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화롄현 광푸향의 침수된 모습./Focus Tiwan 자료
카테고리 5급 슈퍼 태풍 라가사가 대만을 강타해 14명이 사망하고 124명이 실종되는 등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고 24일 대만 당국이 발표했다.
중앙기상국(CWA)에 따르면 태풍 라가사는 18일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해 빠르게 발달, 21일 최대풍속 270km/h의 카테고리 5급으로 성장했다. 이후 22일 필리핀 북부 루손을 강타한 뒤 23일 대만 남동쪽 해상을 통과했다.
화롄현 광푸향 언색호 범람으로 대형 홍수
가장 큰 피해는 화롄현 광푸향에서 발생했다. 토사로 형성된 언색호(barrier lake)가 23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범람하면서 엄청난 홍수가 발생한 것이다. 24일 오전까지 사망 14명, 부상 18명, 실종 124명이 확인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홍수로 급류에 휩쓸렸으며, 부상자 다수도 대피나 구조 과정에서 발생했다.
홍수로 마타이안 크릭(Matai'an Creek) 위 매타이안 교량이 붕괴되어 국도 9호선이 단절됐고, 광푸 역사를 비롯한 철로도 침수됐다. 광푸향 도로와 농경지는 진흙과 파편으로 뒤덮였고, 차량 여러 대가 휩쓸려 떠내려갔다.
1만명 대피, 광범위한 정전·단수 피해
피해 우려지역 주민 약 7900명~1만명이 긴급 대피했다. 특히 화롄 광푸향 일대 주민 약 5200명(지역 인구의 60%)이 상층으로 피난했고, 추가로 인근 거주 주민 약 2800명도 산악지역 고지대로 대피했다.
대만 전역에서 약 1만4000여 가구가 일시적으로 정전됐으며, 이 중 약 2000가구는 수시간 내 복구됐다. 수도 공급 역시 약 4300여 가구에서 단수 피해를 겪었다. 대부분 침수 및 토사유입으로 인한 피해이며, 화롄 지역에서는 51개소가 침수된 것으로 보고됐다.
정부 선제적 대응에도 막대한 피해
대만 정부는 태풍 대비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21일 중앙기상국은 육상 및 해상 경보를 발효했고, 산림청과 농업부 등은 남부·동부 국·공립 휴양지와 관광지를 출입 통제했다. 중앙재난대응센터(CEOC)도 22일 이른 시간에 전면 가동됐다.
특히 화롄현 당국과 중앙정부는 위험수역인 광푸향 마타이안 계곡의 언색호를 주시하며 대응했다. 23일 오후 첫 범람에 이어 16시경 두 번째 거대한 물살이 발생하자, 현지 정부는 추가 대피 경고 방송을 발령하고 학생·근로자 통학·통근을 중단시켰다.
22일 오후 총통 라이칭더와 행정원장 줘룽타이가 중앙재난대응센터를 방문해 현장 지휘를 점검했다. 총통은 방재 당국에 "재난 발생 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즉각 대응하고, 재난구호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지시했다.
항공편 119편 결항, 철도 전면 중단
교통망도 큰 타격을 받았다. 24일 하루 동안 대만발 국제선 약 119편이 결항됐으며, 이 중 홍콩·마카오 노선이 91편으로 가장 많았다.
타이완 철도공사(TRA)는 23일 남부 및 동부를 잇는 노스 링크, 사우스 링크, 타이둥선의 전 구간 운행을 중단하거나 단축 운행했다. 반면 타이완 고속철도(THSR)는 22일 정상 운행을 예고했고 실제로 속도제한 등 소폭 지연 외에는 평소대로 운행했다.
페리도 큰 영향을 받았다. 펑둥 동강-류큐 항로를 비롯해 화롄·타이둥 지역 연안 여객선도 폭풍우로 24~25일 전편이 취항 중단됐다.
기상 특징과 강수량
태풍 라가사는 23일 14시30분경 해란구 남동쪽 약 680km 지점에서 중심기압 915hPa, 중심부근 최대풍속 초속 53m(약 190km/h), 최대순간풍속 초속 65m(약 234km/h)를 기록했다.
태풍의 외곽에서 유입된 습한 공기로 대만 전역에 장시간 폭우가 내렸다. 특히 화롄·타이둥·핑둥 산악지역에는 22일 하루 동안 500mm 이상의 기록적인 강우량이 관측됐다. 이로 인해 산사태와 제방 붕괴 등이 우려됐으며, 실제 동부에서 대형 산사태가 연쇄 발생했다.
화롄현정부는 24일까지 광푸향의 관공서·학교 운영을 중단하는 등 복구와 청소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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