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보도영상 캡춰


호주 시드니의 대표적 관광지인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서 14일(현지시간) 오후 6시 45분경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최소 11명이 다쳤다.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Hanukkah)를 기념하는 '바다의 하누카(Chanukah by the Sea)' 축제가 열리던 중 두 명의 무장 괴한이 반자동 소총을 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중 1명은 경찰과의 교전 끝에 현장에서 사살됐고, 다른 1명은 체포돼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구금 중이다. 사망자 10명 중 9명은 무고한 시민이며, 나머지 1명은 사살된 용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 중에는 현장에 출동해 교전을 벌이던 경찰관 2명도 포함됐다.

당시 현장에는 수백 명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촛불 점화식을 기다리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목격자 해리 윌슨(Harry Wilson·30)은 "적어도 10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피가 낭자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목격자 래클란 모란(Lachlan Moran·32)은 "약 5분간 간헐적인 총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총리는 이번 사건을 "충격적이고 비통한 일"이라고 규정하며 국가안보위원회(NSC)를 긴급 소집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작 헤르조그(Isaac Herzog) 대통령은 "하누카의 촛불을 끄려는 비열한 테러"라고 규탄하며 깊은 분노를 표출했다.

호주 유대인 집행위원회(ECAJ)의 알렉스 리브친(Alex Ryvchin)은 이번 공격을 "매우 의도적이고 표적화된(deliberate and targeted)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고조된 반유대주의가 호주에서도 물리적 테러의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은 1996년 포트 아서 학살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법을 시행해 온 호주의 '총기 안전지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복수의 인원이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하고 특정 종교 행사를 노렸다는 점에서, 호주 정보기관(ASIO)이 지난 8월 테러 위협 등급을 '가능(POSSIBLE)'에서 '상당(PROBABLE)'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ASIO의 마이크 버제스(Mike Burgess) 국장은 당시 "안보 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며, 더 많은 호주인이 더 빠르게 급진화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호주 국립 이맘 협의회(Australian National Imams Council)는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폭력과 범죄는 우리 사회에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한국인 피해자는 없으나, 본다이 비치가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와 유학생, 관광객이 즐겨 찾는 지역인 만큼 주시드니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NSW 경찰 및 병원과 핫라인을 유지하며 한국인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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