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쌍둥이로 태어난 에버랜드 판다 자매 루이바오·후이바오가 엄마와 함께 있는 모습(2025년 8월 12일)/에버랜드 홈페이지


6일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판다 협력 의제를 다루면서, 양국 환경 당국이 지난해 말 서울에서 마련한 새로운 협력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과 류궈홍(Liu Guohong) 중국 국가임업초원국(NFGA) 국장이 참석한 환경 당국 고위급 회담은 경주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진행됐으며, 판다 외교를 단순한 상징적 협력에서 동물 복지 중심의 가치 지향적 협력으로 전환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협력 방향 전환의 가장 큰 배경은 2024년 4월 중국으로 돌아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Fu Bao)를 둘러싼 한국 국민들의 우려다. 푸바오가 탈모 증상을 보이고 검역 규정을 위반한 접촉이 포착되면서 한국 내 동물권 의식이 급격히 고조됐다. 당시 서울시 민원 플랫폼에는 푸바오를 재임대해 서울대공원으로 데려오라는 청원이 빗발쳤고, 중국 대사관 앞 시위가 이어졌다.

김성환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기후 위기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의정 활동의 핵심으로 삼아온 진보적 정책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동물 복지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단순한 종 보존을 넘어 개체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한국 측은 환경 당국 회담에서 반환된 판다의 건강 상태와 생활 환경을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필요시 한국 사육사나 수의사의 현지 방문을 허용하는 양해각서 체결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이자,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의 판다 보호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양국은 2023년 태어난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Ruibao)와 후이바오(Huibao)의 반환 시기 조정과 단계적 반환 로드맵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푸바오 사태의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반환 과정을 더욱 세심하게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실버 이코노미 협력과 연계해 판다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한·중 공동 의료 연구 프로젝트도 제안됐을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이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가속화, AI 및 바이오 산업 협력, 실버 이코노미 협력 강화 등 경제 현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합의의 틀 안에서 환경 및 문화 교류의 상징인 판다 협력은 양국 국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경제적 합의를 부드럽게 감싸는 소프트 파워 전략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판다 협력의 투명성 강화와 동물 복지 기준 마련이 구체적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2025년 하반기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실용적 가치 외교가 판다 외교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판다 외교는 1994년 밍밍(Ming Ming)과 리리(Li Li)의 도입으로 시작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4년 만에 조기 반환되며 실패로 끝났다. 2016년 삼성물산 에버랜드가 아이바오(Ai Bao)와 러바오(Le Bao)를 도입하면서 본격화됐고, 2020년 한국 최초의 자연 번식 판다 푸바오가 탄생하며 정점에 달했다.

푸바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고립된 한국인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제공한 '국민적 치유자'였다. 푸바오의 중국 반환을 앞둔 2024년 1분기 에버랜드 매출은 1,260억 원을 기록해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통상 비수기인 겨울철 영업 손실률도 평년 20%에서 8.7%로 급감했다.

미국은 2023~2024년 미·중 갈등 최고조 시기에 모든 판다가 중국으로 송환되며 약 50년 만에 '판다 공백기'를 겪었다. 그러나 2023년 말 양국 정상회담 이후 2024년 샌디에이고와 워싱턴에 새로운 판다 쌍이 도착하며 관계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판다 외교가 양국 관계의 온도계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번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판다 협력 논의는 한·중 관계 개선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환경 당국 회담에서는 단순한 개체 임대를 넘어 기후 변화로 인한 대나무 서식지 감소 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멸종 위기종 복원 기술을 공유하는 포괄적 생태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격상시키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성환 장관의 기후 위기 대응 철학과 류궈홍 국장의 생태 문명 건설 목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한국은 매년 판다 한 쌍에 대해 100만 달러의 보호 기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새끼 탄생 시 약 50만 달러의 추가 기금을 부담한다. 이번 협력 강화를 계기로 이러한 기금이 실제로 쓰촨성(四川省)의 대나무 숲 복원과 야생 판다 보호에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요구도 높아질 전망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일련의 회담이 판다 외교가 감상적 차원을 넘어 제도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차원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1994년의 미숙했던 첫 만남과 2016년의 상업적 성공을 거쳐, 한국은 이제 성숙한 시민 의식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에게 동물 복지의 국제적 표준을 요구하는 대등한 파트너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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