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 문학상은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에게 수여된다. 수상자는 "종말론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고 비전 있는 작품"을 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상 위원회 공식홈페이지 자료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László Krasznahorkai, 70세)를 선정했다고 10월 9일 발표했다.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설득력 있고 선구적인 작품"을 저술한 공로를 인정했다. 그는 2002년 임레 케르테스에 이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두 번째 헝가리인이 되었다.

절망 속에서 찾은 예술의 희망

이번 수상은 작가의 어두운 세계관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그 가치를 낙관적인 내용이 아닌 예술 행위 자체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가 수전 손택이 그를 "현대의 종말론의 대가"라고 부른 것처럼,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타협 없이 암울하고 난해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언어의 아름다움. 지옥에서의 재미"라고 묘사한 바 있다.

한림원의 결정은 2025년 현시대에 문학의 기능에 대한 논평으로도 읽힌다. 종말론적 공포에 정면으로 맞서는 작가를 기림으로써, 한림원은 현실도피주의를 거부한다. 언어를 엄격하고 아름답고 복잡하게 조직하는 행위 자체가 혼돈과 의미의 타락에 대한 인본주의적 저항의 한 형태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줄러의 소년에서 세계적 작가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났다. 법학과 헝가리 문학을 공부한 후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다. 1985년 데뷔작 '사탄탱고'가 출간되면서 공산주의 황혼기에 접어든 헝가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지위를 얻었다.

1987년 서베를린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처음 헝가리를 떠난 이후, 그는 헝가리, 트리에스테, 비엔나에 거주하며 유랑하는 삶을 살았다.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광범위한 여행은 그의 작품에 심오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미 2015년 맨부커 국제상, 2019년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등 수많은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문학가로 인정받아왔다.

마침표 없는 문장, 세계관의 구현

크러스너호르커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독특한 문체다. "방대한 단일 문장", "마침표가 없는 길고 구불구불한 문장"으로 정의되는 그의 산문은 "느린 용암의 흐름 같은 서사"이자 "최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소설 '헤르슈트 07769'는 단 하나의 마침표만 있는 400페이지 분량의 단일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문체는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철학적 도구다. 끝없는 문장은 그의 작품 주제를 형식적으로 구현한다. 독자에게 마침표라는 안도감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등장인물들과 같은 "숨 막히는 불안"과 벗어날 수 없는 추진력 속에 가둔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은 혼돈에 대해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구문적으로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붕괴와 절망의 연대기

'사탄탱고'(1985)는 공산주의 말기 헝가리의 버려진 집단 농장을 배경으로 한다. 술과 배신에 빠진 주민들은 죽은 줄 알았던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 이리미아시의 귀환에 동요한다. 그들은 그를 구원자로 여기지만, 사실 그는 사기꾼이자 경찰 정보원이다. 이 소설은 유토피아 이데올로기의 실패와 거짓 메시아에 대한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정치적 우화다.

'저항의 멜랑콜리'(1989)는 혼돈에 빠져드는 얼어붙은 헝가리의 작은 마을에 거대한 고래 사체만을 전시하는 미스터리한 서커스단이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광경은 편집증과 폭력을 촉발하여 폭동과 계엄령 선포로 이어진다. 마을 주민들은 "음악, 우주론, 파시즘 등 찾을 수 있는 모든 질서의 현현에 매달린다".

동아시아로의 여행, 주제의 진화

초기 헝가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 이후,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그의 광범위한 여행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세이오보가 거기에 내려왔다'(2008)는 일본 여신 세이오보 신화를 통해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연결하며, 덧없는 세상 속에서 예술 창작과 아름다움의 덧없는 본질을 명상하는 단편 모음집이다.

이는 사회-정치적 종말론에서 미학적, 정신적 탐구로의 중요한 전환을 의미한다. 중심 질문은 "사회는 어떻게 붕괴하는가?"에서 "덧없고 부패하는 세상에서 아름다움은 어떻게 창조되고 인식되는가?"로 바뀐다.

현대 유럽의 어둠을 직시하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은 파산한 도박 중독 귀족이 지방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광대하고 어두운 코미디 소설이다. 주민들은 그가 재정적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가십과 망상의 혼돈에 빠져들며, 자신들의 세계를 압도하는 실제 위협은 무시한다. 이 소설은 "허무주의로 가득 차 있지만 깊이 있게 웃긴, 그의 가장 길고, 가장 이상하며, 아마도 가장 위대한 소설"로 묘사된다.

'헤르슈트 07769'(2021)는 팬데믹 시기 독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성스러운 바보'이자 온화한 거인인 플로리안이 무심코 네오나치 갱단을 돕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책은 현대 유럽의 파시즘, 극단주의, 그리고 "도덕적 마비"와 정면으로 대결한다.

