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MO 본부/WMO 자료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온실가스 연보'는 지구 기후 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수치들로 가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423.9ppm(백만분율)을 기록하며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인류가 본격적인 산업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인 1750년과 비교해 52퍼센트나 증가한 수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2024년 한 해 동안의 증가 폭이 3.5ppm에 달해 현대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연간 증가율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격한 증가가 단순히 화석연료 사용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이 빈번해지고, 숲과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약화되면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산화탄소만 문제가 아니다. 메탄(CH4) 농도는 지난해 평균 1942ppb(10억분율)를 기록하며 산업화 이전 대비 무려 266퍼센트 급증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수십 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주로 농업과 폐기물 관리 과정에서 배출된다. 농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2O) 역시 산업화 이전보다 125퍼센트 증가하며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셀레스테 사울로(Celeste Saulo)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명백한 경고"라며, "우리는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제한 목표 궤도에서 명백히 이탈하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과거 지구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였던 시기는 300만 년에서 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구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2도에서 3도 높았고, 해수면은 최대 20미터나 더 높았다. 현재의 온실가스 농도 증가는 폭염, 가뭄, 홍수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을 더욱 빈번하고 강력하게 만들고, 바닷물의 산성화를 가속화하여 지구 전체의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도까지 억제하기 위한 전 지구적 약속이다. 각국은 스스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5년마다 이를 점검하며 더 높은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의 이번 발표는 현재 국제사회의 노력이 기후 위기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곧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에서 각국이 더욱 과감하고 구체적인 감축 계획과 실행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역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바탕으로 배출권거래제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녹색 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진 만큼, 더욱 신속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기상기구의 이번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기후 위기 대응을 외교 및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여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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