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국방부 자료
정부가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을 논의하자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남북회담 제안이다.
국방부는 17일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예비역 공군 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 문제에 관한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회담 일정과 장소는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은 최근 DMZ에서 북한군의 MDL 침범이 지속되고, 이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 사격 대응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김 실장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절차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이 지속되면서 비무장지대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며, 자칫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군의 월선 원인으로 MDL 표식물 유실을 지적했다. 김 실장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돼 일부 지역의 경계선에 대해 남측과 북측이 서로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약 500m 이내 간격으로 1,200여 개가 설치됐던 황색 표지판은 현재 약 200여 개만 남아있다.
표식물이 대거 유실된 결정적 계기는 1973년이다. 당시 유엔군사령부(UNC)가 노후화된 MDL 표지판 보수 작업을 시도했으나, 북한군이 작업 인원에게 총격을 가하면서 이후 모든 유지보수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52년간 방치된 표식물들은 풍화와 산불, 홍수 등으로 자연 유실됐다.
가장 최근 확인된 북한군의 MDL 침범 사례는 지난달 19일 중서부전선 파주 지역 DMZ에서 발생했다. 당시 북한군 20여 명이 MDL을 침범했으며,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 이후 즉각 북상했다.
남북 간 군사당국회담은 2018년 10월 제10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마지막으로 7년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특히 2023년 4월 북한이 동·서해지구 남북 군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이후 직접 소통 채널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우리 군은 매일 정기적으로 통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제안은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통해 북측에 전달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유엔사와 북한군이 소통하는 직통전화, 일명 '핑크폰'을 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같은 날 "무엇보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회담 제안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공식 선언한 이후 통일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기존 남북 대화 관련 기구를 모두 폐지하고 남측과의 모든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남북군사회담 #군사분계선 #DMZ #MDL기준선 #이재명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