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원들이 매몰자들을 찾고 있다. (11일)/사진=Philstar Global
필리핀 중부 비사야(Visayas) 제도의 경제·관광 중심지인 세부(Cebu)시에서 쓰레기 매립지 붕괴 사고로 11명이 목숨을 잃고 20여 명이 실종됐다.
지난 8일 오후 4시 17분(현지시간) 세부시 비날리우(Binaliw) 위생 매립지에서 35미터 높이의 쓰레기 산이 붕괴하면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110여 명의 노동자와 관리 직원들이 매몰됐다.
이번 사고는 2000년 마닐라 퀘존 시 파야타스(Payatas) 쓰레기 매립지 붕괴 사고 이후 필리핀에서 발생한 최악의 폐기물 관련 재난으로 평가된다. 필리핀 광산지질국(MGB-7)은 장기간의 폭우로 쓰레기 더미 내부의 공극수압이 상승하고 토질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을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매립지 운영사인 프라임 통합 폐기물 솔루션(PIWSI)이 기본적인 공학적 안전 수칙을 위반하고 하루 1000톤 이상의 폐기물을 무리하게 반입한 것이 참사를 키운 결정적 요인으로 드러났다.
PIWSI는 필리핀의 대표적 항만 재벌이자 억만장자인 엔리케 라손 주니어(Enrique Razon Jr.)가 이끄는 프라임 인프라(Prime Infrastructure Capital Inc.)의 자회사다. 라손 그룹은 2023~2024년경 기존 운영사를 인수하며 폐기물 사업에 진출했으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안전 규정을 무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필리핀 환경부(DENR)는 사고 직후 PIWSI에 운영 중단 명령을 내렸다.
세부 시장 네스토르 아치발(Nestor Archival)은 환경 운동가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지방선거에서 '청정 세부'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아치발 시장은 선거 기간 동안 비날리우 매립지의 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임기 초반에 발생한 이번 참사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사고 직후 PIWSI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천명했지만, 하루 1000톤의 쓰레기 처리 문제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외교부는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매립지 인근 지역의 환경 오염 가능성에 대해 교민 사회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세부 한인회는 애도 성명과 구호 물품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로 폐기물 에너지화(Waste-to-Energy, WTE) 사업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매립지의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소각 발전소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세부시 WTE 프로젝트의 가장 유력한 사업자는 뉴 스카이 에너지(New Sky Energy Philippines Inc.)로, 세부시와 48억 페소 규모의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18MW급 소각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기업은 중국 국영투자공사(SDIC)와 연계된 자본이 투입된 다국적 컨소시엄 형태로 추정된다.
환경 단체들이 WTE 프로젝트의 유해 가스 배출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뉴 스카이 에너지의 프로젝트가 환경 영향 평가나 주민 반대로 지연될 경우 친환경 소각 기술과 엄격한 대기오염 방지 설비 운영 노하우를 가진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필리핀 내 다른 지역에서 WTE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단순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세부시에 통합 폐기물 관리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기술적 자문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쓰레기 문제가 전염병, 해양 오염 등 국경을 초월한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과 필리핀은 환경 분야를 외교 안보의 핵심 의제로 격상시키고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부쓰레기산붕괴 #필리핀환경재난 #한필환경협력 #폐기물에너지화 #프라임인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