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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단일 국가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만 기 이상의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공식 신청하면서 미·중 간 우주 자원 선점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신청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가 주도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한정된 궤도와 주파수 자원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상하이증권보 등 중국 현지 매체는 12일 중국이 지난해 12월 말 총 14개 위성군에 달하는 궤도 및 주파수 자원 신청서를 ITU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신청 규모는 약 20만 3천 기에 달하며, 이는 현재 인류가 지구 궤도에 발사한 모든 인공위성 수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전체 물량의 95% 이상인 19만 3천여 기가 '무선전신 스펙트럼 개발 이용 및 기술 혁신 연구원(Radio Spectrum Development and Utilization and Technology Innovation Research Institute)'이라는 신생 조직 명의로 신청됐다는 사실이다. 이 연구원은 ITU 신청서 제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0일 슝안신구(Xiong'an New Area)에 법인으로 등록됐다.

◆ 스타링크 견제 노린 510km 궤도 선점

신청된 위성군 중 핵심인 'CTC-1'은 고도 510km, 경사각 97.4도의 태양동기궤도(SS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주력 궤도인 550km 바로 아래 위치로, 경쟁사의 확장을 물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관측 위성들로 포화 상태인 태양동기궤도에 10만 기 규모의 위성을 투입하는 것은 우주 쓰레기 연쇄 충돌 현상인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는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97.4도의 경사각은 극지방을 포함한 전 지구를 커버할 수 있어 군사적 정찰 및 통신 수요가 높은 극지방에서의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이번 신청과 거의 동시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9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2세대 스타링크 위성 7천500기에 대한 추가 배치를 승인했다. 이로써 스페이스X는 총 1만 5천 기의 2세대 위성 운용 권한을 확보했으며, FCC는 340~360km의 초저궤도 사용과 E-밴드 등 다중 대역 운용도 허용했다.

◆ 발사 능력 부족한 중국..."페이퍼 위성" 논란

그러나 중국의 실제 발사 능력은 신청 규모와 큰 격차를 보인다. 2025년 중국은 93회의 우주 발사로 자국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스페이스X 단일 기업의 165회 발사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재사용 발사체 기술의 부재는 위성 발사 비용과 빈도에서 결정적인 열세를 초래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랜드스페이스(LandSpace)의 주작-3호(Zhuque-3)가 수직 착륙 시험 중 추락한 사건은 중국의 재사용 기술이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 9) 로켓은 1단 부스터를 20회 이상 재사용하며 3일마다 발사가 가능한 수준이다.

ITU는 무분별한 궤도 선점을 막기 위해 2019년 세계전파통신회의(WRC-19)에서 '결의안 35'를 채택하고 위성망 구축 의무를 강화했다. 신청 후 7년 내 첫 위성을 발사하고, 이후 2년 내 전체 위성 수의 10%, 5년 내 50%, 7년 내 100%를 배치해야 주파수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

중국이 CTC-1/2 위성군을 유지하려면 규제 기간 종료 후 2년 내에 약 1만 9천 기를 궤도에 올려야 한다. 이는 현재 스페이스X가 수년에 걸쳐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 총수의 두 배를 단 2년 만에 달성해야 하는 수치로, 현재 중국의 발사 역량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한국 KPS 구축에 먹구름...주파수 간섭 우려

중국의 대규모 저궤도 위성 배치는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 KPS 개발을 추진 중인 한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주로 L-밴드(1~2GHz)를 사용하는데, 중국의 저궤도 통신 위성들이 지상과의 통신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잡음이 KPS의 미약한 신호에 간섭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과거 중국의 베이더우(Beidou) 시스템 확장 과정에서도 주파수 간섭 문제로 외교적 마찰을 겪은 바 있다. ITU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위성망과의 조정 문제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저궤도 위성 20만 기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을 경우 2035년 완공 목표인 KPS 신호의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WRC-27 상하이 개최 앞두고 협상력 극대화 노려

중국의 이번 대규모 신청은 2027년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전파통신회의(WRC-27)를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WRC는 전 세계 주파수 분배를 결정하는 최고 권위의 국제회의로, 중국은 자국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를 통해 비정지궤도 위성 규제 완화와 페이퍼 위성 제재 기준의 자의적 해석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신청을 주도한 무선전신 혁신원은 국가무선전신감측센터,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hina SatNet), 중국전자기술그룹(CETC) 등 중국 우주·전파·행정 권력이 총집결한 연합체다. 특히 슝안신구에 둥지를 튼 것은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중국 정부는 3대 통신사와 China SatNet 본사를 슝안으로 이전시키며 우주 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우주 전문가들은 중국의 20만 기 신청이 실제 배치 능력보다는 미래 자원 선점과 협상 테이블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한 '알박기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2021년 르완다가 32만 7천 기의 위성을 신청했던 '시나몬-937(Cinnamon-937)' 사례처럼,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타국의 정당한 우주 이용을 방해하고 주파수 조정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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