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OOC의 Shenhai-1(심해 1호) 가스전은 2021년 이후 80억 입방미터 이상의 가스와 80만 입방미터의 응축유를 생산했다 / SCMP 캡춰

중국이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석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달 초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2019년 이후 석유 탐사 및 생산(E&P)에 약 4,680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6개월간의 석유 개발 지출보다 25% 증가한 규모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로 페트로차이나는 전 세계 석유·가스 개발 분야 최대 투자자로 부상했다.

국내 생산 급증, 자급자족 박차

중국 석유 대기업 CNOOC는 지난달 파이프라인 네트워크가 1만 킬로미터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남중국해에서 새로운 해상 유전을 발견한 이 회사는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1만 3천 킬로미터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CNOOC 등 중국의 국영 석유 3사는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바로 국내 석유 및 가스 공급 확대다. 수입보다 국내 생산이 가장 안전한 공급 방식이라는 판단에서다.

페트로차이나 인터내셔널의 황잉차오 천연가스 담당 부사장은 최근 업계 행사에서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다"며 "가스와 LNG는 수돗물과 생수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수돗물이 더 저렴하고 믿을 수 있으며 물류도 간편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재고 비축도 가속화

중국은 생산 증대와 함께 원유 비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분석가들은 중국의 원유 재고량을 12억~13억 배럴로 추산한다. 중국은 매일 약 100만 배럴의 속도로 원유를 저장해 왔다.

중국의 10월 원유 수입량은 일평균 1,140만 배럴로 9월(1,150만 배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연초 부진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연중 대부분 기간 높은 가격으로 원유를 수입해 왔다. 재고 축적이 주요 목적이었다.

새로운 저장 용량 구축도 진행 중이다. 총 1억 6,900만 배럴 규모의 새 저장 시설이 올해와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는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건설된 1억 8,000만~1억 9,000만 배럴 규모에 이은 대규모 투자다.

러시아 제재 여파, 단기 수입 중단

미국의 러시아 석유 제재 이후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이 러시아의 최대 수출국 두 곳을 직접 제재하자, 중국 3대 석유 기업은 최소한 단기적으로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했다. 중국 항구로 향하던 선박들이 발길을 돌리고 주문 취소가 이어졌다.

천연가스 부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두 달 전 중국과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 2호' 파이프라인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연간 1,000억 입방미터 이상의 수출 용량을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고민

중국의 자급자족 전략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에게 악재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와 업계 수익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0년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의 60%를 주도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국내 공급이 수요 증가분을 더 많이 충당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수요 증가 추세 둔화는 시장 심리 악화로 이어져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고, 석유 메이저들의 수익에도 타격을 입혔다.

거대 석유 기업들은 향후 수년, 수십 년 동안 중국이 LNG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재생에너지·전기차로 종합 전략 완성

중국의 에너지 자립도 제고는 화석연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풍력, 태양광, 전기차도 이러한 전략의 핵심 축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용량을 구축했다. 기후 옹호론자들은 이를 배출량 감축의 주요 성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국내 에너지 공급 확대라는 전략적 목표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운송 부문의 석유 수요를 줄였다. 다만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베이징은 자급자족과 장기 수입 안보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의 미칼 메이단 중국 연구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주요 석유 기업들은 시장뿐만 아니라 생산량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며 스스로도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석유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러한 성과로 통제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석유 수요가 아직 감소 단계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국내 공급으로 석유와 가스 수요를 더 많이 충족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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