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2025년 노벨 화학상을 "금속-유기 골격 개발" 공로로 기타가와 스스무, 리처드 롭슨, 오마르 M. 야기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노벨상 위원회 공식홈페이지 자료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년 노벨 화학상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물 부족 문제에 혁명적 해법을 제시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일본 교토대학(Kyoto University)의 스스무 키타가와(Susumu Kitagawa), 호주 멜버른대학(University of Melbourne)의 리처드 롭슨(Richard Robson),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 Berkeley)의 오마르 야기(Omar M. Yaghi) 교수다. 이들은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 MOFs)의 개발"이라는 공식 수상 사유로 총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20만 달러)의 상금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 위원회는 이들이 "새로운 형태의 분자 건축학"을 창시해 물질 과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접근법은 금속 이온을 건물의 주춧돌처럼 사용하고, 긴 탄소 기반 분자를 연결체로 활용해 거대하고 비어 있는 내부 공간을 가진 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공성 물질이 바로 금속-유기 골격체, 즉 MOF다.

'헤르미온느의 핸드백'에 비유된 마법 같은 물질

복잡한 과학 개념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벨 위원회는 두 가지 직관적인 비유를 제시했다. 노벨 화학위원회 위원 올로프 람스트룀(Olof Ramström)은 이를 "헤르미온느의 핸드백" 또는 "메리 포핀스의 마법 가방"에 비유했다. 설탕 한 조각 크기의 MOF 물질이 축구장만 한 내부 표면적을 가질 수 있다는 경이로운 특징을 설명한 것이다.

노벨 화학위원회 위원장 하이너 링케(Heiner Linke)는 "분자 에어비앤비" 또는 "분자를 위한 호텔"이라는 또 다른 비유를 제시했다. MOF가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된 방에 이산화탄소나 수증기 같은 손님 분자들이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이러한 비유의 전략적 사용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을 넘어선다. 대중문화에 친숙한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위원회는 이 상의 사회적 중요성을 즉각적으로 전달하고, 과학 연구에 대한 공공 자금 지원이 그 사회적 영향력에 점점 더 의존하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고자 했다.

세 명의 개척자가 만든 하나의 혁명

MOF 분야의 탄생과 발전은 세 명의 과학자가 각기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 이룬 독창적인 기여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한 결과물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1970년대 호주 멜버른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비롯됐다. 1937년생 영국 태생의 화학자 리처드 롭슨은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나무 공과 막대를 이용한 구식 분자 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연결 막대를 꽂기 위해 뚫린 구멍들의 정확한 위치에 방대한 구조적 정보가 담겨 있다는 사실에서 통찰의 순간을 맞이했다. 여기서 그는 실제 원자와 분자들이 가진 고유한 기하학적 특성을 이용해 예측 가능한 거대한 구조, 즉 일종의 분자 건축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0년이 넘는 숙고 끝에 1989년 롭슨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에 옮겼다. 다이아몬드의 사면체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네 개의 결합을 선호하는 구리 이온과 특별히 설계된 네 개의 팔을 가진 유기 분자를 결합시켰다. 대부분의 화학자들이 예상했던 무질서한 덩어리 대신, 그는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내부가 광대한 빈 공간으로 채워진 정돈된 입체 결정을 얻는 데 성공했다.

롭슨은 이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1989년 미국화학회지에 발표하며 이 물질들이 촉매 작용이나 새로운 특성을 구현하는 데 사용될 미래 가능성을 예견했다. 하지만 그의 초기 구조물은 불안정하여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화학자들은 이를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심지어 그의 동료 결정학자조차 너무 많은 빈 공간 때문에 연구 결과가 어리석어 보일 것을 우려해 논문 제출을 주저했을 정도였다.

'숨 쉬는 결정'으로 기능 증명하다

롭슨의 아이디어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을 때, 일본 교토대학의 스스무 키타가와(1951년생)는 "쓸모없는 것에서 유용함을 찾는다"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이 분야에 접근했다. 다른 이들이 불안정한 다공성 물질을 외면할 때, 그는 끈질기게 연구를 이어갔다.

1997년 키타가와 연구팀은 결정적인 발견을 해냈다. 그들은 구조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메탄이나 질소 같은 기체를 흡착하고 다시 방출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숨 쉬는" 배위 고분자를 만들어냈다. 이는 이 골격체들의 핵심 기능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으로, 기체 저장 응용 분야의 문을 활짝 열었다.

