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월 25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투자 서밋'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국 대통령 최초로 NYSE에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개장 타종 행사에 참여하며 씨티그룹, 블랙스톤, KKR 등 월스트리트 최고위급 인사들에게 한국 시장의 투자 가치를 직접 설파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3대 원인 진단
이 대통령은 한국 증시가 기업들의 실적이나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세 가지로 명확히 규정했다.
첫째, 남북의 군사적 대치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그는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대만 증시와 비교하며, 비슷한 수준의 안보 위협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 시장의 저평가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둘째, 기업의 지배·경영구조 불투명 및 불공정·불합리한 제도를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갑자기 물적분할이나 뭐 이런 걸 통해 가지고 알맹이가 싹 빠져나가는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언급하며 후진적 경영 관행을 비판했다.
셋째, 시장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주가 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현실을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민국 투자 서밋'에서 발언중인 이재명 대통령/보도영상 캡춰
4대 정책 해법 제시
이 대통령은 문제 진단에 그치지 않고 각 분야별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서는 "세계 5위 수준의 자체 군사력"과 "북한 GDP의 1.5배에 달하는 국방비" 등 압도적 국방력을 바탕으로 한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요청과 무관하게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실용적 접근을 시사하며 "현 상태에서 핵물질 추가 생산 및 해외 수출을 막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안보적 이익"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실하게 해소할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제3차 상법 개정'을 핵심 카드로 제시했다. 과거 두 차례의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해왔음을 상기시키며, 개혁 의지가 일관됨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세제 개혁 등을 통해 기업들이 배당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자사주를 취득하여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남용하는 이기적인 행위를 막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합리적인 기업 의사결정에 필요한 제도라면 "예외 없이 다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건전성 확립을 위해서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며 "불투명한 불공정 거래는 꿈도 꿀 수 없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외국인 투자 접근성 확대에서는 파격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외국환 거래 시장은 시간 제한이 돼 있는데 이를 없애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24시간 외환 거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역외 원화거래 시장 문제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할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월스트리트 거물들 대거 참석
이날 서밋에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핵심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마크 나흐만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공동사장, 엠마누엘 로만 핌코 CEO,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겸 COO, 마크 로완 아폴로 CEO, 조셉 배 KKR 공동 CEO,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 등이 참석했다.
린 마틴 NYSE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서밋이 "한국의 밝은 경제적 미래"와 "코리아 프리미엄"을 조명할 기회라고 언급했다. NYSE 건물 전광판에 태극기가 내걸린 모습은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블랙록과 MOU 체결 성과
이 대통령의 방미 첫 일정에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나 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개발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한국을 '아시아의 AI 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협력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 구조 고도화 비전 제시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개혁을 넘어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기존 산업 구조를 "완전히 첨단기술 분야, 재생에너지, 우주·방위산업, 바이오 등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확장 재정 정책을 통해 정부의 역할을 늘릴 것이라고 말해 국가 주도의 산업 구조 고도화 전략을 예고했다.
팀 코리아의 단일 대오
이번 서밋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경제팀 수뇌부가 배석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으며,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그룹 회장단과 각 금융업권 대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이 동행했다.
국내외 반응과 과제
국내 언론은 이번 서밋을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의 정점으로 평가하며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이 행사의 목적이 이 대통령이 직접 우리 정부의 경제 정책을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요청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언론들도 이번 서밋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이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를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외환시장 개방,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노력 등 구체적인 개혁 정책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사임을 반영하여 집중 조명됐다.
그러나 국제 언론은 이 행사를 당시 진행 중이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상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해석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안전장치 없이 그대로 수용할 경우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행 과제와 전망
이번 서밋에서 제시된 청사진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이 대통령 스스로 "저항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이라고 인정했듯이 제3차 상법 개정은 기존 지배구조에 안주하려는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또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충격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밋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가는 여정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며, 성공적인 비전 선포를 넘어 이제는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낼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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