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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덴마크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위협을 "덴마크의 운명의 순간(fateful moment)"으로 규정하며, 동맹국에 대한 영토 침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강력 경고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동맹 체제가 동맹국 간 영토 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붕괴 위기에 처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미국이 다른 나토 국가를 공격한다면 모든 것이 멈출 것(everything will stop)"이라며 나토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음을 경고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끔찍했다(horrendous)"고 전해지는 가운데, 그는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소유가 아니라 그린란드의 소유"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영국·프랑스·독일 정상, 이례적 공동 규탄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로 미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는 공동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는 그 국민에게 속한다"며 트럼프의 위협을 강력 비난했다. 동맹의 핵심 축인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의 영토 주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결속을 과시한 것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 스웨덴 총리도 미국의 "위협적인 수사"를 비난하며 북유럽 및 발트 국가들이 덴마크와 함께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대서양 동맹을 근본적으로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 나토 제5조의 치명적 맹점 드러나

이번 사태는 나토 헌장 제5조(집단방위 조항)의 치명적 맹점을 드러냈다. 제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공격 주체가 외부의 적이 아닌 동맹의 핵심 축인 미국일 경우에 대한 규정이 전무하다. 덴마크가 제5조를 발동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거부하거나 무시할 경우, 나토는 즉시 기능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나토가 친미 블록과 반미 블록으로 쪼개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맞서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번 사태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논의가 급속히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그린란드 자치정부도 강력 반발

그린란드 자치정부도 즉각 반발했다. 옌스-프레데릭 닐센(Jens-Frederik Nielsen) 그린란드 총리를 비롯한 5개 정당 지도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인이 되기를 원치 않으며, 덴마크인이 되기도 원치 않는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다"라고 선언했다. 2025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의 85%가 미국 편입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6%에 불과했다.

2009년 발효된 그린란드 자치법은 그린란드인들을 국제법상의 국민으로 인정하고, 천연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결정권을 덴마크에서 그린란드 자치정부로 이양했다. 따라서 법적으로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의 자원을 미국에 매각할 권한이 없다.

◆ 트럼프 "좋은 방식이든 어려운 방식이든"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기습 군사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직후, 그린란드 획득을 국가 안보의 필수 과제로 격상시켰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석유·가스 기업 임원 회동에서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방식이든, 더 어려운 방식이든 상관없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946년 해리 트루먼 행정부가 제안했던 1억 달러 규모의 매입 제안을 넘어, 군사적 옵션까지 포함한 실질적 병합 위협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공식화했다.

◆ 베네수엘라 작전 성공이 촉발한 강경 노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노선은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의 성공에서 비롯됐다. 미군은 1월 3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기습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Cilia Flores)를 체포, 뉴욕으로 압송했다. 주권 국가의 대통령을 군사력으로 체포하고도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선례가 만들어지자, 백악관 내 매파들의 시선은 곧바로 그린란드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1823년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재해석한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을 천명했다. 베네수엘라 작전과 맞물려 미 해안경비대와 해군은 북대서양에서 러시아 국적 유조선 '벨라 1'호를 나포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향후 그린란드 주변 해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상 봉쇄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 백악관 강경파의 주도와 심리전

이번 사태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은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백악관 정책 부보좌관이다. 그는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보유할 권리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덴마크의 주권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밀러의 부인인 케이티 밀러(Katie Miller)는 소셜 미디어에 미국 국기가 덮인 그린란드 지도를 게시하며 "곧(Soon)"이라는 캡션을 달아 심리전을 펼쳤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군사적 개입을 논의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며 덴마크 및 그린란드 외무장관과의 3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동시에 "역대 모든 대통령이 그린란드 획득을 검토했다"며 트럼프의 의지를 합리화하고 있어 전형적인 강온 양면 전략으로 분석된다.

◆ 희토류 자원과 전략적 가치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는 지리적 위치와 자원에서 비롯된다.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사이의 해역인 GIUK 갭(Greenland-Iceland-UK Gap)은 러시아 북방함대가 대서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병목 구간이다. 또한 피투픽 우주군 기지(Pituffik Space Base)는 러시아와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조기경보 레이더가 설치된 핵심 시설이다.

그린란드는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남부 그린란드의 탄브리즈(Tanbreez) 광산은 현재 미국 기업 크리티컬 메탈스(Critical Metals Corp)가 개발을 진행 중이며, 2026년 1월 현장 분석 센터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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