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퇴치를 위한 캠페인에 보내는 국왕의 특별 메시지/The Royal Family 및 Channel 4 유튜브 영상 캡춰


영국 찰스 3세(King Charles III) 국왕이 약 2년간의 암 투병 끝에 2026년 새해부터 치료 일정을 축소할 수 있게 됐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77세의 국왕은 영국 채널 4(Channel 4) '스탠드 업 투 캔서(Stand Up To Cancer)' 캠페인을 통해 녹화 메시지를 공개하며 "조기 진단, 효과적인 치료적 개입, 그리고 의료진의 지시에 대한 철저한 이행 덕분에 치료 일정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2024년 2월 전립선 비대증 치료 과정에서 암을 진단받은 후 줄곧 치료를 받아왔다. 버킹엄 궁전 측은 국왕의 치료가 "예방적 단계(precautionary phase)"로 전환됐다고 확인했다. 이는 의학적으로 완전 관해(remission)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왕이 완전한 국무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음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된다.

국왕은 런던 클래런스 하우스(Clarence House)에서 녹화한 메시지에서 "영국 내 약 900만 명이 암 검진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며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조기 진단이 생명을 구한다"고 거듭 역설하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검진 참여를 촉구했다.

국왕의 건강 회복 소식에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는 즉각 환영 성명을 냈다. 스타머 총리는 "국왕의 치료 축소 소식은 전 국민을 대변하는 기쁜 소식"이라며 "조기 검진이 생명을 구한다는 국왕의 메시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암 퇴치를 위한 캠페인에 보내는 국왕의 특별 메시지/The Royal Family 및 Channel 4 유튜브 영상 캡춰


◆ '찰스 국왕 효과'...암 검진율 급증

찰스 3세의 투명한 건강 정보 공개는 영국 사회에 '찰스 국왕 효과(King Charles Effect)'라 불리는 파급력을 낳았다. 2024년 초 국왕의 전립선 비대증 진단 발표 직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웹사이트의 전립선 비대증 관련 페이지 방문자 수는 평소 대비 1,000% 이상 폭증했다. 일일 방문자 수는 평소 1,400명 수준에서 1만6,410명으로 급증해 5초당 1명이 해당 정보를 검색한 셈이다.

전립선암 영국(Prostate Cancer UK)의 온라인 위험 체커 이용자 수는 전주 대비 97% 증가해 주간 3,280명에서 6,478명으로 늘었다. 영국 암 연구소(Cancer Research UK)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33% 증가했으며, 맥밀런 암 지원센터(Macmillan Cancer Support) 정보 페이지 조회수는 발표 당일 4만8,304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왕의 개인적 투병 경험 공개가 특히 건강 문제에 소극적인 남성 계층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과거 조지 6세(George VI)나 엘리자베스 2세(Elizabeth II) 시대 왕실이 군주의 건강 문제를 철저히 은폐했던 것과 대비되는 현대적 소통 방식이다.

◆2026년 해외 순방 재개...美·영연방 방문 예정

국왕의 치료 축소 발표는 2026년 영국 외교의 방향이 '수동적 접견'에서 '능동적 순방'으로 전환됨을 예고한다. 찰스 3세는 2026년 봄 미국 건국 250주년(Semiquincentennial)을 기념해 미국을 공식 방문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을 가지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독자적 외교 노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더욱 중요한 일정은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안티구아 바부다(Antigua and Barbuda)에서 열리는 제28차 영연방 정상회의(CHOGM)다. 카리브해 지역은 현재 노예무역 배상금 요구와 공화정 전환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다. 영연방의 수장(Head of the Commonwealth)인 찰스 3세의 직접 참석은 회원국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이탈을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암 진단 이후 찰스 3세는 해외 순방을 자제하고 주요 정상들을 영국으로 초청하는 '인바운드(Inbound) 외교'를 구사해왔다. 올해에만 5월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 6월 나루히토(Naruhito) 일본 천황, 9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12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 독일 대통령 등을 잇달아 맞이하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외교적 입지를 공고히 했다.

특히 12월 초 독일 대통령 국빈 방문 시 국왕은 국빈 만찬 연설에서 "영국과 독일이 우크라이나와 함께하며 러시아의 침략 위협에 맞서 유럽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양국 간 새로운 국방 및 이민 협정인 '켄싱턴 조약(Kensington Treaty)'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 NHS 적체 속 보건 위기 우려도

그러나 '찰스 국왕 효과'의 이면에는 NHS의 구조적 한계라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10월 기준 NHS 잉글랜드 데이터에 따르면, 암 의심 환자가 전문의 진료를 거쳐 첫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62일 이내에 완료된 비율은 68.8%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 목표치 85%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만성적 적체 현상을 보여준다.

국왕의 투병 기간 동안 영국 헌정 체제의 연속성은 2022년 국무참사관법(Counsellors of State Act 2022)에 의해 유지됐다. 윌리엄 왕세자(Prince of Wales)와 카밀라 왕비(Queen Camilla)가 국왕을 대리해 주요 행사를 주관했으나, 찰스 3세는 치료 중에도 국가 서류 결재와 총리와의 주례 회동을 놓치지 않았다. 2026년 치료 축소는 이러한 비상 대리 체제 의존도를 낮추고 정상적인 국정 운영 체제로 완전히 복귀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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