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방송 CCTV가 공개한 시험 영상에는 자기부상열차가 자기부상열차 선로를 빠르게 가로지르며 안개 자국을 남기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CCTV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국방과학기술대학(NUDT)이 발표한 초고속 자기부상 실험이 민간 교통기술이 아닌 군사용 투사체 발사 기술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NUDT 연구팀이 400미터 시험 선로에서 1톤급 차량을 2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7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를 "하이퍼루프 교통 시스템 구축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물리학적 계산 결과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2초 만에 시속 700킬로미터 도달은 가속도 약 97.22m/s², 중력가속도로 환산하면 약 9.92G에 해당한다. 이는 인간이 탑승할 수 없는 수치다.

항공의학 자료에 따르면,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은 4~5G에서 시야가 흐려지거나 의식을 잃는다. 특수 제작된 G-슈트를 착용하고 호흡법을 훈련받은 전투기 조종사만이 9G를 수 초간 견딜 수 있다. 민간 열차는 승객 안전을 위해 통상 0.1~0.2G로 가속도를 제한한다. 일본 신칸센이나 한국 KTX가 시속 300킬로미터 도달에 수 분이 걸리는 것은 기술 한계가 아니라 안전 기준 때문이다.

실험을 주도한 리제(Li Jie) 교수는 SCMP 및 CCTV 인터뷰에서 향후 연구 방향을 "파이프라인 내 고속 자기부상 수송" 외에 "항공우주 장비 시험 및 전자기 발사 기술(electromagnetic launch technologies)"로 명시했다. 그는 이번 실험을 통해 "초고속 전자기 추진, 전기 부상 유도, 순간 고출력 에너지 저장 및 반전" 기술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항공모함의 전자기 사출기(EMALS)나 레일건의 핵심인 펄스 전원(Pulse Power) 시스템 기술과 일치한다. 중국 해군의 최신 항모 푸젠함(Fujian)은 이미 전자기 사출기를 탑재하고 있다. 400미터 트랙에서 700km/h 달성은 항모의 제한된 갑판 길이 약 300미터 내에서 대형 폭격기나 무인 전투기를 이륙시킬 과잉 출력 확보를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항천과공그룹(CASIC)과 NUDT가 연계 추진 중인 우주 왕복선 텅윈(Tengyun) 프로젝트와의 연관성도 지적된다. 텅윈은 우주선을 거대한 전자기 트랙에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한 뒤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개념이다. 이번 실험이 텅윈의 축소 검증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NUDT는 1953년 하얼빈 군사공학원으로 출발해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기관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슈퍼컴퓨터, 우주 개발, 첨단 무기 체계 개발을 담당해온 군사 교육 및 연구 기관이다. 순수 민간 연구소가 아닌 군 기관이 주도한 이번 실험의 본질적 목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리제 교수의 과거 연구 이력을 보면, 그는 베이징 중저속 자기부상열차 S1선 상용화에 기여했으나 최근에는 고속 발사체, 전자기 추진 시스템의 와류 제어 등 무기 체계 관련 분야에 집중해왔다. 그가 언급한 "항공우주 발사 지원(aerospace boost launches)"은 로켓의 1단 추진체를 전자기 레일로 대체해 연료를 절감하고 탑재 중량을 늘리는 기술로, 우주군 차원의 전략 자산 확보를 시사한다.

군사 연구에서 고속 썰매 트랙(Rocket Sled Track)은 미사일 유도 장치, 탄두 내열성, 사출 좌석 테스트에 필수적이다. SCMP가 "썰매(sledge)"라고 표현한 것도 이 맥락이다. 중국이 2초 만에 700km/h에 도달하는 전자기 썰매를 확보했다는 것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속도가 서방 예상보다 빠를 것임을 예고한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교통강국(Traffic Power)' 및 '과학기술 자립자강'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민간 인프라 프로젝트와 군 첨단 기술을 완벽하게 통합하는 민군 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베이징-상하이 2시간 주파"라는 민간의 꿈을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군사적 투사 능력 강화에 우선 사용된다.

중국은 기술 개발을 넘어 국제 표준 선점도 시도한다. 철도 응용 분야 국제 표준화 기구 ISO/TC 269에서 자율주행 및 고속철도 운영 규범을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일대일로(Belt and Road)를 통해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중국 표준 철도 인프라를 수출해 이들 국가를 중국 기술 생태계에 종속시키는 전략이다.

자기부상 기술의 핵심인 강력한 자석은 네오디뮴, 사마륨 등 희토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가공의 9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 희토류 자석 제조 장비 및 기술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쟁국의 독자적 고속 자기부상 열차나 전자기 무기 개발을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다.

한편 한국은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시속 1,200킬로미터급 하이퍼튜브 핵심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3년간 배정 예산은 127억 원에 불과하다. 중국이 수천억, 수조 원을 투입하고 400미터 실물 트랙에서 1톤 차량을 실험할 때, 한국은 기초 설계와 요소 기술 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평가에 따르면, 항공·우주 및 기계·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11개 핵심 국가전략기술 중 한국이 중국에 앞선 분야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과 동일한 속도 경쟁보다는 화물 전용 하이퍼튜브 등 실용성에 집중하고, 일본의 초전도 자기부상 기술과 한국의 IT·통신 제어 기술을 결합한 기술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규모 기술 개발은 시민 동의와 환경 평가, 예산 투명성 속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중국 프로젝트는 군사 기밀 뒤에 숨어 있으며, 하이퍼루프 혁명이라는 선전 뒤에 항공모함 사출기라는 군사 목적을 숨기고 있다. 10G 가속도는 인간을 존엄한 주체가 아닌 투사체로 취급하는 기술 만능주의를 보여준다.

자연주의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공기 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하며, 700km/h 운행에는 300km/h 열차보다 수 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진공 튜브 사용 시에도 수백 킬로미터를 진공 상태로 유지하는 펌핑 에너지는 막대하다. 기후 위기 시대에 이러한 고에너지 소비형 교통수단의 환경적 타당성은 의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존엄과 환경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국제사회는 기술의 이중 용도에 대한 투명한 검증과 윤리적 규범 제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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