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Takaichi Sanae)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자의 대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경제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외교적 무기로 전환되는 21세기형 신냉전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 상무부는 '2026년 공고 제1호'를 통해 일본의 군사 사용자는 물론 군사력 증강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최종 사용자에 대한 중국산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수출통제법에 근거한 공식적이고 법적인 조치로, 과거 비공식적 압박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강경책이다.
이번 수출 금지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의 대만 해상 봉쇄나 무력 침공 시나리오를 일본 안보법제상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답변한 데 따른 것이다. 현직 일본 총리가 의회 공식 석상에서 법적 용어를 사용해 대만 문제와 일본의 안보를 직접 연결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毛寧)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자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위험한 신호"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은 포츠담 선언과 카이로 선언 등을 거론하며 전후 국제 질서 하에서 일본의 대만 문제 개입은 정당성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희토류, 특히 중희토류의 수출 통제다. 디스프로슘(Dysprosium)과 테르븀(Terbium) 같은 중희토류는 전기차 구동 모터, 풍력 발전기, 미사일 핀 구동 장치 등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세계 생산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은 전체 희토류 수입의 60~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즉각 강력히 반발했다.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주일 중국대사관 차석공사를 초치해 "국제적 관행을 현저히 벗어난 조치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긴급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생산 기지 이전을 위한 보조금 확대, 희토류 전략 비축 강화, 미나미토리시마 주변 해저 희토류 채굴 프로젝트 조기 추진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일본을 압박하는 동시에 한국에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며 이른바 '쐐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 공급망 안정화 협력 등 10여 개 경제협약에 서명했다.
이번 사태는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는 '경제안보' 시대로 완전히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평화의 도구가 아닌 강압의 수단으로 전환되면서, 민간 기업과 시민들의 삶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무역이 본래 가졌던 상호 이해와 평화 증진이라는 인본주의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첨단 소재 생산 차질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전기차 산업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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