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고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을 선언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과 서반구 질서가 급격한 재편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직후 마라라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은 위대했지만, 우리는 그것을 훨씬 능가했다"며 "이제 그들은 이것을 '돈로 독트린'이라 부른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 델타포스는 새벽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급습해 마두로와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헬기로 이송했다. 두 사람은 미 해군 양륙함 이오지마(USS Iwo Jima)로 옮겨진 뒤 국방부 항공기편으로 뉴욕으로 이송됐다.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은 두 사람이 코카인 밀매 등 혐의로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기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두로는 1월 5일 뉴욕 연방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과도기가 이뤄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할 것"이라며 "미국 석유 기업들이 그 나라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곧 판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하에서 엄청난 부를 끌어낼 것이며, 그 부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과거 베네수엘라에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 나라가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에도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세계 1위 원유 매장국 석유 통제권 확보

베네수엘라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자료에 따르면 확인 매장량 약 3032억 배럴로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이다. 이는 세계 매장량의 17~18%를 차지하며, 사우디아라비아(2672억 배럴)와 이란(2086억 배럴)을 능가한다. 다만 실제 생산량은 1990년대 후반 일일 350만 배럴에서 2025년 말 기준 100만 배럴 미만으로 급감했다.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벨트(Orinoco Belt)의 원유는 API 비중 10도 미만의 초중질유(Extra Heavy Crude)로, 채굴과 정제에 막대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 멕시코만 정유 공장들은 역사적으로 베네수엘라, 멕시코, 캐나다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돼 있어, 경질유 위주인 자국 셰일 오일만으로는 정제 효율이 떨어지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는 것은 석유와 관련된 것"이라며 미국 기업의 존재가 석유 관련 활동에 국한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훨씬 더 큰" 2차 공격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경고했다.

◆ 캐나다 오일샌드 산업 직격탄

베네수엘라 사태로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는 곳은 미국의 우방 캐나다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생산되는 웨스턴 캐나디언 셀렉트(Western Canadian Select, WCS)와 베네수엘라의 메레이 16(Merey 16)은 성상이 유사한 중질유로, 미국 멕시코만 정유 시장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다.

피에르 포일리에브르(Pierre Poilievre) 캐나다 보수당 당수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가져오는 모든 배럴은 캐나다산 원유가 팔리지 못하는 배럴을 의미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수년간 대(對)베네수엘라 제재로 공급이 차단되면서 캐나다산 원유가 반사이익을 누렸으나,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이 재개되면 캐나다산은 입지가 크게 좁아질 전망이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원유는 더 저렴하고, 더 깨끗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다"며 "베네수엘라 부활과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최근 완공된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확장(TMX)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시장 개척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중국 84조원·러시아 조 단위 채권 회수 불투명

중국은 지난 20년간 베네수엘라에 약 600억 달러(약 84조원) 이상의 차관을 제공했다. 대부분 석유 담보 대출(Loans-for-Oil) 형태로, 베네수엘라가 생산한 원유를 중국으로 수출해 빚을 갚는 구조였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70~80%가 중국으로 향했으나, 미국의 베네수엘라 통제로 원유 공급 중단과 채권 회수 불능 사태가 우려된다.

중국 외교부는 1월 3일 성명을 통해 "이번 작전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미국이 국제법과 베네수엘라 주권을 침해했고,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자국 은행들에게 베네수엘라에 대한 노출 규모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는 2020년 미국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내 자산을 로스자루베즈네프트(Roszarubezhneft)로 이전했다. 이 회사는 베네수엘라 내 5개 합작 벤처에 참여하며 약 23억 배럴 규모 매장량에 대한 권리를 보유했으나, 미국의 베네수엘라 장악으로 자산 동결 또는 미국 기업으로의 강제 매각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를 요청하며 "이러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용된 구실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쿠바 정부도 성명을 통해 "노골적인 제국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침략"이라며 마두로와 플로레스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미국이 마두로 정권이 남긴 약 1500억~1700억 달러 규모 부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혐오 채무(Odious Debt)' 개념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혐오 채무란 독재 정권이 국민 동의 없이 국민 이익에 반해 빌린 돈은 민주적 승계 정부가 갚을 의무가 없다는 법리다.

◆ 한국 건설사 2조원 미수금 회수 난항 예상

한국 주요 건설사들은 2010년대 초반 베네수엘라 대형 정유공장 및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거 진출했으나, 경제 파탄과 미국 제재로 공사가 중단되고 막대한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중국 위슨(Wison) 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푸에르토 라 크루즈(Puerto La Cruz)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는 총 48억 달러 규모 초대형 사업이었으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재정난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GS건설은 약 26억 달러 규모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대우건설은 약 6700만 달러 규모 석유 저장 시설 및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서 각각 손실을 입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은 베네수엘라와 이라크 등을 합쳐 약 13억 6000만 달러(약 1조 8000억원)에 달하며, 베네수엘라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트럼프의 재건 계획은 한국 기업에 기회이자 위협이다. 한국 건설사들은 해당 현장 설계 데이터와 시공 경험을 보유해 기술력 면에서 중국 기업보다 우위에 있다. 쉐브론(Chevron) 등 미국 메이저 기업들이 발주처가 될 경우 한국 기업을 EPC 파트너로 선정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따라 베크텔(Bechtel), 플루어(Fluor) 등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에게 일감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가 과거 마두로 정권 시절 체결된 계약을 재검토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어, 기존 미수금 회수는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 외교적 딜레마와 한반도 안보 영향

한국 외교부는 1월 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게 베네수엘라 신정부 인정과 재건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국가 원수 체포 작전을 자신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북한의 '참수 작전' 공포를 자극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ia Corina Machado)는 1월 3일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권력을 인수받을 준비가 됐다"며 "민주적 전환이 구체화될 때까지 우리는 경계하고, 활동적이며, 조직화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차도는 2025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3월 클리어패스 전략(ClearPath Strategies) 여론조사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72%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마차도에 대해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평가했으나, 이는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된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가 과도 대통령으로 선서했으며, 그녀가 루비오 장관과 통화하고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미국의 군사 행동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1823년 먼로 독트린 이후 200년 만에 미국이 서반구에서 가장 공격적인 개입주의 정책을 펼치는 전환점이 됐다. 한국은 경제적 실리와 외교적 원칙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적 선택을 지지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와 건설사 미수금 회수라는 현실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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