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언론 브리핑/보도영상 캡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에서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별도 협정 추진에 합의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합의는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 틀을 벗어나 미 원자력법 제91조(c)항이라는 군사적 예외 조항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한미 동맹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위 실장은 브리핑에서 "한미가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해 미 원자력법 제91조에 의거한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가 생각하는 잠수함은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호주의 오커스(AUKUS) 모델과는 차별화된 '한국형 모델'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 원자력법 제91조(c)항은 대통령이 국제 약정에 참여하는 국가가 상호 방위와 안보에 실질적 기여를 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국가에 군사적 응용을 위한 원자력 시설과 핵물질을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최근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법적 근거로 활용된 바 있다.
이번 합의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다. 당시 양국 정상은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민수용 및 해군용 원자력 프로그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공식 문서에서 한국의 군사적 원자력 사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로 기록됐다.
위 실장은 또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협의도 동시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용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2030년경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승인을 함께 추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북한은 2023년 9월 전술핵 공격잠수함으로 명명된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했으며, 사거리 약 2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북극성-3형을 비롯한 다양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개발해왔다. 현재 한국 해군이 보유한 디젤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하고 있으나, 고속 기동 시 배터리가 수 시간 내에 방전돼 북한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건조 능력과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3000톤급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은 향후 원자로 탑재가 가능하도록 선체 직경과 내부 공간을 확보해 설계됐으며, 한국이 독자 개발한 소형 모듈 원자로 스마트(SMART) 기술을 잠수함용으로 개량할 경우 단기간 내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이 핵비확산조약 체제를 훼손하고 지역 내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비난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한국의 핵잠수함은 필연적으로 핵확산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확보는 현재 한화오션이 참여하고 있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을 대체하기 위해 한화오션의 도산안창호급과 독일 티센크루프의 212CD급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상태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확보할 경우, 향후 캐나다에 검증된 핵추진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합의는 한국이 비확산 체제를 준수하면서도 실질적인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수용 원전은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 틀에서 관리하고, 핵추진 잠수함은 제91조(c)항에 따른 별도 군사 협정으로 관리하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협정 위반 없이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기술을 확보하는 고도의 법률적 해법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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