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사진=오스테드 코리아

오는 3월 26일 시행을 앞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법)의 하위법령 제정안이 환경성 평가 간소화 조항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풍력산업협회가 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여는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 공청회를 앞두고,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이번 제정안이 생태계 보호와 공공성 확보에 실패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 25일 제정된 해상풍력법은 민간 사업자가 무분별하게 입지를 선점하던 오픈 도어 방식을 폐기하고,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풍황과 환경·어업·해상교통·군작전 영향 등을 검토해 예비지구와 발전지구를 지정하고, 해당 지구에서만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가 실시계획을 승인받으면 28개 인허가도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핵심이다.

◆ 환경성 평가 특례, 철새 조사 누락 논란

시행령 제정안의 핵심 논란은 환경성 평가 특례 조항이다. 정부가 기본설계 단계에서 해양환경영향조사(공유수면)와 환경영향조사(공유수면 외)를 수행하면, 사업자는 실시설계 단계에서 기본설계에서 변경된 부분이나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만 환경성 평가를 진행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사업자의 환경영향평가 부담을 대폭 경감하는 특례다.

더욱 논쟁적인 것은 발전사업 구역 면적 변화가 최초 평가 면적의 30퍼센트 미만일 경우 환경성 평가 절차 자체를 생략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참여연대와 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에너지정의행동, 60+기후행동,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이 참여한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은 13일 성명을 내고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예비지구 단계에서 수행된 정부 환경 조사로 사업자가 수행할 환경성 평가를 대체할 수 있게 한 규정은 환경성 평가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비지구 환경성 조사 시 철새 오릿과와 물떼새류 등 주요 조류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해양성 조류만 조사하도록 한 부분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생태학적으로 중대한 결함이다. 한국의 서해는 전 세계 9대 철새 이동 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의 핵심 기착지다. 이곳을 통과하는 도요물떼새와 오리류는 상당수가 야간에 이동하며, 면적 변화가 적더라도 터빈 배치 변경이 조류 충돌 위험을 급증시킬 수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넓은부리도요 같은 철새들에게는 단지 면적보다 터빈 배열 자체가 이동 통로를 차단하는 장벽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 민관협의회 구성과 공공성 논란

발전지구 지정 시 민관협의회에서 수용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시행령 제정안은 지역민 중심으로 협의회를 구성·운영하도록 규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협의회 구성 예시로 총 10~25명 규모로 하되, 위원 50퍼센트 이상을 주민과 어민 대표 등 민간위원, 20퍼센트 이상을 전문가로 위촉된 공익위원이 차지하도록 하고, 정부위원(지방자치단체)과 민간위원이 공동 위원장을 맡는 구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은 "민관협의회 구성 시 환경 분야 전문가와 시민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규정이 미흡하고, 협의회 회의록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의무가 부과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해상풍력의 영향권은 육상의 행정구역 경계와 일치하지 않으며, 송전 선로가 지나가는 인근 지자체, 조업 구역이 겹치는 원거리 어선주 등 실질적 이해당사자가 배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공공성 강화 방안도 실질적 내용이 빠졌다. 법은 200메가와트 이상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진 공공기관은 해상풍력발전 사업자 선정 시 우대할 수 있도록 하고,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이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신속히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사항이 하위법령에 빠져 있다.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은 "법에 담긴 공공성과 환경성 원칙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행령이 사업자 선정 시 재무 건전성과 사업 수행 능력만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할 뿐, 에너지 공기업의 참여를 보장하거나 우대하는 조항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는 결국 맥쿼리(Macquarie), 블랙록(BlackRock) 등 외국계 자본과 대기업에 합법적 특혜를 주어 공공 바람 자원을 사유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다.

◆ 해상풍력 입지 정보망 구축

시행령 제정안에는 해상풍력발전 예비·발전지구 지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분석하기 위한 해상풍력 입지 정보망 구축에 필요한 내용도 담겼다. 법에 사업자가 취득한 해양 탐사·조사 결과와 입지 정보도 국가에 귀속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시행령은 해저 지반 조사 자료와 국가유산 영향 진단 조사 자료 등이 국가로 귀속된다고 구체화했다. 이는 정부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공공 자산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시행령 제정안에는 해상풍력발전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실무위원회 구성 관련 내용도 담겼다. 해상풍력발전위원회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이 임명한 민간위원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으며, 국정원장과 해양경찰청장을 포함한 각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 등 25명 이내로 꾸려진다. 실무위원회의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25명 내외로 구성된다.

◆ 선진국 모델과 한국의 격차

한국의 해상풍력법이 벤치마킹한 유럽 선진국들의 제도를 살펴보면, 환경 평가와 리스크 분담 구조에서 현격한 차이가 드러난다.

