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식 출범했다/보도영상 캡춰
10월 1일, 환경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 이관을 핵심으로 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Ministry of Climate, Energy, and Environment, 약칭 기후부)가 공식 출범했다. 이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한 일관성 있는 추진 체계를 확립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이 기후부 소관으로 대거 이관되면서,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규제적 목표가 에너지 수급 관리를 직접적으로 주도하게 된 것이 핵심 변화다.
전략적 설립 배경과 내홍: '운용의 묘'에 달린 성패
기후부 출범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기능이 분리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수반했다. 에너지 기능을 잃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MOTI)로 명칭이 축소되며 조직 정체성 재정립이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신설된 기후부 내부에서도 '기후부'라는 약칭이 선호되면서, 에너지와 환경 분야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핵심 정책 방향인 에너지가 약칭에서 소외되었다는 미묘한 갈등이 관측된다.
대통령은 독립 부처 간의 갈등으로 정책 결정이 지연되는 것보다, "통합 부처 내에서 치열하게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통합 거버넌스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이 규제 논리 중심의 정책 추진을 초래하여, 전력망 안정적인 운영과 같은 기술적·운영적 관점이 소외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기후부 출범을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건 중대한 실험"으로 평가하며, 제도의 설계 자체보다는 '운용의 묘'에 성패가 달려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야권은 이번 개편을 특정인의 거취나 욕심에 따른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며 정치적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
정책 쟁점: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 드라이브의 충돌
기후부 출범은 국내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가 경제적 실현 가능성에서 탄소 감축 목표로 불가피하게 전환될 것임을 의미한다. 업계는 전력 조달 비용 증가 및 국가 전력망 안정성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는 이미 심각한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200조 원 돌파) 문제와 맞물려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다. 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전 계획에 대해 ‘공론화’ 입장을 내놓았으나,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며, 당장 전력을 신속하게 공급할 대안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책 결정의 핵심 기준이 '장기적 에너지 구조'보다 '단기적인 NDC 이행 속도'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은 반대 집회를 개최하며, 원전 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 반영을 촉구했다. 노조는 "새 체제 하에서 원전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와 수치로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적 의무: NDC 달성을 위한 외교적 승부수
기후부는 국내 이행 전략 주도와 함께, 국제 기후 외교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유엔 기후 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 무대에서 녹색 ODA 확대를 약속하는 등 기여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특히,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NDC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이를 수출 산업화하기 위한 핵심 브릿지 기술로 추진한다. 기후부는 연간 100만 톤 탄소 포집이 가능한 대규모 실증 추진과 함께 해외 저장소 선점을 필수적인 산업 및 지정학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NDC 이행을 위한 핵심 외교 전략은 파리협정 제6조의 국제 감축 실적(ITMOs) 확보이다. 기후부는 신설된 기후변화대응기금에서 재원을 조달하고 그린 ODA를 활용하여 개도국의 ITMO 추적 및 상응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 CA) 메커니즘 이행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 및 역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ODA 중 기후 감축 관련 지원 비중이 3.2%에 불과한 상황에서, NDC 이행을 위한 감축 중심 ODA가 개도국이 절박하게 요구하는 적응 및 L&D(손실과 피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가교 역할'의 외교적 신뢰도를 훼손할 위험이 존재한다.
기후부의 성패는 상충되는 목표들을 얼마나 조화롭게 달성하느냐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부가 원자력의 장기적 역할과 운영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수치화된 제도적 보장을 제시하여 산업계의 불안을 해소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의 안정성을 조화시키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계획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그린 ODA 예산을 '감축 사업 지원'과 '적응/L&D 지원 및 제도 역량 강화' 부문으로 명시적으로 분리하여 전략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상응 조정(CA)을 포함한 G2G 프레임워크 구축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여 ITMO의 환경적 건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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