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 암살, 글로벌 극우 결집/AI생성 이미지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발생한 미국 보수주의 운동가 찰리 커크(31)의 암살 사건이 전 세계 극우 운동의 결집을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한 정치적 폭력 사건을 넘어 미국, 한국, 유럽 등지의 극우 세력들이 공통의 서사를 구축하며 초국가적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순교자' 서사로 보수 결집
커크는 '터닝 포인트 USA'(TPUSA)의 설립자로, "미국 재건 투어" 강연 중 질의응답 시간에 건물 옥상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단 한 발의 총알에 목을 관통당해 사망했다.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은 "그의 증오에 질렸다", "어떤 증오는 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추모식은 전례 없는 규모로 진행됐다. 약 9만~1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를 "미국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라고 선언했고, 다른 연사들은 그를 "성서적 위상"을 지닌 "예언자"이자 "그리스도를 위한 전사"로 묘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암살 직후부터 시작된 반대 의견 탄압이다. J. D. 밴스 부통령 등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커크의 죽음을 "축하하는" 사람들을 고발하라고 촉구했고, 실제로 교사, 대학교수, 조종사, 변호사, 언론인, 공무원 등이 비판적 소셜 미디어 게시물로 인해 정직되거나 해고됐다. 지미 키멀의 프로그램은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의 위협 후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 극우 세력의 '반공' 연대
커크는 사망하기 며칠 전 "빌드업 코리아 2025" 컨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이 행사는 계엄령 선포 사태 이후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해 온 자칭 "한국판 MAGA 운동"을 대표했다. 커크는 서울 연설에서 반공주의, 한미동맹의 중요성, "워크(woke:인종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경계를 의미하는 형용사로, 직역하면 '깨어있는' 이라는 뜻으로, 미국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 문화"에 대한 저항을 강조했고, "부랑자도 없고" 낙서도 없는 한국의 사회 질서를 찬사했다.
그의 사망 후 윤석열 지지자들로 구성된 보수 청년 단체 "자유대학"은 서울에서 커크 추모식을 조직하며 이를 "공산화"에 맞선 공동 투쟁의 연대 행위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애리조나 추모식에서 서울의 군중이 성조기를 흔들며 "우리는 찰리 커크를 지지한다"고 외쳤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과 커크가 함께 찍은 조작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명 운동을 논의했다는 거짓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같은 주류 연예인들은 커크를 추모했다가 대중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유럽: 극우 정당들의 '피해자' 서사
유럽 주요 극우 정당 지도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성명을 발표했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증오를 선동하는 좌파"를 규탄했고, 프랑스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는 "좌파의 비인간적인 수사"를 비난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은 커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증오하는 광신자"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주장했으며,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 사건이 "폭력과 편협함이 어느 편에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페인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그들은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부름으로써 우리를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신속하고 통일된 대응은 기존 초국가적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했다. 헝가리에서 열리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Hungary)는 미국 보수주의자들과 유럽 극우 지도자들 간 전략 조율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오르반 총리는 이 플랫폼을 통해 헝가리를 보수 정책의 "인큐베이터"이자 서구의 모델로 자리매김시키려 한다.
전 지구적 운동의 동인
이러한 극우 운동의 전 지구적 부상에는 공통된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 불안정과 극우 정당 지지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가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며, 특히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하위 중산층에서 지지가 강력하게 나타난다.
독일의 경우 AfD 지지는 탈산업화 지역과 구동독 지역에서 높게 나타나며, 프랑스에서는 RN 지지자들이 "공간적, 문화적 박탈감"을 느낀다. 미국에서도 극우는 이민과 세계화로 인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계층에게 호소한다.
모든 운동을 관통하는 공통 요소는 배타적 민족주의 또는 "토착주의(nativism)"다. 이들은 이민(특히 이슬람권 국가 출신), 성소수자 인권("젠더 이데올로기"), 다문화주의("워크 문화"), 글로벌 기관(EU, UN) 등을 공통의 문화적 적으로 삼는다.
외교적 함의와 전망
민족주의 운동의 초국가적 네트워크 부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유된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을 둔 동맹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주권주의자" 또는 "국민보수주의" 국가 및 운동의 새로운 비공식적 축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의 최우선 충성 대상은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세계주의, 자유주의 규범, 다자 기관에 대한 공동의 반대다.
이 운동은 EU, UN, 국제사법재판소 같은 기관들을 국가 주권에 대한 제약으로 간주하며 적극적으로 약화시키려 한다. 이는 기후 변화에서 안보 위협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마비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제도 강화, 허위 정보 대응, 불만의 근본 원인 해결, 가치 기반 동맹 재확인 등 다각적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경제적 불만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토착주의적 서사와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세계주의 대 애국주의"가 아닌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구도로 선택의 문제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크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을 넘어 전 지구적 극우 운동이 상호 인정과 검증을 통해 추진력을 얻고 공유된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는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와 각국의 민주주의 제도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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