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대규모 정전…50년된 발전소 유지보수 못해

에너지 위기 최고조…전력 아끼려 학교도 폐쇄
설상가상 허리케인 오스카 상륙

에디터 승인 2024.10.21 18:18 | 최종 수정 2024.10.21 20:19 의견 0

고질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는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화력발전소 고장으로 인해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전국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정전으로 인해 암흑이 된 쿠바 수도 아바나 (사진=로이터)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는 48시간 만에 네 번째 붕괴된 것으로 전력 공급은 18일 밤 일부 재개됐지만 19일 오전 다시 중단됐다.

그 뒤 같은 날 저녁, 당국은 전력 회복에 약간의 진전이 있다고 발표했으나 몇 시간 뒤 다시 전기가 끊겼다.

쿠바 에너지부는 전력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력 시스템을 복구하는 과정이 계속 복잡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날 새벽까지도 전력은 복구되지 않았으며 수백만명이 정전으로 인한 암흑 때문에 크고 작은 불편을 겪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이날 오후 카리브해 섬에 상륙하여 쿠바 동부 지역에 강한 바람과 강력한 폭풍 해일 및 비를 가져온 열대성 폭풍 오스카로 인해 에너지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쿠바는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긴급조치에 들어갔다.

쿠바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는 수요일까지 휴교 명령이 내려졌고 문화시설 등도 문을 닫았으며, 비필수적인 사업체에는 생산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마누엘 마레로 쿠바 총리는 "최소한의 전기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경제를 마비시켜야 했다"고 말했으며, 미검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정부가 에너지 비상사태 해결에 절대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전력이 복구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는 노후화된 시설과 경제난에 따른 연료 수급 부족으로 반복적인 정전을 겪어왔다.

전력 생산을 화력발전소 8곳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데 대부분 만들어진 지 50년 가까이 됐지만 제대로 된 유지보수는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 제재에 따른 외화 부족과 경제난으로 원유 수입이 어려운 점도 한몫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에서 저가로 제공받던 원유 공급도 줄어들면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에너지난 타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전이 길어지자 쿠바 국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하바나 외곽 지역에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냄비 두드리기 시위인 '카세로라조'를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쓰레기 더미로 도로를 막아선 산미겔데파드론의 시위자들 (사진=로이터)


식량, 물, 전기 부족에 분노한 시위자들은 도시 외곽의 가난한 동네인 산미겔데파드론에서 쓰레기 더미로 도로를 막았고 보안군에 의해 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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