키타가와의 가장 심오한 기여는 유연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는 이 골격체들이 항상 바위처럼 단단한 것이 아니라, 손님 분자나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팽창하고 수축하는 "부드러운" 물질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이를 "부드러운 다공성 결정(soft porous crystals)"이라 명명했으며, 이로써 MOF는 정적인 용기에서 동적이고 반응성이 뛰어난 시스템으로 변모했다.

난민 소년에서 노벨상 수상자로

오마르 야기(1965년생)의 이야기는 결핍이 어떻게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울림을 지닌 서사다. 요르단 암만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전기나 수도 시설이 없는 단칸방에서 자랐다. 이 경험은 그에게 물과 같은 필수 자원의 소중함을 깊이 각인시켰다. 그의 화학에 대한 열정은 열 살 때 잠겨 있던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분자 구조 도해 책 한 권에서 시작됐다.

"과학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평등의 힘"이라는 신념을 품고 그는 15세에 아버지의 격려로 영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일리노이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애리조나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를 거쳐 UC 버클리에 자리를 잡았다.

야기는 전통적인 물질 합성의 우연성에 좌절하며 분자 구성 단위를 미리 설계된 거대 결정 구조로 정교하게 "바느질"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척했다. 그는 이를 "망상화학(Reticular Chemistry)"이라 명명했다.

1999년 야기 그룹은 이 분야의 기념비적인 성과인 MOF-5를 발표했다. MOF-5는 고온에서도 안정적이었고 영구적인 다공성을 유지했으며 엄청난 내부 표면적을 자랑했다. 이 발견은 롭슨의 초기 연구를 괴롭혔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합리적 설계의 가능성을 증명함으로써 MOF 분야의 실용적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야기의 개인사는 과학적 성취를 넘어 더 넓은 지정학적 함의를 담고 있다. 요르단, 미국, 그리고 2021년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적까지 보유한 그의 다국적 정체성은 인재의 국제적 이동이 서구의 과학 혁신을 어떻게 주도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특히 그의 사우디 국적 취득은 '사우디 비전 2030'과 같은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자국의 과학 생태계를 강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에게 전략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과학 외교(science diplomacy)'의 부상을 반영한다.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만능 도구상자

MOF 연구의 궁극적인 가치는 인류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에 있다. 이 과학적 발견은 기후, 에너지, 환경,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기후와 환경 분야에서 MOF는 발전소 굴뚝 가스와 같은 고정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대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기존의 아민 세정법보다 재생에 필요한 에너지가 적고 선택성이 높아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오마르 야기 그룹은 사막과 같이 습도가 매우 낮은 환경에서도 공기 중의 수증기를 포집할 수 있는 MOF를 개발했다. 이 MOF를 이용한 장치는 MOF 1킬로그램당 하루에 수 리터의 깨끗한 식수를 생산할 수 있어, 지정학적 불안정의 주요 원인인 건조 지역의 물 부족 문제에 대한 분산형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MOF는 오염된 수자원에서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제거하는 데도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조절 가능한 기공을 통해 활성탄과 같은 기존 방법으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이 지속성 유독 물질을 선택적으로 포집할 수 있다.

에너지와 산업 분야에서는 수소 저장 문제 해결에 주목받고 있다. 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것은 수소 경제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다. MOF는 압축이나 액화에 필요한 것보다 낮은 압력과 높은 온도에서 수소를 흡착하여 수소 연료 자동차와 같은 응용 분야에서 더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저장 매체를 제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MOF의 잘 정의되고 기능화 가능한 기공은 매우 효과적인 촉매로 작용하여 화학 반응의 효율과 선택성을 높이고, 더 친환경적이고 낭비가 적은 산업 공정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기존의 증류법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귀중한 화학물질을 분리하는 분자체 역할도 할 수 있다.

