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ne Star Funds)와 대한민국 정부 간 23년에 걸친 질긴 '악연'이 한국 정부의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제 중재 기구가 지난 2022년 한국 정부에 수천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던 판정을 전면 취소하면서, 정부는 단 한 푼의 국고 유출 없이 분쟁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위원회가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총리는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원심 판정부가 인정했던 정부의 배상금 원금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 및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한국 정부가 떠안을 뻔했던 배상 책임은 소급하여 완전히 소멸했다. 당초 원심 판정에 따른 배상금 원금에 2011년 12월부터 적용된 이자까지 합산할 경우, 정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취소위원회는 배상 의무 취소뿐만 아니라, 론스타 측에 한국 정부가 취소 절차 과정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약 73억 원(498만 달러)을 30일 이내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김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은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이며, 대한민국의 금융 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오후 3시 22분경(현지 시간 새벽 1시 22분) 취소위원회로부터 승소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약 4,000억 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이 모두 소급해 소멸됐다"고 강조했다. 브리핑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배석해 정부 대응의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사건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KEB)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으나, 같은 해 11월 "한국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며 46억 7,950만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ISDS란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을 때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2022년 8월, 1차 관문인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약 2억 1,65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에 불복해 판정 취소 신청을 제기했고, 론스타 측 역시 배상액이 부족하다며 취소를 신청했다. 법무부는 국제 법률 대리인인 아놀드 앤 포터(Arnold & Porter) 및 피터앤김(Peter & Kim)과 협력하여 원심 판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 왔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외환은행 매각 승인과 관련해 정부의 위법성이 전혀 없었음에도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원 판정의 오류가 바로잡혔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취소 소송 제기를 주도했던 한동훈 전 장관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론스타 소송, 대한민국 승소"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2022년 9월 당시 승소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믿고 기다려준 국민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ICSID 취소위원회가 원 판정을 완전히 파기(Annulment)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를 이례적인 대승으로 보고 있다. 취소위원회는 원 판정부가 권한을 명백히 넘어섰거나(월권), 절차적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13년을 끌어온 법적 공방은 한국 정부의 '배상금 0원'이라는 최선의 성적표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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