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 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형사 기소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배경에는 급증하는 국채 이자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2025 회계연도 국채 이자 지급액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통해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의회예산국(CBO)은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에만 2,760억 달러의 이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수치로, 월평균 920억 달러를 이자로 지불한 셈이다.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는 2025 회계연도 실제 국채 이자 지급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자 지급액이 2030년 1조5,000억 달러, 2034년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채 이자는 현재 사회보장에 이어 연방예산에서 두 번째로 큰 지출 항목이 됐다. 피터슨재단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국채 이자 지급액 9,700억 달러는 가구당 약 7,300달러에 해당하며, 이는 국방비 지출을 초과하는 규모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2025년 10월 38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영상 성명에서 법무부로부터 10일 그랜드 배심원(Grand Jury) 소환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법무부는 지난 6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제가 한 증언과 관련해 형사 기소를 위협하는 그랜드 배심원 소환장을 연준에 송달했다"며 "그 증언은 부분적으로 역사적인 연준 사무 건물들을 개보수하는 다년간의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이 전례 없는 조치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력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우리의 최선의 평가에 기반해 금리를 설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연준에서 별로 좋지 않고, 건물을 짓는 데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소환장이 금리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며 "아니다. 나는 그런 식으로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에게 압력을 줘야 하는 것은 금리가 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그가 받는 유일한 압력"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우리는 파월을 무능으로 고소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개보수 비용이 "4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그날 "나는 그를 해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CBS 뉴스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개보수 프로젝트에 대한 일부 설명이 "오해의 소지가 있고 부정확하다"고 증언하며, 깨진 오래된 대리석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것 외에는 새 대리석이 없고 "특별한 엘리베이터"나 새로운 수경 시설, 옥상 정원은 없다고 말했다.

관리예산처 러셀 보트(Russell Vought) 국장은 지난해 파월 의장이 "과시적인" 사무실 개보수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가 "억만장자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연준이 봉사하게 하려고 마치 독재자 지망생처럼 법무부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위원회와 상원은 연준 의장을 포함해 트럼프가 연준에 지명하는 어떤 인사에 대해서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 고문들이 연준의 독립성을 끝내려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 남아 있던 어떤 의심도 이제는 없어야 한다"며 "이 법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트럼프가 보내는 연준 지명자와 연준 이사회 지명자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생존한 전임 연준 의장 전원과 양당 출신 재무장관 및 경제 관료 10명은 12일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 공격"을 사용해 연준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제도적 기반이 약한 신흥국의 통화정책 관행"을 닮아가고 있으며 미국 경제의 근간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미시간대학교 저스틴 울퍼스(Justin Wolfers)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통화정책 수행을 범죄화하려는 시도는 분노를 자아낸다. 모든 미국인이 이에 반대해야 한다. 나쁜 경제학이고, 나쁜 정치이며, 법치에도 나쁘고, 시장에도 나쁘다"고 말했다.

전직 샌프란시스코 연준 관계자 팀 마헤디(Tim Mahedy)는 "트럼프는 자신의 저금리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현재와 미래의 연준 관계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파월은 밀려날 사람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전직 연준 부의장 앨런 블라인더는 CNN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는 분노를 자아내는 행위이며, 다른 어떤 대통령으로부터였다면 충격적이었을 것"이라며 "다행히 연준과 파월 의장은 쉽게 위협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오히려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 도구에 따르면 1월 말 연준 회의에서 금리 인하 확률은 5%에 불과하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1월 13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이제 우리는 연준이 2026년 내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Krishna Guha) 부회장은 "소환장 발부로 파월이 의장 임기가 끝난 5월 이후에도 연준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로 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5월 만료되지만,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 1월까지 남아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이 심각한 경제적 파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즈 연준 의장을 압박해 통화 공급을 늘린 결과, 1972년 통화량은 급증했지만 인플레이션율은 1973년 9.6%, 1974년 11.8%로 폭등하며 10년 넘게 지속된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파월 기소 소식이 전해진 1월 12일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4bp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독립성 훼손으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것을 우려하며 국채를 매도했다. 장기 금리 상승은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시장과 실물경기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6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은 선물 가격은 12.53% 폭등해 85.84달러를 찍었다. 달러에 대한 불신으로 실물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파월 기소 위협 직후인 13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함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하고 2026년 1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긴급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딜레마를 토로하며, 환율 방어와 경기 부양, 자본 유출 방지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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