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대한민국 헌정사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목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관련 재판은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헌법 제1조가 명시한 민주공화국의 주권이 특정 종교의 ‘신정(神政) 쿠데타’에 의해 어떻게 농락당할 뻔했는지를 보여주는, 소름 끼치는 ‘국가 포획(State Capture)’의 현장이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2021년 10월 통일교 대륙회장 회의록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다. “청와대에 보좌진이 들어가야 한다”, “여든 야든 국회의원 공천권을 쥐어야 한다”는 발언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명백한 내란적 음모다. 특정 종교가 2027년까지 대권을 창출하고 신정일치 국가인 ‘천일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 아래, 조직적인 자금 살포와 12만 명에 달하는 당원 집단 입당을 감행한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다.
외교신문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국내 정치 비리 차원에서만 보지 않는다. 이는 인본주의적 가치와 외교적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국제적 문제다. 통일교가 한국 정치권에 뿌린 막대한 자금, 특히 한학자 총재의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280억 원의 현금 뭉치는 어디서 왔는가. 그 자금의 70% 이상은 일본 신도들의 고혈을 짠 ‘영감상법(霊感商法)’의 결과물이다.
조상 숭배와 공포를 미끼로 일본 가정의 평화를 파괴하며 긁어모은 돈이 현해탄을 건너 한국의 민주주의를 오염시키는 로비 자금으로 둔갑했다. 일본 사법부는 이미 통일교의 반사회성을 인정하고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들의 ‘정치적 도피처’이자 ‘자금 세탁소’가 된다면, 우리는 외교적으로 일본에 고개를 들 수 없을뿐더러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국제적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다.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연루된 의혹은 이 부끄러운 카르텔이 얼마나 깊게 뿌리내려 있는지를 방증한다. “부탁받은 적 없다”는 변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종교가 세속 권력의 상전 노릇을 하려 할 때, 정치는 단호히 선을 그었어야 했다.
이제 법원과 검찰은 성역 없는 심판을 내려야 한다. 헌법 제20조의 정교분리 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종교 권력이 세속 정치를 하녀처럼 부리려 했던 이 오만한 시도를 단죄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언제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 또한 정치권은 통일교가 내민 ‘검은돈’의 유혹에 넘어간 인사들을 즉각 퇴출하고, 로비 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입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의 감시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깨지기 쉬운 그릇이다. 타인의 고통을 담보로 한 자금으로 권력을 매수하려 했던 ‘신정의 욕망’을 꺾고, 인본주의와 헌법 정신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드는 것만이 훼손된 국가의 품격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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