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업계에서 적발한 고중량 수입 금팔찌/사진=외교신문
중국에서 제조돼 국내로 밀반입되는 텅스텐(Tungsten) 코어 금 위조품이 귀금속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30돈(약 112.5g) 중량의 금팔찌가 비파괴 정밀 감정에서 99.8% 고순도로 판정되는 사례가 포착되면서, 현행 감정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조범들은 금(19.32g/㎤)과 밀도가 거의 같은 텅스텐(19.25g/㎤)을 심재로 사용하고, 그 위에 50~10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순금을 입혀 X선 형광 분석기(XRF)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밀도 차이가 0.36%에 불과해 일반적인 비중 측정법으로는 진위 구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XRF는 시료 표면에 X선을 조사해 성분을 분석하는 장비로, 귀금속 거래소와 전당포에서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이 장비의 X선 투과 깊이는 10~20㎛에 불과해, 두꺼운 금 코팅층 아래 텅스텐 심재를 탐지하지 못한다. 감정기는 표면의 순금층만 인식해 "Gold: 99.8%"라는 결과를 출력하게 된다.
위조품 제조 원가는 개당 70만원 내외로 추산된다. 텅스텐 원자재(110g)가 1~2만원, 표면 코팅용 순금(3~5g)이 40~60만원, 가공비가 10만원 수준이다. 반면 진품 30돈 팔찌의 국내 시세는 약 1200만원으로, 개당 1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수익률이 1500%를 상회하는 셈이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자원 패권국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텅스텐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수출 통제를 강화했지만, 이는 원자재에 집중돼 있다. 가공된 제품 형태의 수출에 대해서는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광둥성 귀금속 제조 단지 일부가 음성적으로 위조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금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 현상도 밀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와 원화 약세로 국내 금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10~20% 높게 형성되고 있다. 국제 금 시세가 1kg당 9000만원일 때 국내에서는 1억500만원에 거래되는 식이다.
유튜브 등을 통해 보고된 피해 사례를 보면, 위조품의 교묘함을 알 수 있다. 한 피해자는 "30돈짜리 금팔찌를 차니 묵직하고 뿌듯했다"고 진술했다. 텅스텐 위조품은 일반 도금 제품과 달리 무게감이 진품과 같거나 오히려 더 무거워 의심을 사지 않는다. 거래 시점과 가짜 판명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어, 바꿔치기 여부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XRF 단일 검사에 의존하는 관행을 버리고 다중 검증 프로토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도도 측정이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꼽힌다. 금의 전기 전도율은 45MS/m인 반면 텅스텐은 18MS/m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초음파 검사도 효과적이다. 금 내부의 음속은 3240m/s, 텅스텐은 5174m/s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 금업계 종사자는 "10돈 이상 고중량 금 제품 거래 시 반드시 전도도 테스트를 병행하도록 하는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 "공항만 보안 검색대에 이중 에너지 X선 판독 기능을 강화하고, 중국 측에 위조 귀금속 제조 공장 단속을 요청하는 등 한·중 세관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시세보다 5~10% 저렴한 금은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세금 없는 뒷금'이라며 접근하는 경우 99% 텅스텐 위조품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공인 감정기관의 태극마크나 금자 마크가 없는 제품, 출처 불명의 중국어·영어 혼용 보증서가 첨부된 제품은 거래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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