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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외국인 유학생의 아르바이트 취업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 10월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내각이 추진해 온 ‘법치와 질서 있는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30여 년간 유지해 온 유학생 노동 시장의 자율성을 사실상 폐기하고 국가 주도의 엄격한 통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6년부터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에게 입국 시 공항에서 일괄적으로 부여하던 ‘자격 외 활동 허가(Permission to Engage in Activity Other Than That Permitted under the Status of Residence Previously Granted)’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입국 후 학교 배정을 마치고 구체적인 근무처가 정해지면 출입국재류관리청(ISA)이 개별 심사를 통해 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새로운 제도 하에서 유학생은 고용주, 근무 장소, 업무 내용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당국은 해당 업무가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지, 고용주가 적법한지 등을 ‘개별 심사(Individual Screening)’하게 된다. 이는 유학생이 입국 즉시 생계비를 벌 수 있었던 기존의 유연성을 제거하는 조치로, 심사 기간 동안 유학생들이 경제적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감시 체계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27년부터 ‘마이넘버카드(My Number Card·한국의 주민등록증과 유사)’와 재류카드를 연동하여 유학생의 소득과 납세 내역을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서로 다른 사업장에서 일할 경우 근로 시간이 합산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법정 근로시간(주 28시간)을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했으나, 앞으로는 국세청 소득 데이터와 연동되어 총소득을 역산하는 방식으로 근로 시간을 자동 산출해 낸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공정한 사회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외국인 주민에 대한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천명해 왔다. 이러한 강경책의 배경에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우익 포퓰리즘 정당 ‘참정당(参政党)’을 의식한 보수층 결집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참정당은 외국인 밀집 지역의 치안 불안을 쟁점화하며 기존 자민당의 온건 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경제계,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서비스 산업 현장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6월 말 기준 일본 내 유학 목적 체류 외국인은 약 43만 5천 명으로, 이들은 편의점(Konbini)과 물류 산업의 핵심 노동력이다. 일본 프랜차이즈 협회(JFA)에 따르면 도심 편의점 스태프의 최대 50%가 외국인이다. 이번 규제로 채용 절차가 1~2개월 지연될 경우, 이미 ‘2024년 문제(물류·건설 노동 시간 규제)’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산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적인 흐름과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독일은 2024년부터 유학생 아르바이트 허용 일수를 대폭 확대하며 규제를 완화했고, 한국은 성적(GPA) 및 한국어 능력(TOPIK)에 따라 노동 권한을 차등 부여하는 합리적 통제 방식을 운영 중이다. 반면 일본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일본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특히 베트남, 네팔 등 주요 송출국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카이치 정부는 유학생 문제를 단순 노동 이슈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중국 등 특정 국가 출신들이 학업보다 불법 취업에 치중한다는 이른바 ‘가짜 유학생(Nise Ryugakusei)’ 프레임이 정책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정부는 학교에도 관리 책임을 물어, 소속 학생의 불법 취업이 다수 적발될 경우 해당 학교의 ‘적정교(White List School)’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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