"재앙 그 이상, 행복이자 자부심"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아픈 친구를 방문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던 중 수상 소식을 접했으며,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그의 첫 반응은 새뮤얼 베케트를 인용한 심오한 아이러니였다. 그는 "이 무슨 재앙인가"라고 말한 뒤, 이를 "이것은 재앙 그 이상입니다. 행복이자 자부심입니다"라고 수정했다.

그는 자신의 "작은 언어"인 헝가리어로 상을 받은 것에 자부심을 표했으며, 세상의 상태에 대해 느끼는 "쓰라림"이 자신의 가장 깊은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문단의 열렬한 환호

저명한 작가들은 이 선택을 극찬했다. 콜름 토이빈은 그를 "독보적인 문학적 선구자"라고 칭했으며, 하리 쿤즈루는 그의 엄격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많고, 장난기 있으며, 매우 재미있는 작가"라며 "그는 내게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피오나 샘슨은 그의 작품이 "현시대를 위한 필독서"라고 평했다.

오르반 정부와의 긴장, 역설적 축하

수상은 오르반 정권에게 해결 불가능한 정치적 역설을 만들어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 정부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대한 거침없는 비평가다. 그는 "오늘날 헝가리에는 희망이 남아있지 않으며, 이는 단지 오르반 정권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기도 하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비판했다.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오르반은 페이스북을 통해 즉시 그를 축하했다: "헝가리의 자부심, 줄러 출신의 첫 노벨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헝가리 문학사학자 쿨차르 서보 에르뇌는 국제적 명성이 퇴색해가던 자국 문학에 이번 수상이 갖는 "거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편집자 야노시 세괘는 그의 소설이 "권력의 기술"을 탐구하며 "우리 시대의 모든 포퓰리즘적 경향이 그의 소설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노벨상은 헝가리 국가가 세계 무대에서 자국의 가장 심오한 비평가를 기념하도록 강요하며, 그들이 억제하려는 바로 그 반대 의견을 증폭시킨다.

2025년 노벨 문학상은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에게 수여된다. /노벨상 위원회 공식홈페이지 자료


카프카의 계승자

비평가들과 노벨 위원회는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앙유럽 전통"의 일부로 일관되게 평가한다. 이 전통은 "부조리와 그로테스크한 과잉"으로 정의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자신도 카프카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탄탱고'는 카프카의 경구로 시작하고, 그는 카프카에 대해 "카프카를 읽지 않을 때는 카프카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카프카가 관료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 안에 갇힌 공포에 대해 썼다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시스템이 붕괴한 후에 남는 무시무시한 공허에 대해 쓴다. 그는 카프카의 불안을 제도적인 것에서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확장시킨다.

노벨 효과: 컬트에서 세계 문학으로

수상의 영향은 즉각적이고 수치화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수상 발표 후 12시간 만에 '사탄탱고'가 연간 총 판매량의 12배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 1위에 올랐다. 이전에는 "희귀한 화폐처럼" 유통되던 그의 작품들이 이제 세계적인 문학적 사건이 되었다.

노벨상은 "상업성을 단호히 거부하는" 작가를 주류 현상으로 변모시키는 글로벌 증폭기 역할을 한다. 이는 그의 "필수적인" 번역가들의 수십 년간의 노고를 입증하고, 그의 어렵고 도전적인 비전이 훨씬 더 넓은 독자층에 도달할 것을 보장한다. 이는 "작은 언어" 출신 작가에게 특히 중요한데, 이 상이 번역과 배포의 상업적 장벽을 극복하고 세계적 대화에 필수적인 비서구적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왜 크러스너호르커이인가, 왜 지금인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선정은 과거의 천재성에 대한 단순한 인정을 넘어, 현재에 대한 깊은 공명을 담은 논평이다. 사회적 붕괴, 거짓 선지자의 유혹적인 위험, 야만성의 부상, 포퓰리즘의 도덕적 마비를 기록한 그의 40년에 걸친 문학적 프로젝트는 무섭도록 예언적인 것으로 증명되었다.

그의 작품은 21세기를 잠식하고 있는 불안에 대한 문학적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어두운 비전이 우리의 공유된 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로 이 어렵고 타협하지 않는 파멸의 예언자를 선택했다. 혼돈 속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엄격하고 저항적인 행위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구원을 찾는 예술가를 기림으로써, 노벨 위원회는 벼랑 끝에 선 세계에서 예술의 지속적이고 필요한 역할에 대한 가장 강력한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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