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위치한 일본은행 본부/일본은행 홈페이지


일본은행(BOJ)이 19일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하며 30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체제’의 완전한 종료를 알렸다. 이는 1995년 9월 이후 일본의 기준금리가 처음으로 ‘0.5%의 벽’을 넘어선 역사적 사건으로, 일본 경제가 임금과 물가가 동반 상승하는 정상 궤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응해 한국은행은 원화 가치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긴급조치에 나섰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정책위원 9명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우에다 가즈오(Ueda Kazuo) 총재 취임 이후 진행된 통화정책 정상화의 일환으로, 마이너스 금리 종료와 수익률 곡선 통제(YCC) 철폐에 이은 결정타로 분석된다.

우에다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와 무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정도는 감소했다”고 금리 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최근 타결된 미일 무역 협상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위협했던 고율 관세가 ‘상호주의 관세 15%’ 수준으로 정리되면서 리스크가 관리 가능한 범위로 들어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행은 이번 인상의 핵심 근거로 ‘임금-물가 선순환(Wage-Price Spiral)’ 구조의 안착을 들었다.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40개월 이상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명목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해 46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우에다 총재는 “임금과 물가가 완만하게 동반 상승하는 메커니즘이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시적 비용 상승이 아닌 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되었음을 강조했다.

‘재정 비둘기(재정 확대 선호)’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Takaichi Sanae) 총리 내각이 이번 긴축을 용인한 점도 주목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경기 부양을 주장해왔으나, 지속적인 엔저(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가계에 부담을 주자 통화 정책을 통한 환율 방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2%를 돌파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을 자제하며 이를 경제 정상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일본의 금리 인상 발표 직후 한국 금융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엔화 약세에 동조화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며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 후반까지 치솟자, 한국은행은 이창용 총재 주재로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했다.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을 위해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금융기관의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이란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부과하는 부담금으로, 이를 면제하면 은행들의 달러 조달 비용이 낮아져 외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금융기관이 예치하는 초과 외화 지급준비금에 대해서도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하며,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산업계에서는 미국 시장 내 한일 수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통해 동일하게 ‘15% 상호주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한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연간 5만 대 인증 쿼터 철폐’라는 비관세 장벽 완화 성과를 거뒀으나,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와의 가격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총재는 “0.75%는 중립 금리 추정 범위의 바닥보다도 다소 거리가 있다”며 경제 상황이 전망대로 전개될 경우 추가 인상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중립 금리란 경제가 과열되거나 위축되지 않는 이론적 균형 금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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