알려 위협을 실질적이고 인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는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면, 그것은 덫입니다"가 되어야 한다.
올해만 400명이 넘는 한국인이 구조되었다는 사실은 위기의 규모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아직도 수많은 이들이 캄보디아의 범죄 단지에서 고통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이며,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사회의 총체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요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자녀, 형제, 친구가 캄보디아 어딘가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