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정부의 갑작스러운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가 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대규모 봉기를 촉발하며 네팔 사회를 거대한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디지털 검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시위는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최소 19명이 사망하는 유혈 사태가 발생하며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정부는 결국 국내외의 거센 압박에 굴복해 차단 조치를 철회했지만, 이번 사태는 네팔의 취약한 민주주의와 디지털 시대의 국가 통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분수령이 되었다.
도화선이 된 '디지털 봉쇄'
사태의 발단은 네팔 정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26개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접속을 차단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는 해당 플랫폼들이 '소셜미디어 사용 규제에 관한 지침 2080'에 따라 요구된 현지 사무소 개설 및 담당자 지정 등의 등록 의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P. 샤르마 올리 총리는 이를 "국가 주권의 문제"로 규정하며, 네팔의 법과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공식적으로는 허위 정보와 사이버 범죄 퇴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디지털 공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오랜 의지가 반영된 조치였다.
Z세대의 반격: "부패를 차단하라"
정부의 결정은 디지털 환경을 삶의 일부로 여기는 젊은 세대의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분노를 샀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주축이 된 'Z세대 시위'는 수도 카트만두를 시작으로 네팔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들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불편을 넘어 표현의 자유, 교육 및 경제 활동의 기회를 박탈하는 "언론, 노동, 연결성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규정했다.
시위대의 구호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부패를 차단하라(Stop corruption, not social media)"는 말에 집약되어 있듯, 디지털 권리 회복을 넘어 뿌리 깊은 정부 부패와 시스템 개혁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 소셜미디어 차단의 즉각적인 철회
* 제도화된 시스템적 부패의 종식
* 폭력 진압 책임자 처벌 및 희생자를 위한 정의 실현
* 올리 총리를 포함한 현 정부의 총사퇴
흥미로운 점은 정부의 규제 요건을 사전에 준수해 차단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틱톡이 시위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시위대는 틱톡을 통해 시위 정보를 공유하고 참여를 독려했으며, 특히 정치인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폭로하는 '#NepoKid' 트렌드를 확산시키며 시위의 반부패 명분을 강화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과 정치적 후폭풍
시위가 격화되자 정부는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9월 8일,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넘어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이 잔혹한 진압으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유혈 사태는 즉각적인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왔다. 라메쉬 레카크 내무부 장관이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농업부 장관 역시 시위 진압에 항의하며 사퇴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사회의 비난도 쏟아졌다. 결국 극심한 내외부 압력에 직면한 정부는 9월 9일,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를 전면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적 타격과 남겨진 과제
단 며칠간의 차단 조치였음에도 네팔 사회와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소셜미디어에 생계를 의존하던 소상공인과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으며, 해외 거주 네팔인 수백만 명은 가족과의 소통이 끊기는 고통을 겪었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접근권이 단순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정부가 한발 물러섰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소셜미디어 법안'은 플랫폼 의무 허가제, 사용자 익명성 금지, 당국의 자의적 콘텐츠 삭제 명령 등 현재의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통제 조항을 담고 있어 '제2의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2025년 9월의 위기는 네팔의 불안정한 정치 시스템과 만연한 부패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갈등 요인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 명백한 사례다. 거리에서 승리한 Z세대가 그들의 동력을 지속적인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통제 대신 소통과 개혁의 길을 택할 수 있을지, 네팔의 민주주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