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록유산센터(ICDH, International Centre for Documentary Heritage)/ICDH 홈페이지 캡춰
대한민국이 세계 기록유산 보존의 글로벌 허브로서의 지위를 2033년까지 이어간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과 유네스코(UNESCO)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국제기록유산센터(ICDH, International Centre for Documentary Heritage) 카테고리 2 센터 지정 갱신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으로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ICDH는 향후 8년간 유네스코 산하 기록유산 분야 국제협력 기관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됐다. 2020년 세계 최초로 기록유산 분야 카테고리 2 센터로 출범한 ICDH가 첫 운영 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재지정된 것이다.
유네스코 카테고리 2 센터는 회원국 정부가 법적·재정적 책임을 지고 운영하되 유네스코의 전략적 목표를 이행하는 국제협력 기관이다. ICDH는 지난 4월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지난 5년간의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갱신 승인을 받았다.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이번 협정 갱신은 기록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라며 "선진 기록관리 기술과 경험을 통해 전 세계 인류 유산 보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570건 세계기록유산 통합 플랫폼 구축
ICDH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세계기록유산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다. 현재 전 세계 570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각국 소장 기관에 산재해 있어 통합 검색이나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5월에만 74건이 새로 등재되는 등 기록유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세계기록유산 등재 건수에서 21건으로 세계 5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전통 기록문화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4·19혁명 기록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등 민주화 과정을 담은 현대 기록물도 다수 포함돼 있다.
독일이 33건으로 1위, 영국 27건,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각각 26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중국은 18건으로 7위에 머물러 있다.
◆ 기록 외교의 새로운 장
ICDH는 단순한 기록물 관리를 넘어 국제 기록유산 거버넌스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적 거점이다. 특히 동아시아 역사 갈등으로 새로운 등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미 등재된 유산의 관리와 활용을 주도함으로써 우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ICDH는 미국 인문학재단(NEH)과 공동으로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From Jikji to Gutenberg)'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센터의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해 직지심체요절과 구텐베르크 성경의 금속 활자 성분, 잉크, 종이를 비파괴 검사로 분석하는 이 연구는 동서양 인쇄술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다.
센터는 또한 국제학술지 창간과 연례 컨퍼런스 개최를 통해 기록유산의 학술적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군소도서국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워크숍도 확대할 예정이다.
◆ 디지털 시대 기록유산의 미래
협정 갱신 기간이 기존 6년에서 8년으로 늘어난 것은 2019년 개정된 유네스코 카테고리 2 기관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ICDH가 단기 프로젝트 수행 기관이 아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ICDH는 태국 왓포(Wat Pho) 사원 기록을 활용한 게임 잼(Game Jam) 대회를 통해 청년 개발자들이 기록유산을 소재로 게임을 만드는 실험을 성공시킨 바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기반의 기록관 구축과 교육 콘텐츠 개발로 미래 세대가 기록유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유네스코 본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으로 진행 중인 '다이브 인투 헤리티지(Dive into Heritage)' 프로젝트가 세계유산(유적지)의 3차원 시각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ICDH의 플랫폼은 세계기록유산(문서)의 텍스트 해독과 역사적 맥락 연결에 특화돼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매년 운영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청주시는 물리적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센터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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