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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에 일시적 긴장 완화를 가져왔으나, 근본적인 전략 경쟁 구도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이뤄진 이번 대면 회담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던 전면적 무역 금수 조치를 막아냈지만, 타이완 문제와 기술 패권 경쟁 등 핵심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았다.

이날 회담의 핵심 결과는 관세, 희토류, 농산물에 대한 상호 보복 조치를 일시 중단하는 '기본적 합의' 또는 '휴전'에 도달한 것이다. 이는 근본적인 갈등 해결이 아닌, 양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상호 경제적·정치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전술적 조치로 풀이된다.

관세 전쟁의 일시 중단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놀라운 회담"이었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총 관세율을 기존 57%에서 47%로 즉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에 달했던 펜타닐(fentanyl) 마약 관련 관세를 10%로 절반 인하하고, 추가 100% 관세 부과 위협을 공식 철회하며, 24%의 '상호 관세' 부과를 1년 더 유예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맞춰 자국의 보복 관세에 대해 "상응하는 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올해 2월 트럼프 행정부가 펜타닐 밀매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이후 격화된 무역 전쟁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조치다. 양국은 이후 보복과 재보복을 거듭하며 4월에는 일부 품목 관세율이 100%를 초과하는 수준까지 치솟았고, 9월 기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57.6%에 달했다.

희토류 카드의 보류

중국이 전략적 우위를 활용해 꺼내든 희토류 무기도 일시적으로 보류됐다.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가공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10월 희토류 광물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전면적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으나, 이번 회담에서 이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중국 소유 자회사에 대한 수출 통제 확대 규정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이 합의가 매년 재협상하도록 명시됐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미중 관계에서 지속적인 협상 지렛대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하며, 분쟁의 완전한 해결이 아닌 관리되는 갈등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농업과 마약 단속 협력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농업계를 겨냥해 중단했던 미국산 대두(soybean) 수입을 "즉시" 재개하기로 약속했다. 시진핑 주석은 또한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원료 화학물질의 흐름을 줄이기 위해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해상 무역 분야에서는 양측이 보복성 항만 이용료 부과 조치를 1년간 상호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의 조선 및 해운 산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1년간 연기하고, 중국 역시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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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문제는 '전략적 침묵'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타이완(Taiwan)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타이완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이는 회담 전 중국이 미국에 '타이완 독립 반대' 선언을 요구했다는 보도나,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이 타이완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전략적 침묵'은 양측 모두가 상호 파멸적인 경제 전쟁을 멈추기 위해 가장 민감하고 폭발적인 지정학적 갈등을 의도적으로 테이블에서 제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양국 관계를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 즉 거래 가능한 경제 문제와 타협 불가능한 핵심 이익을 분리하는 '칸막이 전략'의 등장을 시사한다.

기술 패권 경쟁은 미해결

기술 분야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중국이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완화를 강력히 원했으나, 회담 결과는 미미한 양보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와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첨단 '블랙웰(Blackwell)' 칩은 논의에서 명백히 제외했다. 이는 저사양 상업용 기술 무역은 허용하되, 국가 안보와 직결된 최첨단 기술 통제는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회담 전 양국 정상이 틱톡(TikTok)의 미국 사업부 매각 거래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협력은 상징적 수준

우크라이나(Ukraine) 전쟁 종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언급하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재하고, 미국의 주요 우려 사항인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이번 합의가 중국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보다는 상징적인 제스처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양측의 서로 다른 해석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10점 만점에 12점"이라고 평가하며 대두 수입 재개, 펜타닐 협력 등 미국이 얻어낸 가시적인 '거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시 주석을 "강력한 협상가"이면서도 "위대한 국가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하며 개인적이고 거래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규정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보다 신중하고 철학적인 어조를 유지했다. 그는 "미중 관계라는 거대한 배"가 "올바른 항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장기적인 안정과 파트너십을 역설했다. 그는 양국 간의 마찰을 "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중국의 발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는 당신의 비전과 함께 간다"고 말하며 미국의 경쟁적 프레임을 외교적으로 무력화하려 시도했다.

'휴전'일 뿐, 전략적 전환은 아니다

브루킹스(Brookings) 연구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주요 싱크탱크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구조적 긴장을 해결하지 못한 '휴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회담은 관계의 "변곡점이라기보다는 기존 연속선상의 한 데이터 포인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부산 합의의 취약성은 그 구조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특히 희토류 합의가 1년 단위의 재협상을 전제로 한다는 점은 매년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양측의 핵심 압박 카드인 미국의 관세와 중국의 희토류가 완전히 폐기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보류된 상태이므로, 반도체나 틱톡과 같은 미해결 기술 문제들이 언제든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휴전은 양측 모두에게 상대방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일 "시간과 공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자국 기술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핵심 광물에 대한 대체 공급망 구축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이러한 "상호 의존으로부터의 다각화와 단절의 병행적 추구"야말로 미중 관계를 규정하는 거대한 흐름이며, 부산 합의는 이 흐름을 늦추거나 바꾸지 못했다.

주변국들의 줄타기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미중 경쟁의 최전선에서 복잡한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양국 모두 트럼프 행정부와 힘겨운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깊이 의존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미중 간의 휴전은 이들에게 잠시 숨 쉴 틈을 주었지만, 동시에 양자택일을 강요받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해 4월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 역시 그 이후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측이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술 패권, 군사 현대화, 이념적 차이, 글로벌 영향력 경쟁 등 경쟁의 근본적인 동인들은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안정적인 평화가 아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위태로운 휴전에 불과하다.

이번 회담에는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허리펑(何立峰·He Lifeng) 중국 부총리, 왕이(王毅·Wang Yi) 외교부장 등 양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총출동해 협상의 심각성을 방증했다. 정상회담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된 사전 실무 협상에서 양측 협상팀은 정상회담의 토대가 된 '기본적 합의'의 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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