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공동 언론 발표/사진=보도영상 캡춰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13일 오후 일본 나라현(奈良県)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확대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이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가 사퇴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이후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복잡하고 어지러운 국제질서 속에 한일 간 협력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며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이 힘을 합쳐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잘 걸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일 양국은) 한때 아픈 과거의 경험도 갖고 있지만, 국교가 정상화된 지도 환갑 즉 60년이 지났다"며 "또 새로운 60년을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복합적 성격을 인정하면서도 미래지향적 접근을 제시했다. 그는 "(양국 관계에서) 어렵고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또 편하고 좋은 측면도 혼재하기 마련"이라며 "좋은 점을 더 발굴해 키우고, 불편하고 나쁜 점을 잘 관리해 최소화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양국 관계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공개발언 전 진행된 소인수 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일한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공통 인식 하에서 얘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이어 "양측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었던 지난해에 일한관계의 강인함을 보여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올해도 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일한관계를 더욱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회담 장소인 나라현의 역사적·상징적 의미를 특별히 부각했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지역구이자 8세기 고대 일본의 수도 헤이조쿄(平城京)가 있던 곳으로, 백제를 비롯한 고대 한반도 도래인들이 일본에 불교와 선진 문물을 전파한 한일 교류의 역사적 중심지다. 일본 총리가 외국 정상을 도쿄 총리 관저가 아닌 자신의 지역구로 초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외교 프로토콜이다.

이 대통령은 "존경하는 다카이치 총리님의 고향에서 뵙게 돼 정말 특별하다"며 "이 지역이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문화 교류 중심이었던 것 같다. 한일 교류와 협력이 중요한 이 시기에 (이곳에서) 회담을 갖는 것은 각별한 의미"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올해 셔틀 외교의 첫 기회로 이 대통령과 한국 대표단을 제 고향인 나라에서 맞이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이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한국의 진보 성향 정부와 일본의 강성 보수 정부 수장이 만났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례화하고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보여온 강경 보수 우익 정치인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앞두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하고 '마사카키' 공물 봉납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회담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균형 외교'의 고도화된 전략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북한 핵 고도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한일 양국이 실리적 협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은 1박 2일 일정으로 통역만 대동한 소인수 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경제안보, 공급망 협력, 안보 현안 등을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회담 이튿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호류지(法隆寺)를 방문해 백제 기술자들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던 일본 국보 '백제관음상(百済観音)'을 관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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