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대한 거센 불매 운동

미국·유럽 등 신장 인권탄압 제재에 맞대응

안영욱 객원기자 승인 2021.03.25 18:30 | 최종 수정 2021.03.25 18:33 의견 0

미국과 유럽의 패션 기업들이 중국 서부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 노동에 우려를 표하며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미국과 유럽 등의 중국 신장 인권문제 제기 및 제재에 따라 뒤늦게 표적이 되면서 중국 내에서 H&M을 비롯한 해외 패션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이 크게 일고 있다.

베이징의 H&M 매장 아울렛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AP Photo/Andy Wong)

중국 언론들은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23일 신장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중국 소비자들의 분노가 이들 국가의 패션 브랜드 상품의 불매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업체인 H&M은 지난해 9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신장의 강제노동과 소수민족 차별 관련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구매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H&M은 면화산업 비영리단체인 BCI(Better Cotton Initiative)가 신장 면화에 대한 승인을 중단했다는 것을 근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거의 반년이 넘었지만 최근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을 통해 H&M의 성명 내용이 확산하면서 H&M은 불매 운동의 표적이 됐다.

25일 중국의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H&M 관련 상품이 일제히 사라졌고 지도앱에서도 검색되지 않는다.

이 회사의 모델이었던 중국 스타들은 서둘러 H&M과의 관계를 끊었다. 배우 황쉬안(黃軒) 측은 "H&M과 이미 협력 관계를 끝냈다"고 발표했고 한국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으로 모국인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빅토리아 측도 H&M과의 모든 계약을 종료했다면서 "국가 이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장은 "H&M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는 것은 이 업체가 다른 기업보다 주동적으로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M에 이어 나이키도 주요 불매 대상으로 떠올랐다.

나이키는 성명에서 신장의 강제노동과 관련한 보도에 우려를 표하고, "나이키는 이 지역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나이키 광고 모델인 배우 겸 가수 왕이보(王一博)는 이 회사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배우 탄쑹윈(譚松韻)도 나이키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유니클로, 아디다스, 갭, 필라, 뉴밸런스 등도 불매 기업 명단에 붙이고 이들 기업이 발표했던 신장 관련 성명을 함께 SNS에 공유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H&M 등 신장 인권 상황을 비판하면서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기업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이들 기업이 광대한 소비자층이 있는 중국에서 버림받을 것이라면서 "신장 면화에 대한 보이콧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인민일보는 '나는 신장 면화를 지지한다'는 문구의 그래픽을 만들어 웨이보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관련 주제는 조회수가 18억5천만건에 달했으며 220만명이 이 그래픽에 '좋아요'를 눌렀다.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과 동시에 애국주의 소비 움직임도 나타났다.

많은 인터넷 이용자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대신 리닝(李寧)과 안타(安踏) 같은 중국 브랜드 제품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향으로 이날 홍콩 증시에서 리닝의 주가는 장중 7% 넘게 뛰었으며 안타는 주가가 6% 이상 올랐다.

리닝은 의류 등의 제품에 `신장 생산 면화를 사용했다`고 표시한 것이 화제가 됐다. 안타는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계속 이용할 것이며 BCI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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