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를 맞은 전 세계 750만 한인 디아스포라가 전례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민국 본국의 정치적 격변과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거주국의 급격한 정책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한인 사회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2024년 12월 윤석열 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도와 2025년 4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은 재외동포 사회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진보 성향 동포 단체들은 민주주의 회복으로 환영한 반면, 미주 지역 보수 성향 한인회와 일본 민단 계열 원로들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념적 분열이 심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국민 통합과 경제 회복을 강조했으나, 제1야당 국민의힘 지도부의 신년 하례식 불참 등 경색된 정국은 여전히 재외동포 정책의 초당적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범 3년 차를 맞은 재외동포청은 김경협 청장 지휘 아래 혁신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디지털 디아스포라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재외동포 신원인증 시스템 도입이다. 외국 국적 동포들에게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해 한국의 온라인 서비스 및 금융 시스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이 정책은 사실상 디지털 준시민권 형태로, 750만 동포를 국가 경쟁력의 외연으로 포섭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
미주 한인 사회는 최악의 위기와 최고의 기회가 공존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은 미주 한인 경제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과 국토안보수사국이 감행한 급습에서 약 475명의 노동자가 구금됐으며,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다. 대다수가 상용 비자나 무비자로 입국했으나, 미국 당국은 배터리 설비 설치 등 실질적 노무를 수행했다며 불법 취업으로 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식의 비자 혼란이 지속되면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호주가 누리는 전문직 전용 비자와 유사한 한국인 쿼터 신설을 미국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규칙은 명확하며 강력한 단속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한국 기업들의 인력 운용 난항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 정책은 일반 한인 이민자들에게도 직접타격을 주고 있다. 과거 경미한 범죄 기록이나 장기 해외 체류를 빌미로 합법적 영주권자들까지 추방 대상에 올리는 새로운 행정 명령이 시행되면서, 한인 사회 내 시민권 취득 열풍과 함께 해외 여행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25년간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던 박씨 부부가 체류 신분 변경 실패로 자진 출국을 선택한 사례는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며 살아온 소상공인들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러한 암울한 이민 현실과 대조적으로, 워싱턴 정가에서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은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해 1월 뉴저지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취임한 앤디 김 의원은 한국계 미국인 역사상 최초의 연방 상원 입성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맞서 한인 사회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에서는 데이브 민, 영 김, 미셸 스틸 등 한인 정치인들의 재선 도전과 함께 새로운 아시아계 후보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일본의 한인 사회는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섰다. 일본 정부는 2027년 완전 시행을 목표로 기존 기능실습제도를 폐지하고 육성취업 제도를 도입한다. 외국 인재의 확보와 육성을 명시적 목표로 내건 새 제도는 3년의 육성 기간을 거쳐 특정기능 비자로 전환을 용이하게 하며, 특정기능 2호 비자 취득 시 가족 동반과 사실상 무제한 비자 갱신을 통해 영주권 취득 길을 열었다. 일본 정부는 2029년까지 약 80만 5천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할 계획이나, 보수파의 반발로 초기 수용 인원 제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이러한 변화를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식민지 시기부터 거주한 특별영주자 중심의 올드커머 사회는 고령화와 귀화로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한국에서 건너온 유학생과 취업자 등 뉴커머 유입은 늘어나고 있다. 민단은 조직 존속을 위해 뉴커머 포섭이 필요하지만 역사적 경험과 정체성 차이로 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내 한인 사회는 법적 안전 위협과 경제적 탈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전직 삼성전자 직원이었던 50대 한국인 남성이 반도체 관련 정보 유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은 개정된 반간첩법이 한국인에게 적용된 첫 사례로, 중국 교민 사회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개정된 법은 간첩 행위의 정의를 국가 기밀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련된 문건과 데이터로 광범위하게 확대해, 기업 주재원들의 일상적인 시장 조사나 업계 정보 교환조차 간첩 행위로 처벌받을 위험에 노출시켰다.
유럽의 한인 사회는 역사적 이주 1세대 기념과 강화되는 국경 통제 사이에서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올해는 한독 인력 협정에 따라 한국 간호사와 광부들이 독일로 파견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로, 베를린과 쾰른 등지에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파독 1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요양과 복지 문제가 한인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2세와 3세들의 주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인회는 차세대 포섭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어가 최초로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된 것은 한국 문화의 위상이 유럽 내에서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연령 상한이 32세로 일시 상향됐다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30세로 환원되면서 프랑스 체류를 희망하는 한국 청년들의 기회는 축소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유럽여행정보인증제도가 올해 본격 시행되면서 한국인들의 유럽 여행 및 단기 체류에도 사전 온라인 승인이 의무화됐다.
베트남 한인 사회는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고도화 단계로 진입했다. 올해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는 기존 섬유와 봉제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반도체,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생명공학 등 첨단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 주재 한인들의 구성 역시 단순 관리자에서 연구개발 인력과 스타트업 창업가 등으로 다변화되며, 베트남은 불안한 중국 시장을 대체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위가 공고해지고 있다.
호주는 팬데믹 이후 급증한 임시 체류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 이민 문턱을 대폭 높였다. 고용주 후원 비자를 받기 위한 최저 연봉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서, 호주 내 한인 중소기업들이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거나 스폰서십을 제공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호주 이민성 앱을 통한 생체 정보 수집이 확대되어 행정 편의성은 높아졌으나 비자 심사 자체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재외동포들의 경제 활동은 거주국 경기뿐 아니라 본국의 경제 상황 및 환율과도 밀접하게 연동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관세 장벽과 기술 봉쇄로 치달으면서, 양국 사이 중개 무역이나 부품 공급망에 종사하는 한인 기업들은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8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동포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140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한국으로 송금해야 하는 유학생 가정이나 수입 업체들의 부담은 지속될 것이다. 반면 달러 기반의 미주 한인 자본이 한국 부동산이나 벤처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유리한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육성에 방점을 두면서 해외 한인 자본의 벤처 투자 유입을 적극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26년 글로벌 한인 사회가 확장의 시대를 지나 수성과 재정비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정치적으로 미주 한인 사회는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유럽에서는 한국 문화가 주류 문화의 정점에 섰지만, 법적으로는 각국의 이민 정책 강화로 신분상 불안전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대차 조지아 공장 습격 사건과 중국 내 삼성 전 직원 구속 사건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은 보호적 관여로 요약된다. 디지털 신원 인증을 통해 동포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보호하고, 포용적 귀환 정책을 통해 인구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동포를 관리 대상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지에서는 조직화된 정치력으로 불리한 이민 정책에 맞서고,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며, 불확실한 안보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2026년 한인 사회의 생존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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