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현장 찾은 스페인 국왕과 총리, 주민들 욕설과 진흙 세례

당국 늑장대응에 주민들 분노…사망자 집계 217명으로 늘어

에디터 승인 2024.11.04 17:12 | 최종 수정 2024.11.04 18:22 의견 0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지난주 치명적인 대홍수로 최소 202명이 사망하고 큰 피해를 입은 발렌시아의 수해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성난 주민들이 페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향해 진흙과 오물을 던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3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EFE 통신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성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으며,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외치며 분노를 터뜨렸다.

한 온라인 영상에서는 한 청년이 국왕을 향해 국가의 이번 수해 대응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외쳤다.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은 레티시아 왕비가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며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는 수모를 피할 순 없었다.

펠리페 6세는 소란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행보다 더 오래 머물며 주민들을 위로하려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총리는 재빨리 물러났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파리포르타에 이어 찾으려했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됐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며 국왕을 향해 물체를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한다.

주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이처럼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천 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알리칸테 대학의 기후 전문가인 호르헤 올시나(Jorge Olcina)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에게 적시에 경고를 했다면 많은 사망자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가 당국과 지역 당국 간의 부실한 조정을 지적했다.

산체스 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군인 7천500명과 경찰 9천여 명이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 등에 나서게 된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 심각한 문제와 (자원) 부족이 있고, 절실하게 친지를 찾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재해 대응 관련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우리의 차이를 잊고 이념과 지역적 문제를 뒤로 하고 대응에 단합할 때"라고 호소했다.

피해 지역은 중앙 정부에 실종자 수색과 구호·복구 작업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대홍수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수해복구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마리벨 알발라트 파이포르타 시장은 유로파 프레스에 도시 내 여러 지역에 여전히 접근할 수조차 없다며 "차 안에 시신이 있어 이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비극은 이미 포르투갈에서 최소 500명이 사망한 1967년 이후 단일 국가에서 발생한 유럽 최악의 홍수 관련 재난이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극심한 기상 현상이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상학자들은 수분 증발을 증가시키는 지중해의 온난화가 집중호우가 더욱 심해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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