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신문


일본 도호쿠(Tohoku) 지방 아오모리현(青森県) 해역에서 8일과 12일 연이어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일본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거대지진 주의보(Megaquake Advisory)'를 발령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8일 규모 7.5 지진 직후 발령된 주의보 기간 중 12일 규모 6.9의 강진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일본의 최신 방재 시스템이 실전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일본 기상청(JMA)에 따르면 8일 오후 11시 15분(일본시간)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八戸市) 동쪽 약 80km 해역, 깊이 44~50km 지점에서 기상청 규모(Mj) 7.5, 모멘트 규모(Mw)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서는 진도 6강(6 Upper)의 격렬한 흔들림이 관측됐으며, 홋카이도(北海道) 하코다테시(函館市)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진도 5약 이상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3분 후인 11시 18분 아오모리현 태평양 연안, 이와테현(岩手県), 홋카이도 태평양 연안 등에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Tsunami Warning)를 발령했다. 실제로 이와테현 쿠지항(久慈港)에서 최대 70cm, 하치노헤항 등지에서 20~50cm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경보는 약 3시간 30분 후 주의보로 하향 조정됐으며, 다음 날인 9일 오전 6시 20분 전면 해제됐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 정부가 2022년 12월 도입한 '홋카이도·산리쿠 해역 후속 지진 주의보(Subsequent Earthquake Advisory)'를 사상 처음으로 발령했다는 점이다. 일본 기상청과 내각부 재해대책본부는 과거 통계 데이터를 근거로, 규모 7.0 이상 지진 발생 후 동일 지역에서 1주일 이내 규모 8.0 이상 거대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평상시의 약 100배인 1% 수준으로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비록 1%라는 수치는 절대적으로 낮지만, 규모 8.0 이상 지진이 가져올 수 있는 최대 19만 9천 명 사망이라는 파멸적 피해를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증가로 판단됐다.

주민들의 긴장이 지속되던 12일 오전 11시 44분,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한 강력한 지진이 재발생했다. 아오모리현 동쪽 해역, 깊이 약 20km 지점에서 기상청 규모 6.9(초기 발표 6.7)의 지진이 일어났다. 기상청은 즉각 홋카이도 태평양 연안, 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현(宮城県)에 예상 파고 1m의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했다. 홋카이도 에리모(襟裳) 관측소와 아오모리현 하치노헤항에서 20cm의 쓰나미가 관측됐으며, 주의보는 약 2시간 후인 오후 1시 40분~2시 전면 해제됐다.

12일 지진의 규모는 초기 6.7에서 6.9로 상향 수정됐다. 이는 단순한 오류 정정이 아닌 지진 관측 기술의 특성을 반영한 정밀화 과정이다. 초기 발표는 진앙 인근 소수 관측소 데이터만으로 신속히 산출한 속보치로, 쓰나미 경보 발령 여부를 결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후 전국 고감도 지진 관측망 데이터가 취합되면서 지진의 실제 에너지가 초기 추정보다 약 2배 가까이 컸다는 점이 확인됐다. 규모 0.2 차이는 에너지로 환산하면 약 1.58배에 해당한다.

원자력 시설 안전성도 주목받았다. 아오모리현은 일본 핵연료 사이클 정책의 핵심 거점인 롯카쇼무라(六ヶ所村) 재처리 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12월 8일 지진 당시 재처리 공장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약 450~480리터의 방사능 오염수가 지진파와 수조 내 물의 고유 진동수가 공진하는 슬로싱(Sloshing) 현상으로 넘쳤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운영사인 일본원연(JNFL)은 유출된 물이 건물 내부 방사선 관리 구역에 머물렀으며 외부 환경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다. 수조의 냉각 기능과 수위 유지 기능은 정상 작동했다. 12일 지진 이후에는 추가 슬로싱이나 설비 이상이 보고되지 않았다.

히가시도리(東通) 원전(아오모리현)과 오나가와(女川) 원전(미야기현)도 두 차례 지진 모두에서 설비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12월 8일 지진 발생 직후 후쿠시마 제1원전의 ALPS 처리수 해양 방류를 긴급 중단했다. 이는 설비 고장이 아닌 진도 5약 이상 지진 발생 시 방류를 즉각 중단한다는 사전 운영 매뉴얼에 따른 예방적 조치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현장에서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두 차례 지진 발생 직후 "인명 구조 최우선(Prioritizing human life above all else)" 원칙을 천명하며 신속한 대응을 지시했다. 총리 관저 지하 위기관리센터는 12월 8일 지진 발생 1분 만인 오후 11시 16분 대책실을 설치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다카이치 총리는 12일 지진 직후에도 "정기적인 지진 대비를 재점검하고 흔들림이 느껴지면 즉시 대피할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주변국에도 파장이 일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특히 지진 피해 지역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어 예약 취소 문의가 급증했으나 대규모 귀국 행렬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 기상청은 12일 아오모리 지진에 대해 "한반도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신속히 발표했다. 일본 도호쿠 지방 앞바다 태평양 측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일본 열도 자체가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동해를 접한 한국 해안에 도달하기 어렵다.

일본 기상청과 내각부는 12일 지진을 8일 지진의 여진 활동으로 규정하면서도, 지진 활동이 활발한 상태이므로 주의보 해제 시점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태는 현대 지진학이 가진 예측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확률적 경보 시스템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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