의학 분야에서는 일부 MOF의 생체 적합성과 생분해성이 치료 약물을 위한 이상적인 운반체로 기능하게 한다. 약물을 기공에 탑재한 후 종양의 산도와 같은 신체 내 특정 조건에 의해 촉발되어 조절된 방식으로 방출될 수 있다. 이는 부작용은 줄이면서 더 효과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제올라이트를 넘어선 혁명

MOF의 혁신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다공성 물질과 비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강자는 제올라이트(zeolite)와 활성탄(activated carbon)이다. 제올라이트는 잘 정의된 미세 기공을 가진 결정성 알루미노실리케이트로 산업계에서 촉매 및 흡착제로 널리 사용된다. 활성탄은 비정질의 저비용 물질로 다공성은 높지만 기공 구조가 불규칙하다.

MOF는 이러한 기존 물질들을 뛰어넘는 몇 가지 결정적인 이점을 가진다. 첫째, 제올라이트는 구조의 종류가 제한적인 주로 '발견되는' 물질이다. 반면 MOF는 '설계되는' 물질로, 이미 10만 종 이상의 고유한 구조가 합성됐다. 이는 적합한 기존 물질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목적에 맞는 물질을 처음부터 합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MOF는 최고의 제올라이트보다도 훨씬 높은 표면적을 자랑하며 이는 더 큰 저장 용량으로 이어진다. MOF-5와 같은 물질 1그램은 제곱미터 이상의 표면적을 가지며, 일부 MOF는 7,000제곱미터를 초과하기도 한다.

셋째, MOF의 유기 연결체는 특정 화학 작용기로 기능화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골격체와 손님 분자 간의 상호작용을 미세 조정할 수 있는데, 이는 제올라이트의 무기 골격체로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MOF의 개발이 물질 과학 분야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함을 보여준다. 이는 자연에서 유용한 물질을 발견하거나 우연한 합성을 통해 얻던 문화에서, 특정 기능을 염두에 두고 제1원리로부터 물질을 설계하는 문화로의 전환이다. MOF는 분자 수준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물질"이며, 이러한 변화는 계산 단백질 설계(2024년 노벨 화학상 주제)나 크리스퍼(CRISPR) 기반 유전자 편집과 같은 다른 분야의 혁명과 맥을 같이 한다.

인공지능이 여는 미래의 지평

MOF의 글로벌 시장은 탄소 포집과 같은 응용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수억 달러 규모에서 향후 10년 내에 상당한 규모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광범위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장벽은 합성 비용과 탄소 포집과 같은 산업적 응용에 필요한 대규모 생산 능력이다. 전 세계 연구자들과 기업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미 반도체 산업의 가스 저장을 위해 누매트(Numat)와 같은 기업이 MOF 기술을 상용화했으며, 야기 교수가 직접 설립한 아토코(Atoco)와 같은 스타트업들은 탄소 포집 및 물 수확 분야에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MOF 구조의 가능한 조합은 거의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전통적인 시행착오 방식의 발견은 비효율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이 분야를 혁신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작업 흐름은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먼저 인공지능 모델은 알려진 MOF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한 후 가상의 구조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드는 모의실험이나 실험 없이도 특정 작업에 대한 성능을 신속하게 예측한다. 다음으로 문자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모델과 유사한 생성 모델을 사용하여 이전에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롭고 최적화된 MOF 구조를 창조한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물성을 먼저 설정하고 그 물성을 달성할 수 있는 MOF 구조를 역으로 설계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인공지능이 새로운 물질을 제안하고, 계산적으로 선별하여 우선순위를 정한 뒤, 자동화된 로봇 합성과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는 가속화된 폐쇄 루프 발견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MOF의 미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물질'이라는 재료 혁명과 '인공지능'이라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과학 혁명의 융합점에 놓여 있다. 2025년 노벨상은 이 여정의 끝이 아니라, 인공지능 주도 물질 발견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인공지능이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질 설계를 가속화하는 이 시너지는 21세기 과학 기술의 결정적인 특징이 될 것이다. 더 많은 MOF가 만들어지면 더 나은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킬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는 다시 더 효과적인 MOF를 설계하는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여 인류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다.

리처드 롭슨이 나무 모델을 보며 품었던 호기심에서 시작된 여정은 이제 인공지능 기반의 글로벌 물질 설계 분야로 성장했다. 이는 기초 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어떻게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응용 기술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키타가와, 롭슨, 야기 세 수상자의 업적은 인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건설'할 수 있는 강력하고 새로운 도구 상자를 제공했다. 그들의 유산은 단순히 새로운 물질을 발견한 것을 넘어 국제적 협력과 과학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미래 세대가 더 나은 세상을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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