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한 이재명 대통령/대통령실 자료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최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직접 주재하며 인공지능(AI) 거버넌스의 새로운 국제규범 형성을 위한 한국의 리더십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AI와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한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하면서 "80년 전 출범 당시 유엔의 주요 관심사가 '새로 등장한 핵무기 위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였다면,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위협과 도전에 걸맞은 새로운 거버넌스를 모색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AI의 양면성을 설명하면서 AI 개척자인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을 인용해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며 "이 새끼 호랑이가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또는 넷플릭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처럼 인류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고 비유했다.

이는 AI의 미래가 기술 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인류가 어떤 규범과 거버넌스를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의 문제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한 이재명 대통령/대통령실 자료


지정학적 분열 우려 표명

이 대통령은 또한 AI 기술 격차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과거 냉전 시대의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AI 격차를 단순한 경제적 불평등이 아닌 세계를 양분하고 불신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지정학적 균열로 규정한 것이다.

동시에 AI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 움직임도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AI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19세기 기계 파괴 운동이었던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기술 거부는 비현실적"이라며 "국익을 위해 경쟁하되, 인류 모두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국내 정책의 국제화 전략

이번 연설은 이 대통령의 핵심 국내 정책인 'AI 기본사회' 구상을 국제무대에 확산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 보편 기본사회(AI universal basic society)'와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원칙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이러한 비전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과 올해 APEC 의장국으로서 경주 정상회의에서 추진할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국제사회 엇갈린 반응

이번 안보리 토의에서 각국은 AI의 잠재력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미국 대표는 "국제기구가 AI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와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장하려는 모든 노력을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가장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광범위한 과잉 규제는 혁신을 저해하고 AI가 폭정과 정복의 도구로 사용될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반면 영국 부총리는 AI의 "초소설적인 화학 및 생물학 무기"와 "극도로 만연한 왜곡과 허위 정보"의 위험을 지적하며 "새로운 안전장치와 가드레일"을 만들고 국제법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그는 내년까지 인간의 통제 없이 작동하는 자율살상무기(LAWS)를 금지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AI 역량 격차'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소말리아, 시에라리온 등 개발도상국 대표들은 심화되는 '디지털 격차'와 '디지털 식민주의'의 위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AI의 군사적 사용에 있어 인간의 개입을 보장하고 기술에 대한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문화 소프트파워 외교

이 대통령이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더피'를 언급한 것은 단순한 대중문화 인용을 넘어선 고도로 계산된 소프트파워 외교의 정수로 평가된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유엔 안보리라는 최고 권위의 외교 무대에서 활용함으로써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국제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거뒀다.

호랑이는 한국 문화와 설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동물 중 하나로, '더피'의 어수룩한 모습은 한국 민화의 '호작도'에 등장하는 '바보 호랑이'의 직접적인 오마주다. 이는 거대한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은유를 전 세계 청중을 향해 외교적 언어로 구사한 매우 정교한 시도로 분석된다.

중견국가 가교 역할 자임

이번 안보리 토의를 통해 한국은 혁신과 시장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미국 중심 블록과 규제 중심 접근법을 선호하는 유엔 및 다수 국가들, 그리고 형평성과 접근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사우스 사이에서 '중견국가 가교' 역할을 자임했다.

한국은 미국의 확고한 동맹국이자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동시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니며 다자주의 체제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국가로서 이러한 상이한 견해들이 논의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스스로는 그 논의를 이끄는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한 이재명 대통령/대통령실 자료


국내 정치권 엇갈린 평가

이 대통령의 유엔 외교 활동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큰 외교적 성공으로 평가했다. 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연설이 자신감 있고 당당했으며, "민주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논평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대표는 SNS를 통해 "'교류를 통한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를 말했지만, 결국 '대북 퍼주기'와 '북핵 용인'이라는 결말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이번 안보리 주재는 한국이 자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한반도라는 지역 안보 이슈의 당사자에서 21세기 핵심 과제에 대한 글로벌 의제 설정자로 전환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의 'APEC AI 이니셔티브' 도출, 한미 관계에서의 AI 거버넌스 접근법 조율, 국내 'AI 기본사회' 구상의 성공적 이행, 그리고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중견국가 가교 역할 유지 등이 이 구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행사는 한 중견국가가 기술 리더십과 외교적 독창성을 결합하여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의 시대에 어떻게 영향력을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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