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 기업 가트너가 2025년 3분기 기업들이 직면한 최대 위험 요인으로 '저성장 경제 환경'을 지목하면서, AI(인공지능) 관련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너가 전 세계 184명의 기업 리스크 및 감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무역 긴장과 금융 시장 변동성,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저성장 경제 환경이 신흥 위험 요인 1순위로 꼽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관련 리스크의 급격한 상승이다. 정보 거버넌스 미비로 인한 'AI 리스크'는 지난 2분기 4위에서 3분기 2위로, 조직이 승인하지 않은 AI 도구 사용을 의미하는 '쉐도우 AI'는 5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이는 AI가 빠르게 주류 기술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차원의 리스크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경제, 1%대 초저성장 국면 진입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과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한국 경제는 향후 1%대 초반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2031-2040년 경제성장률은 1.3%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5년에는 건설 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0.8%의 성장률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저성장의 주요 원인으로는 급격한 인구 불균형(고령화, 저출산)과 노동 생산성 비효율성이 지적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한국의 상장 주식 시장 매력도 하락, 벤처 캐피털 시장의 역동성 부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심화를 주요 문제로 꼽았다. 주력 산업의 경쟁 심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의 어려움도 저성장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성장 엔진인가 고용 위협인가
이러한 저성장 국면에서 AI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주목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AI 투자가 2022년 919억 달러에서 2025년 약 2000억 달러로 7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개선은 저성장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AI 기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시장 변동성에 즉각 대응하고, 카드업계는 소비 패턴 분석으로 수요 변화를 예측하며, 증권업계는 자산가격 예측과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제조업에서도 스마트팩토리와 품질 관리 자동화를 위한 AI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저성장을 해결할 '구세주'만은 아니다. 미국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첫 7개월 동안 생성형 AI 도입과 직접 연결된 일자리 감축이 1만 개를 넘어섰다. 업계 분석에서는 AI에 노출된 분야의 초급 일자리가 13-20% 줄어들었으며, 5년 내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5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도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경고한 바 있으며, 비영리 취업지원 기관 굿윌의 스티브 프레스턴 CEO는 "AI 때문에 실직한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올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버넌스 부재가 초래하는 새로운 위험(쉐도우 AI)
AI의 급속한 확산은 거버넌스와 규제의 공백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트너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정보 거버넌스 기반 AI 리스크'는 부적절한 데이터 관리와 정책으로 인해 AI 모델에 부정확하거나 규제 위반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가 투입될 위험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쉐도우 AI' 문제다. 조직에서 승인하지 않은 AI 도구를 직원이 임의로 사용할 경우 데이터 유출, 규정 준수 위반, 결과의 일관성 훼손, 평판 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 리스크 관리 리더의 72%는 적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어떤 위험 요인에 우선 대응해야 하는지 확신하는 리더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Y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전문 인력 부족(53%)과 투자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45%)을 AI 도입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했다. 이 외에도 높은 초기 비용(34%), 사이버 보안(25%), 규제 및 법적 리스크(24%), 데이터 품질 및 활용의 한계(21%)가 AI 도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
가미카 타카르 가트너 리스크 & 감사 부문 리서치 디렉터는 "지난 3분기 상위 5대 신흥 리스크는 저성장 경제 환경이라는 거시적 불확실성과 AI 확산이 초래하는 규제·준법 리스크 확대라는 두 가지 큰 흐름을 반영한다"며, "AI는 빠르게 주류 기술로 스며드는 만큼 기업의 리스크 대응 속도 역시 더 빨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경제 환경에서 AI는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 거버넌스 부재, 데이터 보안 위협 등 새로운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술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조직의 수용 능력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은 명확한 비즈니스 목표 설정, 전문 인력 양성,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을 통해 AI의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와 사회는 AI로 인한 일자리 전환에 대비한 재교육 프로그램과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이 저성장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지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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