네덜란드는 가장 강력한 중앙집중형 모델을 운용한다. 네덜란드 기업청(RVO)이 입찰 전에 지반 조사, 풍황 계측, 정밀 환경영향평가를 모두 완료한다. 정부가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 정확성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사업자는 환경 평가를 수행할 필요 없이 이미 허가가 완료된 부지에 대해 입찰만 하면 된다. 네덜란드가 사업자에게 완제품을 제공한다면, 한국은 기본 조사만 수행하고 상세 평가는 사업자에게 미루는 반제품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덴마크 에너지청(DEA)은 진정한 의미의 원스톱 샵 기능을 수행한다. 국가 차원의 계획에 대한 전략적 환경평가(SEA)와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영향평가(EIA)가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덴마크 에너지청은 타 부처의 권한을 위임받아 실질적인 승인 권한을 행사한다. 반면 한국의 해상풍력발전위원회는 의제 조항을 통해 타 부처의 권한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형식이지만, 국방부나 환경부의 실질적 반대를 위원회가 무시하고 강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영국은 환경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프로젝트가 보호구역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서식지 규정 평가(HRA)를 통과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환경 피해가 예상될 경우, 압도적인 공공의 이익을 증명하고 대체 서식지 조성 등 구체적인 보상 조치를 마련해야만 예외적으로 허가가 난다. 영국이 환경 피해 예상 시 더 엄격한 증명과 보상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의 시행령안은 30퍼센트 미만 변경 시 평가를 면제해 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만은 한국과 유사한 지리적, 지정학적 조건을 가진 경쟁국이다. 대만은 입찰 자격 요건으로 환경보호서(EPA)의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다수의 프로젝트가 환경 평가 단계에서 지연되거나 반려되는 병목 현상을 겪었으나, 엄격한 평가를 통해 초기 단계에서 사회적 갈등을 걸러내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속도를 위해 절차를 생략했다가 착공 이후 소송으로 중단되는 한국형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재생에너지 전환의 일부분, 해상풍력

이번 논란이 더욱 복잡한 이유는 해상풍력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전략에서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달성하려는 10.5기가와트는 전체 재생에너지 목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태양광, 육상풍력, 수소 등 다른 재생에너지원과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한 상황에서, 해상풍력 개발에만 속도전을 벌이며 환경성 평가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발전 설비 용량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 통합, 에너지 저장, 수요 관리 등 복합적인 시스템 전환을 요구한다. 해상풍력은 이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할 뿐이며, 환경성을 희생하면서까지 특정 에너지원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전략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 EU 통상 압박과 산업 경쟁력

그럼에도 해상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한 이유는 올해 본격 시행된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효율성정보(Global Efficiency Intelligence) 분석에 따르면, 한국산 철강은 2030년 톤당 약 72~83달러, 2034년에는 200달러 이상의 CBAM 인증서 비용을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포스코 등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나, 여기에는 막대한 양의 그린 수소가 필요하다. 그린 수소 생산에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필수적이며, 해상풍력은 그 중요한 공급원 중 하나다. 다만 해상풍력만으로는 철강 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재생에너지를 충당할 수 없으며, 태양광과 육상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원과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도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기준 매출 백만 달러당 539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반면, 애플은 37톤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 전력 믹스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9퍼센트대에 머물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RE100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가 시급하나, 해상풍력은 그 해법의 일부일 뿐이다. 기업들은 태양광 직접 구매 계약, 육상풍력 투자, 해외 재생에너지 크레딧 구매 등 다각적인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 외교 전략과 제도 개선 과제

외교가에서는 이번 해상풍력법 제정을 대EU 통상 협상의 핵심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정부가 법적 구속력 있는 계획입지제를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을 국가적으로 보증하고 있음을 강조해, CBAM 적용 시 한국산 제품에 대한 탄소 배출량 산정의 유리한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덴마크, 네덜란드 등 북해 연안국과의 녹색 동맹을 기술 교류를 넘어 제도적 통합 수준으로 격상하고, 해상풍력발전위원회가 이들 국가 에너지청과 정례적인 규제 조화 회의를 가져 한국 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함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시행령의 30퍼센트 면제 조항을 전면 재검토하고, 면적 기준 대신 생태적 영향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상의 철새 이동 시기를 고려하여, 정부의 기본설계 조사에 최소 4계절 이상의 레이더 및 열화상 관측을 의무화하고, 오릿과와 물떼새류 등 주요 철새 조류를 조사 대상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소송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5기가와트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속도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환경을 희생한 속도전은 국제 사회의 그린워싱 비판과 통상 제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공청회에서 이러한 쟁점들이 어떻게 다뤄질지, 그리고 정부가 시민사회의 우려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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