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공개한 핵추진잠수함/보도영상 캡춰


북한이 12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8,700톤급 핵추진잠수함을 전격 공개하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 봉대 잠수함 공장을 시찰하며 공개한 이 선박은,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천명한 국방과학발전 5개년 계획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공개된 잠수함은 2023년 9월 선보인 김군옥영웅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존 디젤 잠수함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원자력 추진과 대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를 전제로 건조된 신형 플랫폼이다. 선체의 유선형 구조와 대형 세일, 흡음 타일 부착 흔적은 북한이 소음 감소와 수중 작전 지속 능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의 수중 배수량 8,700톤이 프랑스 쉬프랑급(5,300톤)이나 한국 도산안창호급(4,000톤)을 압도하는 규모라고 분석한다. 미국 버지니아급(10,200톤)이나 러시아 아쿨라급(12,770톤)보다는 작지만, 북한이 러시아식 이중 선체 구조를 채택해 생존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선체 중앙부에는 6개에서 최대 10개의 수직발사관이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 당국은 이 잠수함에 탑재될 주력 미사일이 사거리 4,000~6,000킬로미터 이상의 북극성-7형 SLBM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괌과 하와이는 물론, 잠수함이 태평양 중부로 진출할 경우 미국 본토 서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북한이 2022년 9월 핵무력 정책법을 통해 선제 핵공격을 법제화한 데 이어, 이번 핵추진잠수함으로 생존성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 봉대 잠수함 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보도영상 캡춰


북한의 이 같은 기술 도약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밀착이 낳은 결과물이다. 전쟁 장기화로 재래식 탄약과 병력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가 북한의 포탄과 인력 지원을 받는 대가로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미 정보당국은 러시아 기술진의 북한 잠수함 기지 방문 정황을 포착해왔다.

한국 정보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 퇴역 핵잠수함에서 추출한 원자로 노심, 터빈, 냉각 시스템 모듈을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와 캄차카 반도 인근에서 해체 대기 중이던 빅터-III급이나 아쿨라급 잠수함의 OK-650B 원자로가 이전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모듈 이식 방식으로 북한은 복잡한 원자로 설계 과정을 건너뛰고 즉각적인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의 핵추진잠수함은 무제한 잠항 능력을 바탕으로 동해 깊은 수심이나 태평양 대양에 매복할 수 있어, 북한 지휘부가 궤멸되더라도 해상에서 보복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확실한 제2격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는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 전략을 복잡하게 만들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하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이에 대응해 올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END(교류-정상화-비핵화)' 전략과 함께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확보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9월 유엔 총회에서 공식화된 END 전략은 선(先) 비핵화의 실패를 인정하고, 교류와 관계 정상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한 뒤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단계적 접근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승인을 이끌어냈다. 11월 14일 발표된 한미 공동 팩트 시트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 조선 산업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필라델피아 조선소 등 미 해군 함정 건조 인프라 재건에 기여하는 조건으로 핵잠수함 도입이 승인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최소 4척 이상의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해군은 기존 도산안창호급(KSS-III) 설계를 기반으로 배수량 5,000톤 이상의 핵추진 변형 모델을 건조할 계획이다. 디젤 엔진과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을 제거하고 소형 모듈형 원자로를 탑재해 수중 작전 지속 능력을 무제한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 봉대 잠수함 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보도영상 캡춰


핵잠수함 도입의 최대 걸림돌이던 한미 원자력협정 문제는 저농축 우라늄(LEU) 사용과 미국 원자력법 제91조 적용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합의가 민수용 협력을 다루는 제123조 협정 개정이 아니라, 군사 목적 핵물질 이전을 다루는 제91조에 따른 별도 협정 형식으로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미 해군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대신 20퍼센트 미만의 민수용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해 국제 핵비확산 규범을 준수하면서도 추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핵잠수함 공개와 한국의 도입 결정은 일본에도 충격파를 던졌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26일 "주변국들의 핵잠수함 보유 움직임에 대응해 일본도 디젤 추진 방식을 재고하고 원자력 추진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일본 내에서 금기시되던 핵추진 논의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으며, 자민당 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전수방위 원칙 재해석과 적 기지 공격 능력 강화 요구가 비등하고 있다. 북한은 "일본의 핵무장 야망은 파멸을 부를 것"이라며 즉각 강경한 비난 성명을 냈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관련국들의 신중한 처신"을 요구하는 절제된 반응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 한·미·북·러의 핵잠수함이 밀집하면서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이 위축되고, 서해와 동중국해 대잠전 부담이 급증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의 핵잠수함은 비확산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지역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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