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억만장자들이 미국 대리출산 제도를 이용해 수십 명의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적발되면서, 미국 의회가 이를 차단하기 위한 입법에 나섰다. 릭 스콧(Rick Scott)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1월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 등 '적대국' 시민의 미국 내 상업적 대리출산 계약을 원천 차단하는 'SAFE KIDS Act(S.3101)'를 발의했다.
이번 입법은 중국 게임업계 거물 쉬보(Xu Bo)가 로스앤젤레스 가정법원에서 적발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두오이네트워크(Duoyi Network) 창업자인 쉬보는 2023년 여름 대리모를 통해 최소 8~12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법정에서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20명 정도의 자녀를 두는 것이 목표"라고 진술했다. 에이미 펠만(Amy Pellman) 판사는 쉬보가 아이들을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중국에서 화상으로만 심리에 참석한 점을 들어 친권 인정 신청을 기각했다.
쉬보는 법정에서 "아들이 딸보다 우월하다"며 사업 승계를 위해 아들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캘리포니아 어바인(Irvine) 지역 고급 주택가에서 고용된 보모들에게 아이들을 맡긴 채 중국으로 데려가기 위한 서류 작업만을 진행 중이었다. 그의 회사 공식 소셜미디어에는 "미국 대리모를 통해 100명 이상의 자녀를 두었다"는 주장이 게시되기도 했으나, 회사 측은 이후 이를 부인했다.
또 다른 사례인 왕후이우(Wang Huiwu) XJ 인터내셔널 홀딩스 최고경영자는 "장차 권력자 남성과 결혼시킬 딸"을 얻기 위해 미국 고학력자와 모델 출신 여성들의 난자를 개당 6000~7500달러(약 800만~1000만원)에 구매해 10명의 딸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관련 대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그가 경영하는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오너 리스크로 작용했다.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의 엠마 워터스(Emma Waters) 연구원은 "2024년 기준 미국 내 외국인 대리모 의뢰 건수의 41.7%가 중국인에 의한 것"이라며 시장이 이미 중국 자본에 잠식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의 대리출산 비용은 자녀 1인당 약 18만~25만 달러(약 2억5000만~3억5000만원)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콧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적대국 시민과 맺은 대리모 계약을 법적으로 무효화하고, 이를 알선한 브로커, 변호사, 에이전시 등에게 경범죄 처벌과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콧 의원은 "중국 공산당과 적대국들이 수정헌법 14조를 악용해 미국에 충성심이 없는 자녀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현재 상원 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아직 법적 효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주류가 '출생 시민권' 제한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대중국 강경 노선이 초당적 지지를 얻는 상황에서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냉전적 사고방식"이라며 미국이 모든 것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탈리아 의회는 최근 해외 원정 대리출산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대리모 이용을 '보편적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대리모를 "자궁 임대"라 칭하며 전 세계적 금지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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