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외교부 자료


대한민국 해군이 지난 23일 독도 인근 해역에서 '동해영토수호훈련'을 비공개로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 들어 두 번째로, 해군 구축함과 해경 함정이 참가했으나 해병대의 독도 상륙이나 공군 전투기 전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군은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해온 방어 훈련"이라며 "영토, 국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훈련의 가장 큰 특징은 '비공개' 원칙이다. 2019년 8월 한일 무역 갈등 당시 이지스함과 F-15K 전투기, 육군 특전사까지 동원해 대대적으로 공개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당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시사하던 시점이었다. 반면 현 정부는 훈련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언론 공개를 하지 않아,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해온 '실용적 현실주의' 외교 노선의 실전 적용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인 12월 현재 62퍼센트의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외교 분야 긍정 평가가 62퍼센트에 달한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가 한미일 밀착에 치중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독도 훈련은 유지하되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영토 주권에 대한 타협 없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개선 흐름을 타고 있는 한일 경제 협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본 측은 예상대로 즉각 반발했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정부는 도쿄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하고, 서울 주재 일본 대사관 정무공사가 한국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김상훈에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항의는 이제 일종의 '외교적 의례'가 됐다. 일본은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한국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양국 정부 모두 이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는 암묵적 합의에 도달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하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다카이치 내각은 출범 초기 70퍼센트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역사 문제와 독도 문제에 대해 타협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가나이 국장은 지난 11월 중국과의 외교 현장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관영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가나이 국장이 고개를 숙이고 당황해하는 모습이 퍼지며 일본 내에서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배경은 한국의 독도 훈련에 대해 더욱 강경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독도 훈련이 실시되기 보름 전인 12월 9일과 10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이 동해 상공에서 연합 초계 비행을 실시하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무단 진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 Tu-95 폭격기와 중국 H-6 폭격기 등 총 9대의 군용기가 울릉도와 독도 인근 상공을 비행한 것이다. 이는 독도 문제가 단순히 한일 양국 간의 영토 분쟁을 넘어, 동북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임을 보여준다. 중·러는 한미일 공조의 약한 고리인 독도 인근을 비행함으로써 양국 간의 안보 협력 틈새를 벌리려는 '회색 지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안보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일 경제는 깊게 얽혀 있다. 10월 기준 한국의 대일 수출은 약 22억 3천만 달러, 수입은 38억 5천만 달러로 약 16억 2천만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에서 양국의 차이는 약 270억 달러에 불과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일본을 턱밑까지 추격했음을 보여준다. 민간 교류도 활발하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63.3퍼센트를 기록하며 비호감도를 넘어서는 '골든 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6퍼센트에 달했다.

이러한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민간 교류의 확대는 한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다카이치 내각이 한국의 훈련에 대해 강력한 항의 성명을 내더라도, 2019년과 같은 수출 규제 조치를 다시 꺼내 들기 어려운 이유는 양국 기업 간의 촘촘한 공급망 연결과 관광 산업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11월 반도체 수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경제 마찰은 양국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동해영토수호훈련은 1986년 시작돼 2003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2회씩 정례화됐다. 2019년부터는 훈련 명칭을 '독도방어훈련'에서 '동해영토수호훈련'으로 변경해, 독도뿐만 아니라 울릉도를 포함한 동해 전역의 해양 영토를 수호한다는 더 포괄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정례화는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군의 작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수행되는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이재명 정부의 독도 훈련 비공개 전환은 향후 한일 관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영토 주권이라는 핵심 국익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와 안보라는 실리를 챙기기 위한 계산된 행보로 볼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투트랙 전략'을 더욱 정교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안보실과 국방부는 일본과의 정보 공유 및 안보 협력을 지속하되, 외교부는 독도 문제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목소리를 내는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도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있음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주권 국가가 자국 영토 내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 권능의 평온하고 지속적인 행사'라는 국제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행위다. 이는 1905년 시마네현 고시를 근거로 무주지 선점을 주장하는 일본의 주장이 국제법적 현실과 괴리되어 있음을 지속적으로 입증하는 증거로 축적된다.

독도 훈련의 '비공개 정례화' 모델은 당분간 한일 관계의 안정을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안보 태세에 공백이 없음을 보여주되 외교적 부담을 줄이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국익을 중심으로 주변국과 균형을 맞추려는 외교 노선은, 인본주의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챙기는 새로운 외교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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