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 최원호 위원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전용 심사 지침 개발을 이달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i-SMR의 표준설계인가 신청에 대비해 전용 심사 지침 개발을 12월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규제 철학의 근본적 전환에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사업자와 소통에 조금 조심스러워했는데 안전성을 증진하려면 사업자와 소통해 안전 문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 안전과 시설 안전을 최우선에 두면서도 철저한 과학 기반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2022년부터 규제기관과 개발자가 참여하는 'i-SMR 사전 설계 검토 협의체'를 운영해왔다. 최 위원장은 "i-SMR 개발 단계부터 연구개발을 같이 해오며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며 "i-SMR 사업자가 제출한 기술 보고서 21건 중 13건에 대해 이미 검토 보고서가 제공됐고, 8건은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의지는 예산 증액에서도 드러난다. SMR 규제 연구 예산은 2023년 약 25억 원에서 2025년 약 188억 원으로 7.5배 이상 확대됐다. 이 예산은 'SMR 규제 연구 추진단'을 통해 표준 설계뿐만 아니라 건설, 운영, 해체 등 전 주기에 걸친 규제 요건을 개발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사전설계검토제 도입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세대 원자로 사전검토제 신설법'은 개발자가 설계의 일부나 특정 기술적 주제에 대해 사전에 규제 기관의 검토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 위원장은 "현행 체계는 외국 사업자 등을 심사하기에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사업자의 심사 수요 증가에 따른 대응책도 제시됐다. 최 위원장은 "해외 사업자가 한국의 원전 제작 강점과 협력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심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에 심사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덴마크의 시보그 테크놀로지스(Seaborg Technologies)다. 시보그는 삼성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용융염원자로를 활용한 부유식 발전 설비를 개발 중이며, 이미 한국 원안위에 심사를 타진하고 있다.
한편 최 위원장은 "심사 물량이 급증하면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i-SMR 개발, 계속운전 심사, 해외 SMR 검토 요청이 겹치면서 규제 인력의 업무 부하가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11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및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와 맞물려 원안위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팩트시트는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명시했으며,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일 열린 한-국제원자력기구(IAEA)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이철 외교부 국장은 IAEA 측에 핵잠 도입 및 농축·재처리 합의 내용을 설명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면서 투명하게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안위는 기술적 차원에서 이를 보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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