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민주당 소속 세스 매거지너(Seth Magaziner) 의원/보도영상 캡춰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가 11일(현지시간) 개최한 청문회에서는 최근 미국의 강경한 이민 집행 과정에서 참전용사가 추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한국계 참전용사 박세준(Sae Joon Park) 씨가 화상으로 출석하자, 크리스티 놈(Kristi Noem) 국토안보부 장관의 “We do not deport U.S. citizens or veterans(우리는 미국 시민이나 참전용사를 추방하지 않는다)”라는 기존 발언과 모순되는 상황이 즉각 제기되었다.
청문회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민 정책 인식 차이를 선명히 보여주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행정부의 강경한 국경 관리 정책을 옹호했으나, 민주당 소속 세스 매거지너(Seth Magaziner) 의원은 태블릿을 통해 추방된 박 씨를 연결하며 “당신의 리더십에 가장 큰 문제는 선한 이와 악당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Your greatest failure of leadership is the inability to tell the difference between a good person and a bad actor)”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티 놈(Kristi Noem) 국토안보부 장관 발언 모습/보도영상 캡춰
박세준 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7세에 미국으로 이민했고, 19세에 미 육군에 입대해 1989년 파나마 침공(Operation Just Cause)에서 두 차례 부상을 당해 퍼플하트(Purple Heart)를 수여받았다. 전역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약물 문제로 범죄 이력이 생겼으며,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14년간 재활과 정착을 시도했다. 그러나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업무 지침 변경 이후 강제 추방 위험이 커지면서 결국 한국으로 자진 출국했다.
청문회에서는 두 번째 사례로 걸프전 참전 퇴역군인 짐 브라운(Jim Brown)의 아내 도나 휴즈-브라운(Donna Hughes-Brown)의 사건도 언급되었다. 도나 씨는 48년간 미국에 거주한 영주권자임에도, 과거 80달러 규모의 소액 부도 기록을 이유로 입국 심사 과정에서 구금돼 4개월 이상 억류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은 이를 “비인도적 처우”라고 규정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문맥 핵심은 4월 ICE가 기존 지침(Directive 10039.2)을 폐기하고 새로운 지침(Directive 10039.3)을 적용한 데 있다. 이전 지침은 군 복무를 ‘중대한 참작 사유’로 인정했으나, 새 지침은 군 복무를 면제 사유로 보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며, 의무적 구금(mandatory detention)과 보석 심사 배제 등 실무 변화가 참전용사 추방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문건에서 제기되었다.
이번 사안은 외교·인도주의적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박세준 씨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한국 내 체류 자격(예: 재외동포 비자 F-4)은 형사 처벌 이력이 있으면 발급이 제한될 수 있어 법적 공백 상태에 놓일 우려가 있다. 동시에 재향군인단체는 이 같은 조치가 미군 모병과 동맹국 출신 이민자 군인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놈 장관은 청문회에서 “It is not my privilege, discretion, or duty to choose which laws to enforce(어떤 법을 집행할지 선택하는 것은 나의 특권도, 재량도, 의무도 아니다)”라고 답했으나, 의원들은 이번 조치가 ‘재량 포기’가 아니라 사실상 정책 전환에 따른 결과라고 반박했다. 속기록과 문건은 이번 사례들이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행정 지침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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